남편으로부터 20년간 겪어온 가정폭력으로 죽음을 생각하는 민혜선은 우연히 섬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갑작스러운 비를 피해 들어간 처마 아래에서 그와의 갑작스러운 키스. 그와의 입맞춤에 눈물이 흐른다. 하지만 그녀는 유부녀다. 정신이 돌아온 혜선은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온다.
남편을 처음 만난 건, 20년 전이었다. 혜선이 다니던 독서실 책상에 올려져 있던 잘 정리된 노트. 노트 끝에 그려진 졸라맨의 만화. 첫눈 내리던 날 둘은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 혜선이 공부하던 독서실에 화재가 난다. 그리고 남편이 그를 구했단다. K.D.H. 혜선을 구해준 그 남자의 이름은 고두홍. 노트의 이니셜과 일치했다. 생일선물로 혜선과의 관계를 요구한 그의 부탁을 들어준 대가로 혜선은 임신을 하고, 대학도 마치지 못한 채 그렇게 급하게 식을 올린다. 결혼을 하자마자 그는 정체를 드러낸다. 혜선은 죽지 않을 정도로 맞고 산다. 그렇게 아이도 잃는다. 그뿐만 아니라 혜선이 아끼는 반려견, 옆집 여자가 여행 가며 맡긴 고양이까지 무참하게 죽인다. 물론 밖에서는 사람 좋은 척 연기를 하는 그는 사이코패스다. 가족에게 알리는 순간, 가족들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두홍의 협박에 혜선은 20년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살아왔다. 몸 만큼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 채로 말이다.
혜선은 세 자매 중 둘째다. 쌍둥이 언니 혜신, 여동생 혜진이 있다. 혜신은 20년 전 살해당했다. 목에 가위가 꽂힌 채 살해된 언니의 죽음은 가족들에게는 큰 상처였고, 범인은 잡지 못했다. 그날 이후 아빠는 술을 마시다 결국 세상을 뜬다.
키스남을 다시 만난 건 혜선이 맹장수술로 병원에 실려갔을 때였다. 그 남자는 그 병원의 간담췌외과 과장이었다. 잘생기고 매너 좋은 그를 다시 만나자 혜선은 마음이 설레는 한편, 남편에게 들킬까 봐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그 남자 김도훈은 혜선을 향해 저돌적으로 다가온다. 지옥 같은 결혼생활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혜선이지만, 사이코패스 남편에게 당할까 걱정이다.
사실 도훈은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었다고 한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에델바이스 향과 1010이라는 숫자가 전부다. 혜선에게 끌렸던 것도 혜선에게서 나는 그 향 때문이었다. 하나 둘 밝혀지는 과거 속에서 여러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혜선이 그리워하는 언니 혜신의 죽음의 진실은 무엇일까? 두홍이 집착하는 서재 방의 비밀과 도훈과 혜선의 과거까지... 엮이고 엮이는 미로 속에서 과연 혜선은 탈출할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불안했다. 특히 혜선과 도훈이 함께 있을 때마다 숨죽이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두홍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래서인지 궁금하긴 했지만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두려웠다. 다행이라면 두홍으로 부터 혜선과 자신을 지킬만한 힘을 도훈이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두홍이 갑작스러운 퇴장도 못내 의심스러웠다. 과연 두홍을 혜선에게서 떼어낸 천사는 누구였을까?
엄마는 항상 배부르게 우릴 사랑했고,
엄마를 향한 내 사랑은 지독히도 가난했다.
단전을 찌르는 뼈아픈 그 사실을 늘 한발 뒤늦게 깨닫는 내가
가슴 아리도록 부끄러웠다.
"정말 미안해..."
모든 걸 알고 있지만, 숨길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이야기. 하나를 지키기 위해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한 사람의 지독한 욕심이 또 다른 욕심으로 변해버린 이야기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