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이 되었어요
강모경 지음, 씰라씰라 그림 / 소담주니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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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과일하면 귤이 아닐까 싶다. 귤을 좋아하는 사람은 손바닥이 노랗다는 소리를 듣고, 한 번씩 손바닥이 노랗게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물어봤는데 100%의 성공률을 보였다. 정말 근거 있는 이야기인 줄을 모르겠지만... ㅎ

귤을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우리 아이들 역시 귤을 참 좋아한다. 과일과 친하지 않은 나도 귤은 가끔 한 두 개 먹는 편인데, 귤의 신맛이 좋다기보다는 접근도가 좋기 때문이다.(손으로 쓱쓱 깔 수 있으니 말이다.) 어린 시절 겨울만 되면 귤 한 박스를 사다 놓고 박스 있는 방을 오고 가며 며칠 만에 다 먹었다는 남편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책 대로라면 남편 역시 귤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22개월 둘째는 말이 빠른 편이 아닌데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들은 알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귤이다.(아직 발음이 서툴러 귤인지 굴인지... 내가 알아듣고 귤? 하면 "네" 하면서 좋아한다. ) 글 밥이 많지 않고, 그림체도 너무 귀여워서 아이들과 몇 번이고 읽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귤이 되었어요! 역시 겨울에는 귤이다.

귤을 좋아하는 아이. 하나 먹고 두 개 먹고 한 바구니 먹고 두 바구니 먹고 열심히 귤을 먹는다. 손바닥도 노랗고 얼굴도 노랗고 오줌까지 노래진 아이. 자고 일어나니 큰일 났다!! 귤이 되어 버렸다...ㅠㅠ

 

 

사실 이 상황이 되면 무섭고 걱정이 될 법도 하지만, 아이는 아이인가 보다. 둥글둥글 굴러다니는 자신의 몸이 마음에 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귤이 되어서 그럴까? 걱정이 가득한 사람은 부모다. 그런 부모를 피해 아이는 데굴데굴 굴러서 밖으로 나간다. 아이가 귤이 된 지 몰라서일까? 집 밖에 나오니 강아지가 굴러가는 귤을 따라 쫓아온다. 이러다 먹히면 어쩌지? 귤이 된 아이도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얼른 트럭에 올라탄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떠나는 트럭 위에서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데굴데굴 굴러서 트럭을 타고 도착한 곳은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동산이다. 굴러다니면 되기 때문에 이동에는 문제가 없다. 과연 아이는 귤에서 아이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무섭거나 놀라거나 하는 이야기들은 책에 담겨있지 않다. 그저 부모가 아이를 찾아 나서는 정도가 전부다. 오히려 아니는 굴러다니며 이곳저곳을 경험한다. 아마 자신이 다시 따뜻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 귤을 많이 먹어서 귤이 되었으니, 다시 사람이 될 것이라 믿었을 지도 모르겠다. 글 밥이 적어서 한글이 서툰 아이도 한 자 한 자 읽기 좋았고, 무엇보다 데구르르, 조르르처럼 의성어나 의태어가 담겨있어서 아이들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자주 안 쓰는 소리들을 통해 또 표현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짧은 동시같은 느낌도 든다. 아이들과 함께 귤을 옆에 놓고 함께 웃으며 읽기 좋은 동화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흥미로운 모험담이지만, 아이처럼 귤을 너무 많이 먹음 귤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 덕분에 귤을 먹는 속도가 조절되기도 하니(과유불급!) 예상치 못한 효과 또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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