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생활자 안전가옥 앤솔로지 10
최현수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랑 아빠는 마주 앉아 꿈을 꾸고 있었다. 그건 꿈을 보는 아이가 아니라도 알 수 있었다.

꿈이 꼭 미래 시제일 필요는 없구나. 과거의 기억이 꿈이 되기도 하는구나.

그리고 미래의 바람이든 과거의 기억이든, 꿈은 꿈이라는 사실만으로 퍽 아름다웠다.

이중생활자라는 제목의 책이 흥미를 자아낸다. 알고 보니 이중생활자라는 주제를 가진 스토리 공모전에서 수상한 다섯 작가의 작품이 담겨있는 앤솔러지라 할 수 있다. 각 소설들마다 자신의 색이 물씬 풍긴다. 초등학생이 주인공인 소설도 있고, 엄마와 딸이 주인공인 소설도 있고, 스님이 주인공인 소설도 있다. 이중생활자라는 단어 하나로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그중 기억나는 작품을 꼽자면 두 번째 등장한 드림 센스라는 작품과 부처핸접이라는 작품이다.

드림 센스는 지극히 내가 얼마 전에 읽은 책(한성 요괴 상점 속 두억시니)과 다녀온 곳(과천 서울대공원) 덕분에 더 집중해서 읽었던 작품이었다. 체험학습을 가서 마주한 맥의 우리에 손을 집어넣었다가 물리고 만 이설. 선생님이 하지 말라는 짓을 했기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체 물린 상처를 수습하려고 한다. 근데, 상처는 사라졌지만 몸에 이상반응이 생긴다. 바로 귀 뒤로 더듬이 한 쌍이 나온 것이다. 그날 이후로 설의 눈에 자꾸 이상한 게 보인다.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앞자리에 앉은 김도윤의 머리 위로 뭔가 이상한 풍선 같은 모양의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입안 가득 단내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갑자기 학교 안에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아이들이 하나 둘 아프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하는 일도 벌어진다. 그중 하나가 도윤이었다. 도윤과 친하진 않았지만 바로 앞 동에 살기도 하고, 도윤의 머리 위로 올라온 이상한 것들의 정체도 궁금했던 설은 도윤의 집에 갔다가 화식조라고 불리는 담임 하신재를 보게 된다. 그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도윤의 머리 위로 올라온 달큼한 것은 도윤의 꿈이었고, 맥에게 물린 후(신수인 맥의 선택을 받은 것), 이설은 꿈을 감지하는 감각자가 된 것이다. 과거에는 괴갑사라고 불렸던 감각자들의 임무는 꿈을 빼앗는 요괴 두억시니로부터 꿈을 지키는 일이다. 물론 화식조 역시 감각자 중 한 사람이었다. 과연 화식조와 설은 두억시니로부터 꿈을 지킬 수 있을까?

아마 아이들과 함께 간 동물원에서 캥거루를 보고 싶다는 큰아이를 따라 그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면, 화식조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생긴 게 너무 기묘했고, 무서울 정도로 특이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던 화식조는 외모 덕분에(?) 이름까지 알게 된 케이스였다. 내가 본 화식조는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그것도 두바이랑 사자를 비롯한 여러 마리의 동물들을 주고 교환한 종이였다.) 화식조였다니... 아마 그래서일까? 이 책 속에 등장한 담임선생님의 별명이 더 와닿았던 것 같다.

그 밖에도 치매에 걸린 주지스님 법해가 빚을 지고 잡힌 절을 구하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상금이 5억 원인 오디션 프로그램 샤워 미 더 머니에 출연하게 된 지거스님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부처핸접은 랩이나 오디션 프로그램에 흥미가 없는 나조차도 빵 터지면서 읽었던 작품이었다. 자신이 스님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파계 당할 것을 걱정해서 가발을 쓰고 오디션에 참여하게 된 지거는 템플스테이를 한다는 명목으로 잠깐 머물다 떠난 한물 간 래퍼 무량과 오디션장에서 조우한다.(무량은 심사위원이자 마스터였다.) 결국 인기 많은 참여자들을 놓치고 무량에게 남겨진 팀원 중 하나가 바로 지거라는 사실이다. 문제는 5억의 상금을 낸 아수라 그룹의 CEO 영건이 얼마 전 절을 찾아와 협박을 일삼은 그 인간이었고, 맑은 정신으로 돌아온 법해 스님이 관음전 아래 악귀들이 갇혀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는 사실이다. 과연 지거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우승을 하여 5억을 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절을 지키는 것은 물론 악귀들로부터 세상을 지킬 수 있을까?

이중생활자라는 모습으로 지구 속의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 물론 그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는 사실. 물론 먹고살아야 하기에 또 다른 직업을 가지고 밥벌이를 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왠지 힐끗 주변을 보며 내 나름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더 흥미로웠던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의 온도가 전하는 삶의 철학
김미영 지음 / 프로방스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를 먹다 보니, 어떤 상황이나 물건을 접했을 때 불현듯 예전의 기억이 떠오를 때가 종종 있다. 기억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피식 웃음이 나는 기억이 있는 반면, 한없이 굴을 파고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다행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아픈 기억이 조금씩 바래진다는 것이다. 가을이 되어 아이들의 이불을 바꿔주다가 마주한 엄마의 기억. 저자는 그 기억이 참 따뜻하고 좋았다고 한다. 잔잔한 에세이 속의 저자의 기억의 온도가 글을 통해 풀어진다. 어렸을 때는 받은 기억을 토대로 기억의 온도가 떠오를 테지만, 나이가 들수록 내가 누군가에게 준 기억이 더 많아질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아직은 어린 우리 아이들에게 한없이 미안해졌다. 어제도 그 전날도, 회사를 마치고 종종걸음으로 아이 둘을 하원 시켜 집으로 돌아와서 쉴 틈 없이 저녁 준비를 하고 상 앞에 앉았다. 나름 열심히 차린 밥상 앞에서 주는 대로 잘 먹는 작은 아이와 달리, 끼적대는 큰 아이를 보며 또 두서없이 화가 쏟아졌다. 급기야 식판을 치워버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큰 아이의 눈 가득 담긴 눈물. 순간 미안함에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내 노력에 대해, 내 시간에 대해 인정해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쓴소리를 내뱉고, 감정적 폭력을 가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훗날 그날 먹은 반찬이나 식판 등을 떠올렸을 때 아이의 기억의 온도가 몸서리칠 정도로 서늘해질 수 있겠다 싶었다. 다행히 바로 풀어내긴 했지만 말이다.

하루 종일 가족들을 챙기는 엄마. 그러면서 틈틈이 글을 쓰는 작가 엄마. 유별나게 힘든 사춘기를 겪어낸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 죽어도 병원에 가기 싫다고 악을 쓰는 친정엄마 앞에서 속이 무너져 내린 딸 엄마. 아픈 엄마 곁에 있고 싶지만, 돌봐야 할 아이들 때문에 발을 옮기는 엄마. 큰 수술 후 떨어진 체력 앞에 눈물 흘리는 엄마. 사실 책 속에 이야기의 시작이 엄마여서 그런지, 유난히 내 눈에는 유독 여러 엄마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엄마가 되어서일까? 비로소 보이는 엄마의 삶과 그 희생을 통해 살고 있는 내 모습이 겹쳐졌다. 다행이라면 내 기억 속 엄마는 차가운 기억보다 따뜻한 기억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책 속에는 자신의 모습뿐 아니라 고마운 남편에 대한 감정도 담겨있었다. 유난히 힘들게 사춘기를 겪어 낸 딸 앞에서 잔뜩 움츠린 저자에게 남편은 "고기 먹으러 가자."라는 말로 저자를 많이 다독여줬다고 한다. 지나고 나서야 그 말의 온도가 떠올랐다는 그녀의 고백이 참 예뻤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자면 남편과의 기억이 따뜻했던 것은 당시 유난히 힘든 시기를 겪었기에 그런 게 아니었을까?

삶은 희로애락의 감정이 뒤섞인 것이라고 한다. 좋고 행복한 기억도 있지만 움츠려들고 아픈 기억도 참 많다. 온도는 상대적이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을 겪었기에 다가온 봄이 더 따스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아픈 기억을 마냥 피하는 게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훗날 내 기억이 조금이나마 따뜻해지길, 누군가 나를 생각할 때 좀 더 따뜻한 감정이 떠올랐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반 일리치의 죽음 (러시아어 원전 번역본) - 죽음 관련 톨스토이 명단편 3편 모음집 현대지성 클래식 4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우섭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장의 문제가 아니고, 맹장의 문제도 아니고, 삶 그리고 ... 죽음의 문제야.

그래, 삶이었어. 그리고 떠나는구나, 내게서 떠나는구나.

그런데 난 그걸 막을 수 없고. 그래, 날 속일 필요가 있을까?

내가 죽어가는 것이 나 빼고 모두에게 분명한걸.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작품집 안에는 총 3개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다. 얼마 전, 타 출판사의 책을 읽은 독자의 서평을 읽은 기억이 있어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반가웠다. 서평을 통해 간접 경험했던 톨스토이의 죽음의 이야기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표제작으로 실린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비롯하여 책 속에 등장하는 작품들의 주제는 "죽음"이다. 각기 다른 모습의,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통해 각자가 느끼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 다르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요직인 법원 위원으로 있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의 소식이 전해진다. 부고문을 통해서다. 그 소식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각기 달랐다. 우선 표면적으로는 그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기고, 조의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속으로는 그의 자리에 누가 앉을 수 있을까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니 말이다. 친우이자 동료였던 표토르 이바노비치는 조문을 가게 되고, 이반 일리치의 부인인 프라스코비야 표도르브나로 부터 이반 일리치의 투병기를 들은 후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다.

처음에는 유쾌한 소년으로, 학우로, 그다음에 성인이 되어 동료로서 매우 가깝게 알고 지내왔던 한 인간이 겪은

고통에 관한 생각이 들자 표트르 이바노비치는 자신과 부인이 가식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인식으로

불쾌하면서도, 문득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반의 이반 일리치의 이야기의 생애와 가족관계에 관한 이야기와 더불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의 투병기와 죽음의 두려움 그리고 병으로 인한 고통이다. 고통과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 그는 모든 것이 다 부질없다는 것과 함께 가족들이 건네는 말조차 고깝게 들린다. 죽음의 막바지에 이르러야 비로소 안정을 찾은 이반 일리치.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죽음을 향한 차이를 통해 극명하게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반면 두 번째 등장한 주인과 일꾼, 세 죽음 역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시각의 차이가 느껴진다. 주인인 바실리 안드레이치 브레후노프와 일꾼 니키타 스테파니치. 안드레이치는 50대 농부인 니키타의 급료를 야박하게 주고, 그럼에도 생색을 내는 사람이었다. 물론 니키타 역시 그가 자신의 급료를 적게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긴 하지만 딱히 일할 곳이 없는 터라 니키타는 내색을 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들이 폭설이 내리는 날 길을 재촉했다는 사실이다. 돌아가지만 이정표가 잘 갖추어진 길보다 빨리 가는 길을 선택한 안드레이치. 하지만 결국 숲에서 길을 잃고 우여곡절 끝에 마을로 돌아오지만 여전히 마음이 급한 주인은 결국 길을 나섰다가 눈밭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만다. 말조차 길 나서는 걸 거부하자 그들은 결국 자리를 잡고 눈밭에 멈춘다. 하지만 시간을 버리기 아까웠던 안드레이치는 자고 있는 니키타를 두고 말을 타고 길을 나서는데...

세 죽음 역시 마부 표도르와 귀부인 쉬르킨스카야 부인의 죽음 이야기를 다룬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 집착도, 편견도, 두려움도 없던 마부의 죽음과 주변을 원망하고 마지막까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귀부인의 죽음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근데 아무리 봐도 두 사람 외에는 죽음을 겪는 인물이 없는데, 왜 제목은 세 죽음일까? 해제를 통해 반전 아닌 반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세 이야기의 공통점에는 죽음 외에도 종교(신에 대한 마음)가 걸려있다. 죽음 앞에 두려운 인간은 자연스레 신을 찾게 된다. 하지만 보기에는 신앙이 있다 보이는 인물들이 의외로 마지막 앞에서 다른 존재에 기대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신에 대한 믿음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들이 오히려 신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내기도 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오는 당연한 것이지만, 책 속의 등장인물을 빌어 죽음을 접하는 다양한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과연 당신이 생각하는 죽음은 어떤가? 당신은 어떤 모습과 마음의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가? 낯설지만 피할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정 문해력 수업 - 인지언어학자가 들려주는 맥락, 상황, 뉘앙스를 읽는 법
유승민 지음 / 웨일북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문해력이라는 단어를 참 자주 만나게 되는 것 같다. 교육과 관련해서 "문해력"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책을 여럿 접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일까? 나 역시 저자의 말처럼 "문해력"에 대한 어감이 긍정적이지 않았는데, 뭔가 부담스럽고, 어려운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저자 역시 그런 독자들의 마음을 공감해서, 제목에는 "문해력"을 넣었지만 본문에는 "문해력"보다는 눈치나 분위기, 공감력 등의 단어를 사용했다.

사실 나는 눈치가 없는 편이다. 분위기를 맞추는 것, 상대의 기분을 파악하는 것, 그리고 그에 더해 예쁘게 말하는 것이 많이 서툴다. 어찌 보면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 "공감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눈치가 없다는 소리를 듣기 싫기도 하고, 내가 눈치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보니 타인을 만나고, 대화를 할 때 정말 스트레스가 심하다. 그래서 어려운 자리나, 많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면 방전이 되는 경우가 많다. 때론 이렇게 극도로 눈치를 보며 비유를 맞추는 내 모습에 자괴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근데 저자는 눈치를 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다르게 본다면, 상대를 배려하고 공감하려는 생각이 크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기왕 이런 상황이라면 저자처럼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책을 읽으며 공감 가는 부분이 참 많았다. 소설책이 아니었음에도 흥미로웠고, 빠져들어서 정신없이 읽었던 것 역시 책 속 이야기에 상당히 공감이 갔기 때문이라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아버지에게 보낸 문자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아버지와 의견 충돌을 빚은 후, 아버지의 행동과 말에 대해 조목조목 자신의 의견을 적어 장문의 문자를 보냈던 저자는 아버지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글은 타인을 죽이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살리기 위한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는 그 한마디에 저자는 울컥했다고 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 역시 그렇다. 사실 문장이나 말속에 본 뜻을 알고 그에 대처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상대가 상사거나, 거래처 직원처럼 어려울 때는 압박이 더 커진다.

저자는 책 속에서 일본의 이야기를 종종 꺼낸다. 가깝고도 먼 일본. 일본 역시 우리 같은 눈치 문화가 있다고 한다. 그들은 공기라고 표현한다고 하는데, 표현은 다르지만, 그 안에 담긴 상대방의 입장을 살피는 맥락은 비슷한 면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책의 어조는 따뜻하다. 타인의 감정을 꿰뚫기 위한 모든 행위에 배려와 공감, 따스함을 대입하니 말이다. 책 속 이야기에 공감하는 한편, 여전히 눈치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저자의 조언은 한번 새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조차 상대의 모호한 표현에 애를 먹은 적도 있고, 말의 맥락을 적절히 알아차리는 게 어려운 적이 많았으니, 적어도 내 말의 모호함을 걷어내고 기왕이면 조금 더 정확한 언어를 구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마다, 기타 - 딩가딩가 기타 치며 인생을 건너는 법 날마다 시리즈
김철연 지음 / 싱긋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댄서의 꿈을 꾸었던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며,

어릴 적 우리의 생각들이 틀린 게 아니었다는 말도 하고 싶었다.

주인공이 우리가 아니라는 건 아쉽지만

"춤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 말했던,

그렇게 믿었던 우리들의 꿈이 이루어졌다고......

지난주 오랜만에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공원을 다녀왔다. 날이 참 좋아서인지, 정말 사람이 많았다. 아이와 함께 강변을 걷고 있는데, 익숙한 음악소리가 들렸다. 20년도 더 된 아이돌 그룹의 노래였는데, 당시 아이 어린이집에서 그 노래에 맞춰 키즈 댄스 수업을 하고 있었기에 아이도 나도 금방 노래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통기타 하나와 마이크 하나가 그날 공연자가 가지고 있는 전부였다. 말로만 듣던 버스킹을 하는 사람이었다. 기타 반주로 편곡이 달리 되니, 댄스곡이 재즈같이 느껴졌다. 지나가는 길이어서 길게 듣지는 못했지만 같은 노래를 다른 편곡으로 들으니 새로운 노래처럼 들렸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저자인 기타리스트 김철연의 에세이를 읽으며 그날의 버스킹 공연을 한 뮤지션이 떠올랐다.

코로나로 삶의 많은 부분이 무너졌고, 공연이나 예술계는 더욱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사람이 있는 반면, 수십 년은 무명으로 살며 생활고에 음악 활동을 접어야 하는 사연 역시 기사나 매체를 통해 종종 보게 된다. 저자 역시 기타 레슨이나 공연으로는 생계가 되지 않아서 아르바이트나 계약직 업무를 하다 보니 어느 날, 기타를 잡는데 손가락이 너무 아팠다고 한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된 것이다. 기타로부터 멀어진 시간 동안 손가락의 굳은살이 사라진 것이다. 가슴 아프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터라 지금도 굳은살이 생겼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는 글을 읽는데, 그 감정이 내게도 보여서 뭔가 뭉클하고 안타까웠다.

평생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좋아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리고, 일이 되어버리는 순간 그동안의 좋았던 감정이 사라지기도 하니 말이다. 저자를 비롯한 상당수의 뮤지션들이 갖는 감정들 중 페이에 대한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얼마를 받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늘 있다고 하니 말이다. 오히려 매니저가 있는 뮤지션들이야 뮤지션 입에서 페이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먼저 수습을 할 테지만 말이다.

이 책 속에는 저자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비롯하여, 기타 레슨을 하며 겪었던 이야기, 공연비와 대관료 때문에 겪었던 아픔, 그리고 코로나 이후의 실제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떤 이야기는 웃프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즐겁기도 했고, 어떤 이야기는 안타깝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레슨생들이 악기를

자신의 삶 속에 두고 가까이했으면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악기를 연주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다 보면

자신의 몸과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알게 된다.

요즘같이 층간 소음 문제로 시끄러울 때에 과연 저자는 기타를 어떻게 연주할까? 내심 궁금했다. 아래층 아이가 고3이었던 1년간은 혹시나 방해가 될까 봐 스쿠터를 타고 강변으로 가서 혼자 연주를 하곤 했지만, 현재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 자신의 차 안에서 연주를 한다고 한다. (저자가 이사한 곳이 내가 사는 지역인지라, 급 우리 아파트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오늘 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여전히 두 마리 토끼(생활과 음악)를 잡는 저자를 묵묵히 응원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23-04-05 1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딩가딩가 기타의 꿈이 있습니다.

물론 기타도 없고 배우러 갈
여유도 없지만요 :>
뭐 꿈이란 게 그런 게 아니겠
습니까 그래.

나에게는 천상의 소리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소음일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 속에 우리는
사는가 봅니다.

명랑걸우네 2023-04-06 10:07   좋아요 1 | URL
그니까요~내겐 연주지만 타인에겐 소음 일 수 있다는 아이러니...그래서 저자가 선택한 장소가 주차장 본인 차안이 아니었나 싶기도요ㅎ 기타는 가능하지만 피아노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