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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생활자 ㅣ 안전가옥 앤솔로지 10
최현수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3월
평점 :
엄마랑 아빠는 마주 앉아 꿈을 꾸고 있었다. 그건 꿈을 보는 아이가 아니라도 알 수 있었다.
꿈이 꼭 미래 시제일 필요는 없구나. 과거의 기억이 꿈이 되기도 하는구나.
그리고 미래의 바람이든 과거의 기억이든, 꿈은 꿈이라는 사실만으로 퍽 아름다웠다.
이중생활자라는 제목의 책이 흥미를 자아낸다. 알고 보니 이중생활자라는 주제를 가진 스토리 공모전에서 수상한 다섯 작가의 작품이 담겨있는 앤솔러지라 할 수 있다. 각 소설들마다 자신의 색이 물씬 풍긴다. 초등학생이 주인공인 소설도 있고, 엄마와 딸이 주인공인 소설도 있고, 스님이 주인공인 소설도 있다. 이중생활자라는 단어 하나로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그중 기억나는 작품을 꼽자면 두 번째 등장한 드림 센스라는 작품과 부처핸접이라는 작품이다.
드림 센스는 지극히 내가 얼마 전에 읽은 책(한성 요괴 상점 속 두억시니)과 다녀온 곳(과천 서울대공원) 덕분에 더 집중해서 읽었던 작품이었다. 체험학습을 가서 마주한 맥의 우리에 손을 집어넣었다가 물리고 만 이설. 선생님이 하지 말라는 짓을 했기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체 물린 상처를 수습하려고 한다. 근데, 상처는 사라졌지만 몸에 이상반응이 생긴다. 바로 귀 뒤로 더듬이 한 쌍이 나온 것이다. 그날 이후로 설의 눈에 자꾸 이상한 게 보인다.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앞자리에 앉은 김도윤의 머리 위로 뭔가 이상한 풍선 같은 모양의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입안 가득 단내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갑자기 학교 안에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아이들이 하나 둘 아프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하는 일도 벌어진다. 그중 하나가 도윤이었다. 도윤과 친하진 않았지만 바로 앞 동에 살기도 하고, 도윤의 머리 위로 올라온 이상한 것들의 정체도 궁금했던 설은 도윤의 집에 갔다가 화식조라고 불리는 담임 하신재를 보게 된다. 그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도윤의 머리 위로 올라온 달큼한 것은 도윤의 꿈이었고, 맥에게 물린 후(신수인 맥의 선택을 받은 것), 이설은 꿈을 감지하는 감각자가 된 것이다. 과거에는 괴갑사라고 불렸던 감각자들의 임무는 꿈을 빼앗는 요괴 두억시니로부터 꿈을 지키는 일이다. 물론 화식조 역시 감각자 중 한 사람이었다. 과연 화식조와 설은 두억시니로부터 꿈을 지킬 수 있을까?
아마 아이들과 함께 간 동물원에서 캥거루를 보고 싶다는 큰아이를 따라 그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면, 화식조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생긴 게 너무 기묘했고, 무서울 정도로 특이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던 화식조는 외모 덕분에(?) 이름까지 알게 된 케이스였다. 내가 본 화식조는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그것도 두바이랑 사자를 비롯한 여러 마리의 동물들을 주고 교환한 종이였다.) 화식조였다니... 아마 그래서일까? 이 책 속에 등장한 담임선생님의 별명이 더 와닿았던 것 같다.
그 밖에도 치매에 걸린 주지스님 법해가 빚을 지고 잡힌 절을 구하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상금이 5억 원인 오디션 프로그램 샤워 미 더 머니에 출연하게 된 지거스님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부처핸접은 랩이나 오디션 프로그램에 흥미가 없는 나조차도 빵 터지면서 읽었던 작품이었다. 자신이 스님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파계 당할 것을 걱정해서 가발을 쓰고 오디션에 참여하게 된 지거는 템플스테이를 한다는 명목으로 잠깐 머물다 떠난 한물 간 래퍼 무량과 오디션장에서 조우한다.(무량은 심사위원이자 마스터였다.) 결국 인기 많은 참여자들을 놓치고 무량에게 남겨진 팀원 중 하나가 바로 지거라는 사실이다. 문제는 5억의 상금을 낸 아수라 그룹의 CEO 영건이 얼마 전 절을 찾아와 협박을 일삼은 그 인간이었고, 맑은 정신으로 돌아온 법해 스님이 관음전 아래 악귀들이 갇혀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는 사실이다. 과연 지거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우승을 하여 5억을 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절을 지키는 것은 물론 악귀들로부터 세상을 지킬 수 있을까?
이중생활자라는 모습으로 지구 속의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 물론 그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는 사실. 물론 먹고살아야 하기에 또 다른 직업을 가지고 밥벌이를 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왠지 힐끗 주변을 보며 내 나름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더 흥미로웠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