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착각 - 몸과 마음에 대한 통념을 부수는 에이징 심리학
베카 레비 지음, 김효정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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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읽는 순간, 잘못 읽었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이가 드는 건 당연한 것이고, 진실인데 왜 "착각"이라는 단어가 쓰인 걸까 싶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놀랐다.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꽤 오래 다닌 직장의 퇴사를 앞두고 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앞자리가 두 번이나 바뀌었으니 적지 않은 시간이었다. 퇴사 후 이직을 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한데, 자기 계발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이직을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공부라는 데 방점이 있다. 그러다 보니 걱정이 앞섰다. 나이가 들어서 하는 공부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머리도 머리고, 체력도 안되고... 여러 가지 부정적인 생각들과 함께, 적지 않은 나이에 이직이 과연 쉬울까? 하는 생각 또한 들었다. 둘 다 부정적인 생각들이다. 그래서일까? 이 타이밍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내게 행운이었던 것 같다.

저자는 노화 심리학을 연구한 전문가다. 그런 그 조차 자신의 경험에서 은연중에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떠올리고, 그렇다고 판단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아무리 그래도, 자신은 그러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저자는 궁금했다. 정말 나이가 들면 젊은이보다 모든 능력이 떨어지는 게 당연한 걸까? 하고 말이다.

우선 저자는 노인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5가지 단어를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다. 놀라운 것은, 가령 "굼뜨다. 고집불통이다. 노쇠하다" 등 부정적인 단어를 떠올리는 사람과 "깊이 있다. 현명하다. 너그럽다" 등 긍정적인 단어를 떠올린 사람의 능력에 차이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이의 차이가 아닌 연령 인식의 차이 말이다.

책 속에는 100세에 가까운 나이에도 현업에 종사하는 인물들이 상당수 등장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나이를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스로 나이의 한계치를 두지 않기에 그들은 여전히 자신의 일을 찾아서 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그린 나이에 관한 선입견은 체화된 것이 아니기에 바꿀 수 있다고 말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노인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이 깊어졌다. 나 역시 노인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아이러니한 것은 사람은 나이가 들면 누구나 노인이 되지만, 그를 인식하지 못하기에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문제는 내가 당장 노인이 아니더라도,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기저가 깔린 상태가 지속되면 나 역시 그렇게 바뀐다는 사실이다.

한참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제목의 노래가 히트를 쳤다. 왜 그 노래가 유독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을까? 우리 사회가 나이에 대한 깊은 편견과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살펴본 가사에는 사실 나이가 많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담겨있긴 하다.)

나이에 대한, 노인에 대한 생각만 바뀌어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난다. 저자는 다양한 실험군을 조사하고, 비교하며 결론에 이르렀다. 긍정적인 연령 인식 하나만 가지고도 몸과 마음의 회춘이 일어난다. 모든 것은 내 인식에 달렸다. 원숙하게 익어가는 나이듦의 과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자. 거기서부터 변화는 시작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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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그림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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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놀라운...! 읽으면서 반해버렸다. 우스케라는 이름도 제대로 각인이 되어서 전 작에도 관심이 생겼다. 이 작품은 단편소설이기도, 장편소설이기도 하다. 아주 묘하게 이상한 작품이다. 4개의 챕터의 작품들만 봐도 이야기가 된다. 근데, 4개의 작품이 하나로 모이면 또 이어지고 마지막에 "대박!"을 외칠만한 이야기로 연결된다. 그렇게 보면 장편소설인지도 모르겠다. 표지부터 아주 특이하고 이상하다. 표지에 동그랗게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첫 장을 벗겨내면 속에 또 그림이 있다. 마치 예전에 스크래치 북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오컬트 동아리 사사키 슈헤이는 오랜만에 후배 구리하라를 만난다. 구리하라로부터 한 블로그를 소개받았다.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알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섭다는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미 몇 년 전의 글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글이 올라오지 않는 블로그의 주인은 자신을 나나시노 렌이라고 소개한다. 일상의 글이 담겨있는데, 아내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아내의 사망에 관한 글이 전부다. 그리고 무슨 비밀을 안 것인지 돌연 블로그를 그만하겠다는 글이 남아있다. 둘은 이 블로그의 비밀을 파헤치고 싶다.

한 남자가 산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는 미술교사인 미우라 요시하루였는데, 휴일을 맞아 산에서 야영을 하다가 관리인에게 발견된다. 마지막까지 그와 접촉한 사람은 3명이다. 아내와 제자 가메이도 유키, 친구 도오카와 노부오. 하지만 유력 사망시간대에 알리바이를 다들 가지고 있었다. 하필 관련 사건을 취재하던 L 일보 기자 구마이 이사무가 암으로 사건에서 빠지게 되면서 사건은 묻히게 된다. 구마이가 취재부에서 총무부로 자리를 옮긴 후, 신입사원 이와타 ??스케가 입사한다. 그 역시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고졸이라는 학력이 발목을 잡는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미우라에게 많은 신세를 졌던 이와타이기에 은사의 사건을 다시 파헤치고자 하는 마음을 먹는다. 그 사건의 취재기자가 사수인 구마이였다는 사실을 힘입어 그는 은사가 살해된 날과 똑같이 행동하며 사건을 재확인코자 한다. 미우라가 사망한 곳에 올랐을 때 마지막으로 남긴 그림과 다른 점을 깨닫게 되는 이와타. 사건의 범인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하지만, 그 역시 미우라오 같은 모습으로 살해된 채 발견된다. 과연 이와타는 누구에게 살해당한 것일까?

작품들은 시간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지 않다. 또한 어떤 작품에서는 주인공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의 접점이 등장한다는 사실! 그 접점을 토대로 앞에서의 인물이 다음 작품의 누군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더 흥미로워진다. 다른 추리소설과의 차별점이라면 제목 그대로 그림이 여러 장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 그림의 공통점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는 부분을 책보다 앞서서 추리한다면 더 재미있게 책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팁이라면... 선입견을 버리라는 것이다. 나 역시 그 부분에서 무릎을 쳤다. 엄마와 어머니. 정도라면 힌트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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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바 서리 소동
이미정 지음, 양세근 그림 / 소담주니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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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나고 자랐기에 서리를 해 본 적이 없다. 반면,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남편은 서리에 대한 경험이 있었다. 지금이야 힘들게 가꾼 농작물에 대한 절도죄가 성립하지만, 그 당시는 서리를 해도 동네 사람들인지라 서로 얼굴 붉히기 보다 어렸을 때 으레 하는 짓이라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검게 그을린 피부를 자랑하며 교실에 등장한 민재는 의기양양하게 자신이 시골에서 겪은 수박 서리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머리보다 큰 수박을 들고뛰었는데 잡히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친구들은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 나도 그런 용기가 있다는 승부욕이 일어난다. 4인방인 태민(나)과 윤호, 준서, 마루는 민재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들의 용기를 시험하고 싶어진다. 도시인지라 주변에 서리할 곳이 마땅치 않던 차에 무지개 슈퍼에서 수박바를 서리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나누는 4인방. 제비뽑기로 첫 타자를 선택한다. 내심 자신이 걸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던 중 제일 약하다 생각했던 친구 준서가 1번 타자로 뽑히게 된다. 당연히 실패할 거란 예상(그럼 모두 안 해도 되니까)과 달리 준서는 한 번에 성공하게 된다. 결국 4명 모두 성공을 하지만, 그날 이후부터 친구들은 무지개 슈퍼에 가기를 꺼려 하게 된다. 결국 네 친구 모두 무지개 슈퍼 주인 할아버지를 볼 면목이 없어서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아이들은 저마다의 지혜를 짜내기 시작한다. 본인들이 서리한 아이스크림을 사다 넣는 방법, 몰래 현금을 두고 나오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들이 나왔지만 어느 하나 실행이 쉽지 않았다. 혹시나 주인 할아버지가 혼을 내거나 부모님께 이야기를 하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슈퍼 주위를 살피게 되는 4인방. 어느 날, 가게에 이상한 기운이 포착되었다. 손님들이 슈퍼에 들어갔다가 그냥 나오는 것이었다. 하루 종일 슈퍼를 지켜보고 있었던 아이들이기에 할아버지가 나오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용기를 내서 슈퍼에 들어가는 아이들은 창고 한 편에 쓰러져있는 주인 할아버지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야기의 결론은 우리가 예상하고 있는 그대로였다. 물론 그 안에 숨은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잘못을 하고도 죄책감조차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책 속의 아이들은 잘못을 한 그날 이후부터 불안해하고 고민하기 시작한다. 잘못을 하고 그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것 역시 용기가 필요하다. 아니 잘못을 했을 때 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진정한 용기에 대해, 함께 사는 사회에서의 배려 그리고 잘못된 생각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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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사과
최인 지음 / 글여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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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큼 내용도 신선했다. 첫 장면은 토마토에 대한 역사 속 토마토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등장한다. 최음제로 사용된 맨드레이크와 닮았다는 이유로 토마토를 먹으면 늑대로 변한다는 말도 안 되는 악명을 씌웠다고 한다. 현재는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토마토의 웃픈 과거라 할 수 있겠다.

탈북인이자 소설가인 주인공 표기(키즈). 남한으로 넘어와서 소설을 쓰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저조하다 못해 출판사에 작품을 기고하지만 퇴짜를 맞기 일쑤다. 그런 그가 이번에 쓰고 있는 작품은 흡혈귀 샐러리맨의 이야기다. 우연히 SNS를 통해 알게 된 알즈라는 여인과 원나잇을 즐기게 된 키즈. 문제는 그날의 기억이 흐릿하다는 것이다. 물고 뜯은 기억은 있지만, 함께 밤을 보낸 기억은 없으니 말이다.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 1년 만에 재회한 알즈는 그에 대한 상당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키즈가 쓰고 있는 소설에 관한 이야기까지 말이다. 도대체 어디서 정보가 샌 것일까 싶을 정도다. 그런 키즈에게 알즈는 한 가지 제안을 한다. 피 맛보기 밴드에 관심이 있냐는 말이었다. 키즈는 사실 소설을 쓰면서 자꾸 막혔다. 그래서일까? 그는 자신이 경험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 리얼한 표현을 할 수 없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 속에 있었다. 그의 고민을 어떻게 알았는지, 알즈는 표기를 늑대의 사과라는 카페에 초대한다. 표기는 키즈라는 닉네임을 갖게 된다. 섹티가 아닌 피티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 속에서 청일점이 된 키즈는 그렇게 흡혈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늑대의 사과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우선 키즈는 피 맛을 알고 싶었다. 샐러리맨이 본 피 맛 말이다. 첫 타자는 바로 알즈였다. 그들은 서로의 몸 여기저기를 깨물며 피 맛을 본다. 알즈의 피 맛은 상큼했다. 그렇게 카페의 회원들과 피티를 즐기기 위해 약속을 잡는 키즈. 그러던 중 탈북인 친구 남조의 동생 남애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는 표기. 남조가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사라져서 경찰이 찾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남조의 이야기를 접한 후, 키즈는 샐러리맨이 여중생의 가슴을 물었다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지만 이번에도 막히고 만다. 카페 회원 중 중학생이 있다는 소식에 그녀를 만나는 키즈. 그리고 소설이 다음 내용을 쓰기 시작한다. 그뿐만 아니라 샐러리맨의 연애와 사랑, 주식 투자 실패 등의 감정을 느끼고 싶었던 키즈는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 또한 같은 경험을 하기 시작하는데...

물론 리얼한 체험을 글로 옮겨서 더 실제적인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키즈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글쎄... 꼭 경험을 해봐야만 글을 쓸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그렇다면 살인에 관한 작품을 준비하는 작가는 실제 살인을 경험해야 한다는 걸까? 하는 생각에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렸다. 작품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체제와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가 키즈와 남조를 그런 식으로 몰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해보았다. 적나라한 용어들이 실제로 등장하고, 카페 회원들 간의 카톡과 같은 대화 내용 중 다양한 이모티콘들이 등장하는 것조차 구체적으로 적혀있어서 그런지 더 실제적이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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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여름이 닿을 때
봄비눈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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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콩닥콩닥 풋풋한 설렘과 조마조마하는 마음 그리고 눈물이 핑 도는 사랑을 모두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이 얼마 만에 느끼는 연애의 설렘인가? 나는 이런 사랑을 못해본지라, 읽으면서 부럽기도 하고 또 책을 통해 이렇게나마 간접 경험을 했으니 그게 어딘가... 싶기도 하다.

대학 시간강사 백여름은 겨울 마지막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다. 오늘은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 태형과 웨딩드레스를 보러 가기로 한 날이다. 열렬히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조건이 맞는 그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여름. 다음 학기부터 여름과 전공이 겹치는 교수가 임용되었기에 더 이상의 강의 자리를 없다. 늦을까 봐 종종걸음을 치는 중, 태형으로부터 일이 늦어져서 함께 드레스를 보러 못 가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리액션이 서툰 그와 같이 보는 것보다 차라리 혼자 보는 게 낫겠다는 마음을 먹고 내려가던 중, 환한 불빛과 함께 머리의 뜨거움을 느낀다. 그리고 깨어난 곳은 카페다. 그날 그녀는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BCD 카페로 이동한다. 탄생(Birth)과 죽음(Dead) 사이의 그 무엇은 과연 선택(Choice)일까, 기회(Chance)일까? 저승으로 이동하기 전 1년간의 삶의 시간이 허락된다고 한다. 자신의 삶에서 다시 살아보고 싶던 그 1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한다. 그렇게 여름은 23살 그 여름을 선택한다. 여름의 첫사랑이었던 유현을 만났던 그때로 말이다.

과거 유현과의 기억은 이렇다. 여름이 선택한 그날은 MT를 위해 혜지와 함께 답사를 가기로 한 날이었다. 생리통으로 몸이 불편했던 혜지 때문에 혼자 길을 나선 여름은 바로 앞에서 버스를 놓친다. 잠시 후 한 남자가 여름에게 말을 걸어온다. 알고 보니 1년 선배인 약학과 학생이었다. 그날 하루를 함께 보낸 후, 그들은 서로 아는 사이가 된다.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유현이 싫지 않았지만, 여름은 1년 넘게 사귄 남자친구 선우가 있었다. 학과 선배인 그는 예의 바르고 그녀를 많이 아껴주는 사람이었지만, 그에게 사랑의 감정이 있진 않았다. 하지만 유현은 달랐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여름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취업 준비로 힘든 선우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유현과 선우 사이에서 갈팡질팡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몰랐다. 결국 유현을 밀어내는 여름. 하지만 잊을 수 없었다. 취업 합격 발표를 들은 날, 여름은 선우에게 이별을 선언한다. 그리고 유현을 만나러 가지만, 유현을 찾을 수 없었다. 그녀가 들은 얘기는 같은 학과 친구와 함께 유학을 떠났다는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렇게 유현과의 인연은 끊어진다.

어차피 죽은 것. 여름은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행동하기로 한다. 유현과의 관계를 다시 바로잡기 위해서다. 그리고 답사 날로 돌아간다. 유현을 다시 만나게 되고, 유현과 시간을 보낸다. 이미 마음을 정한 여름은 선우에게 헤어지자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유현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로 한다. 근데, 왜일까? 유현이 자꾸 여름을 피한다. 유현과 함께 듣기로 한 심리학 수업에서 한 학생이 유현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온다. 여름이 보기에도 너무 매력적인 그녀. 심리학과 학생인 가을이었다. 여름을 불안해진다. 가을에게 유현을 빼앗길까 봐... 함께 MT를 가기로 한 날 아침, 교수들의 불참으로 여름의 철학과와 유현의 약학과가 조인을 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날, 유현의 마음을 듣게 되는데...

콩닥콩닥 연애의 기쁨을 알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여름에게는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는데, 유현은 그것을 모르는 거 같아서 내가 더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드러나는 그녀와 그의 이야기. 책의 대부분은 여름의 관점에서 쓰인 이야기다. 마지막에 가서야 알게 되는 유현의 이야기가 너무 가슴 아팠다. 예상치 못한 반전 앞에서, 두 마음이 공존했다. 첫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여름과 유현의 사랑이 더 가슴에 와닿았던 걸까? 아름다운 첫사랑의 기억을 색다른 소재를 통해 만날 수 있어서 흥미롭고 설레는 시간이었다.

내 감정보다 타인의 감정에 수동적으로 움직이던 여름에게 선물처럼 주어지는 1년. 그렇기에 더 소중했던 그 시간을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채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어찌 보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언젠가를 위해 아껴두기 보다 오늘을 위해 과감히 행동해 보자. 오늘은 오늘 일뿐이고, 다시 오지 않는 소중한 시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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