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일의 공부법 수업 - 인생의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수업 수업 시리즈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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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퍼센트 완벽하게 준비하면 어떤 부분에서 20퍼센트를 골라 문제를 내도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60퍼센트 정도만 공부하고는 100퍼센트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공부하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생각의 오류입니다.

어쩌다 좋은 결과를 낼 수는 있지만 계속 그런 일이 일어나기는 힘들고,

그런 패턴으로 공부하면 결국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공부가 힘든 이유이지요.

제가 공부의 양이 대지를 푹 적시고도 남아 흘러내리는 빗물과 같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이 책은 2020년 나온 한동일의 공부법의 개정판이다. 첫 책인 라틴어 수업이 베스트셀러였어서 언젠가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구입했다. 그다음 출간된 로마법 수업 역시 같은 이유로 소장 중이지만 아직 책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후에 나온 "믿는 인간에 대하여"를 먼저 읽게 되었다. 참 좋았다. 그 책을 통해 사제였고, 최초의 변호사라는 이력에 대해 알게 되었다. 구면이긴 하지만, 제목을 보고 살짝 고민이 되긴 했다. "공부법"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공부는 평생 하는 거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는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공부에 대해서는 한 발 떼는 경향이 있지 않나? 그래서 제목 속 공부법은 왠지 중, 고등학생에게 어울리는 단어같이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그가 공부법에 대한 책을 냈을까 하는 생각 또한 들었다.(앞 두 권의 책을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고 싶다.)

다행이라면, 이 책은 소위 말하는 족집게 과외나 실제 성적을 올리기 위한 암기법 대공개! 등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랫동안 공부하는 노동자로 살았던 그의 인생과 경험이 묻어있는, 지극히 사소하지만 지극히 정도를 걷는 공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실 저자의 이력쯤 되면 잘난 척을 해도 될 것 같았다. 내가 이러이러한 사람이야...라는 척 말이다. 하지만 책 속에 담긴 저자의 성정은 공부법에도 묻어나듯이 겸손하고 또 겸손했다. 그 어려운 공부를 해냈음에도 그저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하는 노동(공부)를 직장인처럼 했다는 표현을 쓰니 말이다. 아파도, 기분이 나빠도 직장인은 자기의 감정대로 퇴근하지 않는 것처럼, 자신 역시 공부하는 노동자의 입장으로 꾸준히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알아듣지 못하는 수업 시간에 자리를 지키자는 목표를 가지고 수업에 충실했던 저자는 책을 통해 요행을 바라지 말고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몸에 인이 박히듯 공부 습관이 생긴다고 이야기한다. 인이 박히고 나면 한결 수월해지듯, 공부 역시 몸의 인식이 중요하다고 한다. 내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는 우선 자리를 지키고 꾸준히 해볼 때 야 깨달을 수 있단다.

쉽게, 요행을 바라고, 짧은 노력을 들여서 성취를 보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들었다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마치 국 영 수 중심으로 공부했다는 수능 만점자의 이야기같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사실을 한동일 만의 방법으로, 자신이 겪어낸 이야기로 풀어낸 책을 한 장 한 장 읽으며 이렇게 했기에 그는 그 어려운 공부의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 다녔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 저자의 책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봐야겠다. 그리고 나만의 공부법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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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슬 수집사, 묘연
루하서 지음 / 델피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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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살리고자 하는 의지가 의사가 아니라 너희에게 있었구나. 
그 덕분에 귀중한 생명이 살 수 있었다.
세상에 이슬 집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오늘에서야 비로소 인정하게 됐군."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혼자 세상을 뜨려 했다. 더 이상의 희망도, 지켜야 할 사람도 없으니 말이다. 사라져 버린 아버지를 평생 그리워하다 세상을 뜬 엄마. 그마저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이용당하기만 하고, 속을 줄 알면서도 호구처럼 당하기만 한 엄마를 보고 너무 답답했다. 하지만 그렇게 착한 엄마의 마지막 장례비용조차 없어서 그렇게 보내버린 후, 이안은 더 이상 삶에 대한 미련이 없었다. 세상을 저주하고, 사라진 아버지를 저주하며 죽어도 발견되지 않을 으슥한 골목에서  목숨을 끊으려는 순간,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할아버지라는 사람이 이안을 찾아온다. 생전 엄마로부터 할아버지의 이름 문현남을 들었던 이안. 그에게 3개월간의 집 사일을 부탁하는 할아버지 현남은 대가로 30억을 주겠단다. 돈에 궁해서 엄마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했기에 이안은 현남의 제안이 말도 안 된다 생각하면서도 결국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들어간 대저택 미다스. 이 저택의 주인이 이안과 비슷한 또래의 여자라니 배알이 꼴린다. 20대 묘연 앞에서 예의를 갖추는 현남의 모습을 보니 더 화가 난다. 근데 이 여자를 모셔야 한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아침이 되자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근데 그 고양이가 전날 본 미다스의 주인 여자애라니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현남의 말대로 자신이 친손자라는 사실을 함구하는 이안에게 묘연은 계약서를 내민다. 그가 할 일은 이슬을 수집하는 것인데, 이슬은 사람들이 살면서 가장 후회가 되는 일이 떠오를 때 자신도 모르게 흘리게 되는 후회의 눈물을 말한다고 한다. 다음 날 루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이안과 묘연. 루인은 죽음을 앞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루인의 결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해서는 안 되지만, 이야기를 나눌 수는 있다. 단, 루인이 생전에 익숙해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바뀌어서 말이다. 

 불치병에 걸린 엄마를 두고 자살을 하려는 딸, 기계에 손이 껴서 사망할 예정이었지만 목숨을 구한 청년, 사업에 실패하고, 아내마저 바람이 나서 자신을 떠나려 하는 상황에서 딸을 잡을 용기가 없어 자살을 하려고 마음을 먹은 아버지, 길냥이를 지키기 위해 또래 아이들에게 폭행을 당해 죽음을 앞둔 학생 등 책 속에는 각자의 사연 속에서 저마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슬을 수집하면서 묘연과 현남의 과거를 듣게 되는 이안. 

 생각지 못한 반전 앞에서 허를 찔렸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얽혀있는 진한 인연의 끈은 시작은 악연이었을지언정 끝까지 악연은 아니었다. 저승사자나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색다른 느낌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흥미롭고 한편으로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동적이기도 했다.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버리려 했던 이안인지라 죽음을 앞둔 사람의 심정에 더 공감할 수 있었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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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투자를 위한 선한투자의 법칙 - ESG가 돈이 되는 순간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7
홍기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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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선한"이라는 단어에 눈이 같기 때문이다. 투자와 선한은 왠지 상충되는 이미지다. 거기에 성공이라는 말이 붙으니 선한과는 더욱 거리가 있어 보인다. 과연 성공투자와 선한 투자가 겹쳐질 수 있을까?

요즘 기업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ESG라는 용어가 종종 눈에 띈다. ESG를 검색하면 "지속 가능한"이라는 단어가 먼저 등장한다. 도대체 ESG가 뭘까? ESG는 E(Environmental, 친환경) S(Social, 사회적 가치가 있는) G(Governance, 공공경영)의 약자로 기업 경영에서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비재무적 3가지 핵심요소를 말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낯설거나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사실 ESG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남양유업 불매운동이나, 제품 생산에 유해 물질을 뿜어내는 기업들에 대한 불매운동 등과 같이 우리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윤리 등에서 기업이 추구해야 할 장기적 관점의 경영을 의미한다.

ESG가 왜 필요한 것일까? 우선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가격차이가 크지 않거나, 가치가 있다고 느껴졌을 때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고, 그런 제품을 구입한다. 기업의 사회적 활동 역시 그렇다. 기왕이면 사회적으로 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의 제품에 더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하지만 ESG는 뚜렷한 수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투자자의 입장에서 ESG에 투자하는 돈은 버리는 돈같이 느껴질 수도 있다. 당장에 수익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보자면 시장에 맡겨둘 경우, 누구도 선뜻 투자하려 하지 않는 입장이 있기에 금융이 ESG를 실천하도록 기업을 강제하고 있다.

이 책에는 포괄적이고 윤리적인 의미에 ESG에서 벗어나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ESG에 대한 실제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떤 면에서는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서 전문적이기도 하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기업의 ESG의 어떤 면을 바라보고 투자를 해야 할까? 기업이라면 투자를 받기 위해 ESG의 어떤 면을 부각시켜야 할까?

책에서는 몬산토의 사례가 여러 번 등장한다. 세계 1위의 GMO 기업인 몬산토는 2016년 바이엘에게 매각되었는데, 문제는 몬산토가 DDT 등의 유해 물질을 제품 제조에 활용했다는 데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몬산토가 활용한 제초제에 맞서는 더 강력한 해충이 등장하게 되었고 살아남은 해충들로 인해 종자를 잃는 사태가 일어난다. 그 일로 손실을 본 농부들의 자살 사태가 일어난다. 2015년 WHO가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이후 100여 명의 원고로부터 소송이 걸린 시점에서 바이엘은 몬산토를 인수한다. 그리고 2주 후 캘리포니아 법원으로부터 징벌적 판결을 받게 된다. 과연 바이엘은 몬산토의 상황을 모르고 인수를 했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상황 상 바이엘의 투자자들 또한 몬산토의 상황을 알고 있었을 테지만, 이 사건이 이렇게나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는 데 있다. 그만큼 ESG를 고려하는 게 쉽지 않다는 방증이 되겠지만, 한편으로는 꼼꼼히 따져봐야 할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특정한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모범답안은 아니다. 하지만 그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전문가로서 확인해 볼 여러 방법과 전략 등을 자세히 소개해 준다. 성공투자를 위한 선한 투자의 법칙을 통해 ESG의 가치의 중요성과 투자에 대한 감각을 익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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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 - 허무의 늪에서 삶의 자극제를 찾는 철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32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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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명강 시리즈를 좋아하고, 꾸준히 읽고 있다. 저자의 이름이 낯이 익어서 보니 세 번째 만나는 서가명강 철학 시리즈였다. 에리히 프롬과 쇼펜하우어에 이어 이번에는 니체다. 니체는 내겐 참 친해지기 어려운 철학자다. 그렇다고 니체와 관련된 책을 안 읽은 것도 아니다. 클클 시리즈에서도 만났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읽었고, 니체를 연구한 철학자의 저서도 읽었고, 그와 관련 있는 책도 여러 권 마주했는데도 마주할 때마다 새롭고 낯설다. (아마도 니체에 대해 처음 마주한 "신은 죽었다."라는 문장 자체가 주는 충격 때문에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게 되었는데, 실제 뜻을 마주하고 나서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지금으로 보자면 아주 어린 나이인 20대 초반에 이미 교수로 임용된 니체는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기도 했다. 왠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철학자이기에 이 책에 두 글자 "예술"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왜 자꾸 니체 하면 고지식하고, 고집불통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것 같았다. 근데 그가 얼마나 예술을 사랑하고, 모든 가치와 학문 중 우선순위로 예술을 두었는지는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니체의 저서 "비극의 탄생"을 중심으로 니체와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룬다. 놀라운 것은 니체가 이 책을 28살에 썼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인물에는 박찬국 교수가 서가명강에서 이미 다룬 적이 있는 쇼펜하우어가 있다. 그의 철학에 대해 니체는 초반에는 동조하고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이후 생각이 바뀌어서 그의 철학과의 이별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니체는 우상격으로 좋아했다가 추후에 돌아서는 경향이 여러 번 있었던 것 같다. 음악가 바그너와의 관계 역시 그랬다.

니체는 예술을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으로 이야기하는데, 디오니소스적인 예술에의 심취에 더 가치를 둔다. 저자는 예술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예를 들어 설명한다. 바로 BGM에 관한 내용이다. 우리가 영상이나 자막을 볼 때 과연 그 분위기를 깊이 있게 느끼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모르겠다면 공포영화를 상기시켜보자. 우리가 공포를 느끼는 것은 내용일까, 음악일까? 가볍게 생각하는 예술의 힘을 알 수 있는 예가 될 것이다.

이 철학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다름을 느낀다. 맥락만 보자면 현대인들의 생각과 대척점을 가질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것이 그는 경쟁을 긍정적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회주의나 평등의 개념이 오히려 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봤다. 여기서 끝났다면 니체의 철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긍정할 사람이 많지 않을 듯싶은데 저자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느끼는 허무와 고통 등의 비극적 감정들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설명한다.

니체는 오히려 욕망을 인간과 문명의 발달을 위해서 필요한 동력이라고 본다.

인간이 이룩한 모든 위대한 업적과 성취는 욕망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위대한 것을 성취하기 위해 고통을 기꺼이 감수한다.

이 책을 통해 본 니체는 위로보다는 호통을, 당근보다는 채찍을 통해 약해빠진 마음을 강하게 갖기를 종용한다. 오히려 허무와 고통을 장애로 여기며, 장애를 극복해야 강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렇다고 욕망의 노예가 되는 것도, 욕망을 억누르고 금기시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욕망을 적절히 조절하여 마침내 강한 인간이 되는 것. 그리고 그 강함은 비극과 같은 현실 세계의 장애들을 이길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들을 그리스의 비극과 같은 예술에서 찾았다.

서가명강 32번째 수업을 통해 비극의 탄생과 그 안에 담긴 니체의 철학을 새롭게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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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라와 아키라
이케이도 준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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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케이도 준의 작품을 만났다. 처음 만났던 작품(한자와 나오키)처럼 이번에도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제목이 되었다.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젊은이 아키라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이름과는 달리 그들의 삶의 시작은 확연히 달랐다. 대형 해운회사의 재벌 3세로 태어난 금수저 가이도 아키라와 부도로 외가인 이와타까지 쫓겨가서 살게 된 흙수저 야마자키 아키라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야마자키 프레스 공업이라는 영세한 공장을 경영하던 아버지 고조가 사업에 실패한 후, 야마자키 아키라의 가족은 이와타의 외할아버지 댁으로 오게 된다. 상점가에서 장사를 하던 외할아버지와 외삼촌 그리고 재취업을 한 아버지 덕분에 아키라는 어렸을 때부터 장사와 기업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자라난다. 그리고 얼마 후 대형 슈퍼가 들어오는 개점일 당일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가 단상에 있는 것을 본다. 그 둘은 이렇게 처음 만나게 된다.

평생 롤 모델이었던 할아버지 가이도 마사쓰네가 갑작스럽게 사망한다. 사망 전에 가이도 아키라의 아버지이자 장남 가즈마와 스스무, 다카시에게 사업 분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던 할아버지는 그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사망한다. 그리고 그 후 진흙탕 싸움이 시작된다. 실제 경영에 대한 수업을 제대로 받지 않은 두 삼촌 스스무와 다카시는 모기업인 도카이 해운의 주식을 넘기는 대가로 자신들의 휘청이는 사업 인수를 형에게 요구한다. 결국 도카이 상회와 도카이 관광을 인수하게 된 아키라의 아버지 가즈마. 아버지가 사업을 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가이도 아키라는 경영자로의 철학을 가지게 되는 한 편, 돈 때문에 의가 상하는 삼 형제의 모습을 보고 착잡함을 느낀다.

한편, 공장이 도산한 후 재취업을 하게 된 아버지 고조가 다시 비슷한 사건에 연루되는 모습을 보며 기울어진 집안 형편 때문에 취업을 하기로 한 야마자키 아키라. 워낙 출중한 성적 때문에 담임교사는 대학 진학을 권유한다. 어린 시절부터 은행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던 야마자키 아키라는 결국 대학 진학 후 은행에 취업하게 된다. 우연의 일치일까? 가이도 아키라 역시 가업을 이어받는 대신 자신만의 길을 가기로 결심하게 되고 둘은 같은 은행에서 만나게 되는데...

어쩌면 뻔한 히스토리로 진행된다 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케이도 준의 소설을 읽으며 마음이 놓이고 따뜻해지는 이유는 결국 진실은 승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름의 두 사람이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일을 처리해가는 모습을 마주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어린 시절의 고통스러운 상처가 긍정적인 방식으로 극복되고 표현되는 장면에서는 나 또한 감정이입이 되며 울컥하기도 했다. 독한 시집살이를 겪은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더 혹독하게 시집살이 시킨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지 않는가? 현실을 이렇지만 책 속 현실은 달라서 더 고개가 끄덕여졌다. 적어도 작품 속에서만이라도 모두가 꿈꾸는 그런 이야기가 펼쳐지면 좋겠으니 말이다.

1970년대부터 30년간의 일본의 경제사가 책 속에 담겨있기에 소설 속 이야기와 함께 일본 경제사에 대해 이해하는 것도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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