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번째 서가명강의 주제는 수의학이다. 바로 동물과 관련된 내용이 펼쳐진다. 책 표지를 보는 순간, 불편한 진실이 등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동물실험 말이다. 물론 책 속에는 동물 실험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그에만 초점을 맞추어져 있진 않았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동물 실험을 통해 희생된 동물들의 고마움을 알아달라는 것과 함께 동물 실험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의 이야기다. 임상실험 전에 동물실험을 통해 관련 제품(대부분 의약용품)에 대한 안정성이 검증되어야 한다는 정도의 기본적이고 얕은 지식만 가지고 있었는데, 책 속에서는 우리가 사용하는 의약품이 우리 손에 오기까지 필요한 혹은 실험해야 하는 내용이나 실제 사용된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했는데 읽는 내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의약품 개발에서 처음부터 동물실험이 등장한 것은 아니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안정성을 검증하는 용도로 동물실험이 강제화되었다. 과거 임신 중 입덧 방지 효과가 있는 검증되지 않은 약물로 인해 이를 섭취한 임신부들의 기형아 출산이 큰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코로나19 백신뿐 아니라 당뇨병 환자들의 치료약인 인슐린 등의 개발에 동물들이 기여한 공은 참 컸다. 특히 동물실험에는 늘 같은 동물이 사용되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특정 병에 대한 치료약의 개발의 경우 관련 질병을 앓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하다 보니 해당 질병과 관련된 장기 혹은 같은 질병을 앓는 동물이 사용된다고 한다. 만약 그런 동물이 많다면 상대적으로 확인이 빠른 동물이 이용된다. 가령 이번 코로나19 백신의 경우는 보통 많이 사용되는 생쥐가 아닌 햄스터와 페럿이 많이 이용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생쥐는 코로나19에 감염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햄스터와 인간의 호흡기관과 유사한 형태를 가진 페럿을 통해 백신 개발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 책에는 실험동물뿐 아니라 산업동물에 대한 내용도 등장한다. 미리 생산성이 높은 배아를 선별하여 수정시키는 방법을 통해 식량생산에 기여하는 동물들(우유 및 육류 등)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후각을 이용해 송로버섯 채취나 마약탐지견 등으로 활용하는 동물들의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의 과 동일한 질병을 가진 반려동물들의 경우 치료약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2019년 9월 미국 환경보호청은 2035년부터 원칙적으로 동물실험 금지를 선언했다. 그만큼 동물의 생명권 역시 중요하다는 인식이 생겼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제는 이용만이 아닌 공생을 생각해 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