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아팠다 - 위인들의 질환은 세계를 어떻게 바꾸었나
이찬휘.허두영.강지희 지음 / 들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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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 많은 질병들이 있다. 질병이 사람의 생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기도 하지만, 질병에서 파생된 다른 이유로 삶이 끝나기도 한다. 제목에서부터 센스가 넘친다. 니체의 작품명을 이렇게 이용하다니...!

세 개의 장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유명 인사들이 등장한다. 첫 번째 장에는 병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 병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두 번째 장에는 병을 극복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세 번째 장은 어떨까? 의학이 발달함에 따라 현재였으면 충분히 살 수 있었음에도 죽어간 과거의 인물들의 이야기와 달리 바로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인물들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놀라웠던 것은 이 책의 첫 부분에 등장한 마이클 잭슨 이야기였다. 그의 사인이 약물 과다 복용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주치의의 잘못된 처방 때문이라는 것은 이번에 알게 되었다. 더 놀랐던 것은 바로 그의 피부가 박피가 아닌 백반증이었다는 것이다. 나 역시 흑인인 자신의 피부를 바꾸기 위해 그가 여러 번의 박피를 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백반증 때문에 나타나는 반점들을 가리기 위해 선글라스나 장갑, 양산, 중절모를 착용했던 것이고 그를 위해 메이크업도 더 진하게 했다니...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학대를 겪었던 마이클 잭슨은 결국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백반증과 마음의 상처를 벗어나기 위해 먹었던 약물에 의해 사망한다. 나혜석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많은 교육과 경험을 한 나혜석은 기존의 관습을 벗어나고자 몸부림을 쳤던 인물이다. 그녀는 신여성이자, "최초의"라는 타이틀 여러 개 가지고 있는데 그런 그녀임에도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고 끝내 무연고자로 처리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두 번째 장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상대적으로 병을 극복한 인물들이라서 조금은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마더 테레사가 기억에 남는다. 테레사 수녀로 유명한 그녀는 생전에 생각보다 많은 질병을 앓았었다. 결핵과 두 번의 심장마비, 폐렴과 심부전증, 말라리아와 뇌전증에 이르기까지 참 힘든 시간을 겪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녀가 남긴 한 마디에 울컥하게 되었다.

"가장 큰 질병은 누구에게도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하는 겁니다."

(One of the greatest diseases is to be nobody to anybody.)

세 번째 장에는 애플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든 스티브 잡스가 등장한다. 자신의 몸을 돌보는 데는 인색했던 걸까? 의사들과 가족들의 강력한 권고에도 그는 수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이유는 다른 방법인 선불교와 채식주의와 LSD에 더 깊은 의미를 두었기 때문이란다. 만약 그때 수술을 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지도 모르겠다. 췌장암은 말기가 되면 손을 쓸 수 없지만, 그는 비교적 초기에 암을 발견했음에도 치료를 거부했다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세 번째 장은 극복 가능한 질병임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병을 극복하지 못한 인물들이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도 삶은 유한하다. 어떤 뛰어난 발명을 하고, 세상에 없던 물건들을 만들어낸 사람이어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병을 극복하기도 했지만, 누군가는 병 때문에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책을 통해 그들의 질환을 통해 삶의 궤적까지 함께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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