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견디는 힘, 루쉰 인문학 - 어둠과 절망을 이기는 희망의 인문학 강의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8
이욱연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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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 루쉰이 누구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 아Q정전 역시 들어본 적은 있지만, 읽어본 적은 없던 터라 도무지 연결되지 않았다. 근데 첫 장에 루쉰이 아닌 노신이라는 이름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노신은 들어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한자 그대로 읽었지만, 몇 년 전부터 현지 발음에 가깝게 표현해 주기 시작함에 따라 노신의 중국어 발음 루쉰으로 표현이 되었기 때문에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렸구나! 싶었다. 아쉽게도 루쉰의 작품을 하나도 읽지 않은 터라, '이해가 될까?'하는 생각일 들었는데 기우였다. 루쉰의 전 작품을 마주한 것은 아니지만, 키워드와 줄거리, 중요한 이야기를 토대로 루쉰의 생각과 시대상을 함께 마주하니 한결 이해도 빠르고 나도 모르게 루쉰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쉰 인문학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이 책에는 허삼관 매혈기, 인생 등의 저자 위화를 비롯하여 공자의 논어, 모옌의 붉은 수수밭, 라오서의 낙타샹즈 그리고 이광수의 무정 등 다양한 책이 함께 언급된다.

루쉰 하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작품이 바로 아Q정전이다. 주인공 아Q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이 책의 내용인데, 이 아Q를 통해 중국인 특유의 근성을 비꼬는 내용이 담겨있다. 중화주의는 자신들을 세상의 중심이라 생각하고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를 오랑캐 취급하는 특유의 자만감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좋지만,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판단 없이 그저 자신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생각하고 실수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데 있다. 자아도취에 빠진 상황에서 아Q는 늘 동네 사람들에게 맞고 놀림을 당하고, 괴로움을 겪지만 정신에서는 자신이 패배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합리화를 시킨다. 적당한 자존감은 삶을 윤택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지만, 밑도 끝도 없는 자존감은 오히려 자만심이라 할 수 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눈이 필요하다.

패배에서 배우지 않으면 패배는 반복되고, 결국 더 큰 패배로 비극적 종말을 맞을 수 있습니다.

정신승리법의 대가 아Q의 삶이 우리에게 주는 삶의 메시지입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루쉰은 생각의 관습에 얽매여 끌려가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언젠가 코드인사라는 말이 뜨거운 감자가 된 적이 있었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무언가를 도모한다는 것은 시너지가 날 수 있긴 하지만, 과연 옳다고 볼 수 있을까? 그저 친목모임이 아니라 전체를 아우르는, 많은 사람들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것이다. 루쉰의 광인일기를 토대로 저자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화합과 조화 그리고 같음은 같은 의미일까? 광인일기뿐 아니라 이에는 공자의 논어를 통해서 그 의미를 깊이 있게 다루었다. 공자의 논어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같음(同)과 조화(咊)는 보기에는 같아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내용이다. 앞에서 말한 코드인사를 두고 이야기하자면, 코드인사는 조화보다는 같음에 방점이 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모이면 한 가지 의견 외에는 나올 수 없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소위 소수의견이라 불리는 또 다른 생각들이 껴들을 여지가 없어지는 것이다. 때론 중요한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다수결은 어떨까? 소수의 의견보다는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 근데 다수의 의견이 늘 정답은 아니다. 특히 과거의 관습을 따를 경우도 위험하다.

옛날부터 쭉 그래왔다는 생각의 관습을 무엇보다 경계해야 합니다.

집단적인 생각의 관습을 의심하면서, 그것이 정말 옳은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고 또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렇게 질문하는 사람이 많을 때, 나다움을 찾는 사람이 많을 때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한다고 루쉰은 말합니다.

이것이 루쉰이 말하는 진정한 자유인이 되는 길입니다.

정권이 바뀌고, 지도자가 바뀌어도 사회가 바뀌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루쉰의 작품을 통해 저자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다시 한번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생각의 문제다. 청년세대, 기성세대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저자는 루쉰의 작품을 통해 현재의 우리의 삶을 제대로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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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골드러시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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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주한 고호 작가의 작품은 이번에도 유쾌했다. 우리나라이기에 가능한 상황이 보는 내내 가슴을 졸이게도 했다. 혹시나 몰라 책 첫 장에 정부의 허가 없이 임의로 하는 북한 여행은 불법이라는 내용을 토대로 역시 소설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할머니 김사끝 여사의 보살핌을 받은 최인찬, 최인지 남매. 인찬은 현직 경찰이고 인지는 직장인이다. 할머니는 한 번씩 남매에게 북한에 두고 온 금괴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은 평양에서 막대한 땅을 소유하고 있던 지주. 지금의 재벌집 외동딸이었다고 한다. 위로 세 명의 오빠(일억, 이억, 삼억)가 있지만, 남아선호사상이 짙었던 지라 딸은 그만이라는 뜻으로 사끝이라는 이름을 받게 된 할머니. 있는 집안인지라 아버지는 첩을 계속 들였다. 점점 어려지는 첩을 보면서 막내 사끝은 첩이 가지고 온 화장대를 박살 내놓기도 했단다. 그러던 어느 날, 김부자 집의 머슴이었지만 배려로 해방된 부부의 아들 리삼태는 인민위원장 완장을 차고 나타난다. 그렇게 증조부는 나무에 달려 매를 맞다 유명을 달리하고, 할머니의 두 오빠 역시 살해당한다. 증조모 역시 화병으로 돌아가시고 홀로 도망을 쳐 온 할머니는 남한에서 그렇게 고난을 겪으며 아들 내외마저 앞세우고 힘든 생을 사셨던 것이다. 집 주소조차 가물가물한 평양. 증조부가 땅에 금괴를 묻는 걸 봤던 할머니는 꼭 금괴를 찾으라는 이야기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마지막 유언으로 자신이 입고 온 한복을 수의로 입혀달라는 할머니의 말을 떠올린 인찬은 저고리를 살피다가 저고리 목 부분에서 이상한 걸 발견한다. 바로 평안남도 평양부 신양리 4통 7반 외양간 옆. 바로 할머니의 집 주소였던 것이다.

할머니의 장례를 마친 후, 두 남매는 평양으로 가서 숨겨진 금괴를 찾기 위한 행동을 개시한다. 브로커 원 씨를 만나 평양으로 잠입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고, 기치를 발휘한 꽃제비 애꾸 덕분에 마침내 마주한 할머니 집. 하지만 아무것도 없다던 그곳은 학교 부지로 공사 중이었다. 과연 인찬 남매는 할머니의 금괴를 찾을 수 있을까?

인찬 남매와 별개로 청봉악단의 가수 리손향의 이야기 또한 펼쳐진다. 손향의 할아버지가 과거 김일성과 함께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손향은 소위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역시 덕분에 당에서 높은 자리에 있었고, 그녀 역시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타고난 외모와 목소리로 그녀는 승승장구를 하고 있었다. 남한 공연을 위해 삼지연관현악단에 소속된 손향은 그날 이후로 모든 공연 자리에서 이름이 빠진다. 급기야 아버지가 붙잡혀 가고 엄마와 손향도 쫓겨나게 된다. 과연 손향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처음에는 관계없어 보였던 두 이야기가 연결고리를 통해 이어진다. 그 연결고리에는 과거의 인연이자 악연이 맞물려 있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평양 골드러시. 현 시가로 100억이 넘는 금괴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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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인생 꽃밭 - 소설가 최인호 10주기 추모 에디션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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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상도의 작가로 알려진 최인호 작가가 타계한 지 벌써 10주기가 되었다니 세월이 참 빠르다. 이 책은 2007년 꽃밭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에세이집을 10주기를 맞아 새로운 표지를 입혀 재 출간된 책이라고 한다. 그동안 마주했던 소설가 최인호의 뒤편에 인간 최인호, 남편 최인호, 천주교인 최인호, 친구 최인호 그리고 다시금 작가 최인호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특히 이 책에는 아내에 대한 이야기와 천주교인으로 겪은 이야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니 아내인 황정숙 여사가 궁금해진다. 작품 속에서 만난 작가는 왠지 무뚝뚝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다정다감하다. 대학교 때 만났다니 오랜 세월을 함께한 사람일 텐데, 그 오랜 시간을 지내면서도 여전히 애정 어린 눈으로 아내를 바라볼 수 있다니 같은 여성으로 부럽기도 했다. 물론 그만큼 황 여사의 내조가 탁월했기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아내의 목소리가 담긴 부분도 있지만, 아내를 알고 있는 타인의 목소리를 통해 그녀의 됨됨이를 적어내린 글을 마주하자면 두 부부가 참 따뜻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황 여사에 관한 글 중에 와닿는 부분이 있었다.

"불친절한 사람과 상대할 때에는 더욱더 친절해져요.

그러면 어느 틈엔가 상대방도 변화되어 친절하게 된다고요."

친절하지 않은 점원을 마주했을 때, 나 역시 친절하게 굴고 싶지 않아진다. 때론 화가 나기도 한다. 특히 그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고 막 들어선 참인데도 화를 내거나 퉁명스럽게 대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근데, 황 여사의 반응은 달랐다. 오히려 자신의 친절함으로 상대를 친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마치 해와 바람 중 나그네의 옷을 벗겼던 것이 해 인 것처럼, 그녀의 선한 영향력은 상대도 선하게 만들었다.

그 밖에도 우리나라 전반에 걸친 여러 가지 이야기도 등장한다. 정치나 경제, 교육과 문화계 곳곳의 이야기들이 자신만의 목소리로 등장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반목하고 서로 와해된 정치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아, 광복은 왔으나 해방은 아직 오지 않았으며, 전쟁은 끝났으나 평화 역시 오지 않았다.

구속에서 풀려났으나 자유는 아직 오지 않았으며, 식민에서 벗어났으나 독립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치학자도, 사회문화학자도 아니지만 그는 사회를 바라보는 냉철한 눈을 지녔다. 그래서 그의 부재에 가슴이 아프다. 그때로부터 10년 넘게 흘렀음에도 우리 사회는 서로를 향해 보이지 않는 총을 겨누고 있는 현실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드러난 그의 인간관과 정체성은 따뜻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안다. 무조건 곧지만도 않다. 때론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아량도 담겨있다. 가족들과의 이야기, 오랜 친구를 떠나보내며 쓴 글, 학창 시절과 민단계 선배들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 속에 자신만의 색과 애정을 담았다는 게 느껴졌다. 이제는 더 이상 그의 새로운 작품을 만나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최인호라는 작가의 다른 면을 마주할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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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그림찾기 재밌어 - 4~8세 관찰력 놀이
유재영 지음 / 슬로래빗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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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숨은 그림 찾기를 참 좋아했다. 숨겨져 있던 것을 찾아냈을 때의 희열... 친구와 같이 하게 되면 서로 먼저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던 기억도 있다. 역시나 우리 아이도 숨은 그림 찾기를 좋아한다. 어렸을 때는 잘 찾지 못하던 아이가 나이가 먹을수록 순발력도 관찰력도 빨라진다. 때론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것까지 먼저 찾기도 하고(반대의 경우가 많지만 일부러 모른 척하기도 한다.) 뿌듯해하기도 한다.

 

 

 

각 장마다 다양한 그림의 계절과 장소 등이 등장한다. 그림체도 귀엽고, 함께 담긴 글 밥도 짧아서 읽어나가기 편하다. 아래와 오른쪽으로 찾아야 할 그림들이 등장하고, 실제 그림 속에서 찾아가는 것인데 하나가 아니기도 하다. 곤충이나 동물, 물건이나 음식뿐 아니라 글자들도 있다. 엄마의 바람은 기왕이면 놀면서 공부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인데, 그런 마음이 담겨 있어서 만족스럽다.

 

 

 

 

눈에 잘 띄는 색감과 귀여운 그림체와 함께 해당 장면에서 마주할 수 있는 계절의 풍경이나 장소들이 같이 등장하기에 함께 그림을 찾으며 이야기도 할 수 있다. 얼마 전 가족 여행을 하며 보았던 단풍잎이나 논 풍경, 허수아비와 밤나무 등과 같이 과거의 봤던 풍경들을 이야기하면서 계절에 맞는 음식이나 과일, 색상들을 표현하는 방법 또한 배울 수 있었다. 물론 숨은 그림 찾기 책이라고 그림 찾기만 있는 건 아니다. 또 조금만 같은 게 반복돼도 금방 질려 하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서 그런지 다양한 종류로 번갈아 가면서 등장한다. 길 찾기나 색칠공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숫자와 글자, 그림과 색감 등의 표현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공부도 하고 놀이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겠다. 

 

 

 

 

아직 어린아이라면 그림을 보면서 부모가 난이도를 결정해서 함께 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쓰여있는 글 밥을 함께 읽으며 의성어와 의태어 공부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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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아팠다 - 위인들의 질환은 세계를 어떻게 바꾸었나
이찬휘.허두영.강지희 지음 / 들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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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 많은 질병들이 있다. 질병이 사람의 생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기도 하지만, 질병에서 파생된 다른 이유로 삶이 끝나기도 한다. 제목에서부터 센스가 넘친다. 니체의 작품명을 이렇게 이용하다니...!

세 개의 장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유명 인사들이 등장한다. 첫 번째 장에는 병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 병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두 번째 장에는 병을 극복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세 번째 장은 어떨까? 의학이 발달함에 따라 현재였으면 충분히 살 수 있었음에도 죽어간 과거의 인물들의 이야기와 달리 바로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인물들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놀라웠던 것은 이 책의 첫 부분에 등장한 마이클 잭슨 이야기였다. 그의 사인이 약물 과다 복용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주치의의 잘못된 처방 때문이라는 것은 이번에 알게 되었다. 더 놀랐던 것은 바로 그의 피부가 박피가 아닌 백반증이었다는 것이다. 나 역시 흑인인 자신의 피부를 바꾸기 위해 그가 여러 번의 박피를 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백반증 때문에 나타나는 반점들을 가리기 위해 선글라스나 장갑, 양산, 중절모를 착용했던 것이고 그를 위해 메이크업도 더 진하게 했다니...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학대를 겪었던 마이클 잭슨은 결국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백반증과 마음의 상처를 벗어나기 위해 먹었던 약물에 의해 사망한다. 나혜석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많은 교육과 경험을 한 나혜석은 기존의 관습을 벗어나고자 몸부림을 쳤던 인물이다. 그녀는 신여성이자, "최초의"라는 타이틀 여러 개 가지고 있는데 그런 그녀임에도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고 끝내 무연고자로 처리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두 번째 장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상대적으로 병을 극복한 인물들이라서 조금은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마더 테레사가 기억에 남는다. 테레사 수녀로 유명한 그녀는 생전에 생각보다 많은 질병을 앓았었다. 결핵과 두 번의 심장마비, 폐렴과 심부전증, 말라리아와 뇌전증에 이르기까지 참 힘든 시간을 겪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녀가 남긴 한 마디에 울컥하게 되었다.

"가장 큰 질병은 누구에게도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하는 겁니다."

(One of the greatest diseases is to be nobody to anybody.)

세 번째 장에는 애플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든 스티브 잡스가 등장한다. 자신의 몸을 돌보는 데는 인색했던 걸까? 의사들과 가족들의 강력한 권고에도 그는 수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이유는 다른 방법인 선불교와 채식주의와 LSD에 더 깊은 의미를 두었기 때문이란다. 만약 그때 수술을 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지도 모르겠다. 췌장암은 말기가 되면 손을 쓸 수 없지만, 그는 비교적 초기에 암을 발견했음에도 치료를 거부했다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세 번째 장은 극복 가능한 질병임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병을 극복하지 못한 인물들이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도 삶은 유한하다. 어떤 뛰어난 발명을 하고, 세상에 없던 물건들을 만들어낸 사람이어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병을 극복하기도 했지만, 누군가는 병 때문에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책을 통해 그들의 질환을 통해 삶의 궤적까지 함께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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