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 - 타인 지향적 삶과 이별하는 자기 돌봄의 인류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28
이현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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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계획 중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게 운동과 다이어트가 아닐까 싶다. 건강해지기 위해서도 있지만, 소위 말하는 몸짱이나 날씬해지고 싶은 생각이 다수를 차지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특히 타인의 시선에 상당히 민감한 것 같다. 마치 생의 과업처럼 몇 살에는 무엇을 해야 한다, 대학 졸업 후 취업, 취업 후 승진뿐 아니라 나이가 되면 연애, 결혼, 임신, 출산, 둘째 출산 등은 명절 단골 레퍼토리가 되었으니 말이다. 나 역시 결혼이 늦은 편이었는데, 매년 명절 때마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결혼에 대한 잔소리를 들었다. 문제는... 그렇게 듣기 싫었던 소리를 나 또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 한다로 넘기기에는 우리 사회 전체의 병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28번째 서가명강의 주제는 인류학이다.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 제목을 풀어서 설명하자면,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타인지향적" 삶의 문제를 지적한다. 여기서 타인지향적은 내가 앞에서 말한 바로 그 문제다. 명절 잔소리들과 같이 누구에게나 따라붙는 인생 과업들을 포함하여, 후덕해 보이는 사람을 향해 쏟아지는 각종 언어와 비언어적 손가락질들, 정상가족(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을 이르는 말)의 범위를 벗어나는 가족들을 향한 편견들 말이다.

물론 건강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갖는 것은 참 좋은 현상이다. 문제는 단적으로 그런 외모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마치 도덕적으로 엄청난 죄나 치부를 가지고 있는 듯한 사회 분위기에 있다. 책 속에는 헝거의 작가 록산 게이가 실제로 겪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비만한 사람은 왜 편견 속에서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는가? 그녀는 어린 시절 끔찍한 성폭행을 당한 후,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찌운다. 문제는 그녀의 몸을 향한 주변의 반응이었다. 자신을 함부로 대하고,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사람들의 행동들은 그녀로 하여금 여러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사실 록산 게이의 이야기뿐 아니라 책 속에는 여러 상황의 예시가 등장한다.

이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몸의 주체인 내 의견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내가 좋은 것, 내가 옳다고 여겨지는 것이 주체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이 주체가 된다. 그렇기에 나는 철저히 차별, 배제, 혐오, 불안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렇게 주체를 빼앗긴 나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주체를 빼앗긴 나는 타인의 주체 또한 빼앗는다. 그런 사회적 시선이 사회 분위기가 되었다. 앞에서 말한 정상가족 역시 마찬가지다. 짧은 시간 내에 발전을 이룩한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로 세계에 소개되었다. 빠른 시간 대단한 성장을 이루었지만, 그러다 보니 놓친 것들이 생겨난다. 그중 하나가 사회적 장치의 부재였다. 사회적 장치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은 가족을 통해 보호장치를 마련하게 되고 국가가 해야 할 일이 가족 안에서 이루어진다. 문제는 가족주의, 연고주의, 학연주의 등 패거리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데 있다. 그렇다 보니 그 범주 밖의 것은 적으로 간주하게 된다. 젠더 문화는 어떤가? 여성 혐오로 인한 묻지마 범죄, N번방 사건과 같은 디지털 범죄나 데이트 폭력의 범죄들을 비롯하여 세대 간, 젠더 간 갈등으로 인한 사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일까? 저자는 다양성의 인정과 주체의 회복 그리고 관용의 마음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다.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각과 노력이 필요하다. 가령 정상가족이라 불리는 가족의 형태뿐 아니라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고, 그에 대한 차별 없는 지원이 필요하다. 다문화가정, 한 부모 가정, 노인 가정, 1인 가정 등 다양한 형태를 가진 가족들 말이다. 프랑스의 경우 법률혼이 아닌 사실혼 관계의 동거가족들을 위한 시민연대계약을 도입했다. 그 제도 안에서 지원을 받게 되자 출산율이 증가하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타인의 판단에 끌려다니지 않고, 주체인 자신의 생각을 가지는 것, 타인을 자신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을 줄이는 것도 그에 대한 방안이 될 것이다.

책을 통해 나 역시 참 타인지향적인 눈과 내 눈으로 타인을 평가하고 재단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유달리 자살률이 높은 대한민국. 새해에는 서로를 향해 조금 더 따뜻한 눈으로, 타인의 삶을 재단하지 않고 인정해 주는 사회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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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1-10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욕망을 탐하기엔
저의 욕망도 제대로 채우
지 못한다는... 쿨럭 -

너무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