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7 - 5부 2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7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서희의 삶이나 최씨네의 이야기의 비중보다 역사와 민중에 가까워진 삶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 격변이 역사 속에 흔들리는 민중과 지식인, 독립 운동가 등 많은 인간 군상들의 삶이 나타납니다. 우리 나라 역사 중 가장 격동기이면서, 가장 암흑기인 때를 거치기 때문에 등장 인물들이 그 역사에, 그 암흑기에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듯합니다.

여러 학자들의 자료를 살펴보다보면 ‘토지’의 주제와 사상 및 작품의 형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한과 민족과 생명사상’이라는 주제를 식민지 자본주의의 전개과정 속에서 형상화한 작품으로 이해하는 비평가도 있습니다. 단지 자연 상태의 대지나 소유개념이 불분명한 땅에 얽힌 생존의 문제만이 아니라, 근대적 의미의 소유개념이 당대를 사는 사람들의 삶과 의식과 제도를 어떻게 변화시켜갔는지에 대한 작가의 정치경제적 상상력을 총괄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줄거리>

환국은 연학의 남강 여관 앞에서 이순철을 만나 함께 조우를 기뻐한다. 고등문관 시험에 세 번이나 떨어진 순철은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사업을 물려 받아 경영하고 있다. 순철은 아버지가 강도 사건을 가족들에게 침묵으로 일관한 것이 가정부에 대한 협조인지 연극인지 혼란이 온다며 술잔을 비우고, 환국는 순철에게 광대가 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며 멀지 않은 날을 믿고 살자 한다. 집에는 홍성숙과 배설자가 찾아와 있다. 서희는 횡설수설하는 홍성숙을 동정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배설자는 위험 인물로 치부한다. 홍성숙은 가져온 양현의 혼담을 꺼내지만 서희는 정혼한 데가 있다며 거절한다. 서희의 태도에 우롱 당한 느낌이 들던 성숙은 소림의 집에 찾아 가 술을 마신다. 아침 일찍 소림의 어머니 홍씨가 찾아와 성숙을 데려가고 배설자는 쫓겨나다시피 여관에 든다. 배설자느 허정윤에게 전화를 걸어 거절하는 정윤에게 무작정 만날 약속을 하고, 정윤은 그런 배설자가 뱀 같이 음험하고 끈적하다는 생각을 한다. 연학은 여관에서 일하고 있던 귀남이 신장염을 앓자 평사리로 데려간다. 온 김에 최 참판댁을 둘러 본 연학은 집을 손 볼 준비를 한다. 연학은 한복을 찾아가 관수의 죽음을 알리고, 한복은 이제 만주 갈 길이 없겠다며 흐느껴 운다. 이튿날 일찍 도솔암을 찾아 간 연학은 밤이 늦어서야 길상, 강쇠 해도사, 길 노인의 아들 막동이와 해도사 산막에 모여 앉는다. 서로 일치점이라곤 없을 것 같은 이들이 모인 이유는 이제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진 만큼 그동안 바탕이 돼준 토지를 처분할 문제 때문이다. 결국 최 참판댁 땅이니 최 참판댁에 되돌려보내고 땅값을 받는 것으로 일이 마무리 된다. 연학은 얼마전에 신경에서 관수의 짐과 돈이 와서 찾아놓았다는 말을 한다. 집을 판 돈과 홍이 부쳐온 돈에다 길상이 영광의 학비로 생각한 금액을 합친 돈은 액수가 상당하였다. 연학과 길상은 서로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다. 나머지 세 사나이는 주막으로 내려 간다.

1941년 정초의 신경, 홍의 집에 조선에서 온 형사 두 명이 들이닥쳐 집안을 뒤져 보연의 장롱에서 금붙이를 발견하고 홍이 부부를 잡아갔다. 놀란 상의는 천일에게 연락하고 천일은 연강루 진씨에게 가서 사정을 듣는다. 전시하의 조선에서는 금을 당국의 고시 가격에 팔아야만 했고, 개인은 금을 소유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금은 비밀리에 유통되었고 만주나 중국본토로 유출되기도 했는데 밀수였다. 보연은 지난 해 정양하기 위해 조선으로 나왔을 때 친구에게 적지 않은 금을 사서 보유하고 있었는데 홍은 모르고 있었고, 친구가 붙잡혀 그 불똥이 튄 것이다. 천일은 상의 외가에 전보를 치고는 아이들을 다둑거리며 진을 빼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김두수가 찾아와 침을 삼겼고, 연강루 진씨를 통해 연락을 받은 송장환이 찾아왔다. 상의 외삼촌 삼화가 조선에서 와서 아이들을 데려가고 임이는 혼자 남아 자신의 처지를 근심한다.

운회약국에 우연히 들른 찬하는 그곳에 있는 인실을 보고 분노를 느낀다. 인실은 차분하게 신경에 있는 오가다를 만나겠다고 말한다. 찬하는 인실의 아이가 열한 살이 되었으며 자신이 기르고 있음을 오가다에게 이야기하라고 말하고 그것이 오가다에 대한 마지막 예의라고 설득한다. 인실은 수앵의 백부 심운구의 팔십 회 생일 잔치가 벌어지는 호텔 연회장에서 윤광오를 따로 불러 놓고 말을 못하고 격렬하게 흐느껴 운다. 윤광오 부부는 망연자실, 이럴 사람이 아닌 인실의 울음 앞에 어쩔 바를 몰라 인실을 부축해 호텔을 나선다. 평소의 인실은 감정의 동요를 내보인 적이 없었다. 집에 돌아 온 인실은 담담한 어조로 자신과 오가다의 일을 털어놓고난 후 이틀을 앓는다. 마침내 오가다는 인실을 찾아왔다. 광오는 약국으로 찾아 온 오가다가 인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아 들떤 모습일 줄 알았는데 오가다는 그저 서글픈 웃음을 보여 그가 깊은 절망에 빠져있음을 느낀다. 윤광오의 집 거실에서 만난 인실과 오가다는 별 말이 없다. 다음 날 오후 송화강 강가에서 오가다를 만난 인실은 십일 년 전에 동경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한다. 오가다는 벌떡 일어나 인실의 뺨을 때리고 자신의 자식을 버릴 권리가 인실에게 없음을 외친다. 인실은 오가다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일본이 망하면 다시 만나자고 한다. 오가다는 찬하에게 무서운 사람들이라며 고개를 흔들고 찬하는 자신은 아들을 잃었고 당신은 아들을 얻었으니 위로주와 축하주를 함께 마시자고 권한다.

오가다는 찬하와 함께 인성을 찾아간다. 인성은 세월이 흘러 늙기도 했지만 많이 야위어있었다. 오가다가 찬하와 함께 찾아오자 의외로 여긴다. 인실이 만주에서 건강하게 신념대로 잘 살고 있다는 소식에 인성은 찻잔을 들었다 놓으며 "그러면 됐네" 한 마디 뿐이다. 인성의 분위기가 의기소침해 있어 두 사람은 산장으로 간다. 산장에는 제문식과 선우신이 오기로 되어 있다 .용하가 자살한 뒤 방직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제문식을 찬하는 옛날과 같이 형 대하듯 했고 신뢰했다. 선우신은 제문식의 공장에 직원으로 있었다. 제문식은 유인성 이가의 불운을 이야기한다. 하나 있는 아들이 마산 결핵요양소에서 요양 중인데 인성의 석씨 부인은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차츰 잦은 외출과 낭비벽에 집안이 황폐해져가고 있다. 석씨는 병이 옮을까봐 일절 아들 면회도 가지 않았다. 인성은 이런 석씨를 증오하고 아들을 가여워해서 장차 있을 사상범 예방구금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가다는 그 밤을 꼬박 새우며 자신의 처지와 인실과의 아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찬하화 함께 일본으로 가면서 관부연락선 갑판 위에서 이야기를 한다. 여태까지 다정한 부모와 누나와 행복하게 살고 있던 아이를, 그 아이의 행복을 파괴할 권리가 자신에겐 없다며 찬하가 원하면 성장하기까지 그대로 두는 게 어떠냐고, 전쟁이 끝나고 그때까지 살아있다면 돌려달라고 한다. 찬하는 오가다와 인실의 처지를 슬퍼하면서도 아들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한다. 두 사람이 함께 찬하의 집에 가니 정원에 있던 노리코가 놀라며 반긴다. 이이들도 오랜만에 보는 아빠와 아저씨에게 안기며 어리광을 부린다. 오가다는 새삼스레 이제 자신의 아들인 쇼지를 바라보며 찬하 부부에게 감사하고 잘 자라 준 자신의 핏줄에 콧끝이 시큰해진다. 찬하의 배려로 이튿날 쇼지와 단 둘이서 하비야 공원으로 간 오가다. 인실이 죠지를 가졌을 때 하비야 공원에서 찬하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쇼지는 비둘기에게 먹을 것을 주며 즐거워 하고 오가다는 그런 쇼지를 보며 눈물을 참는다.

영광은 영선네의 분노에 찬 편지를 받고 통영에 내려가려고 서울역에 나왔다. 홍이가 신경서 붙잡혀 왔다는 소식을 들은 영선네는 사위 휘를 재촉하여 동분서주, 홍을 위해 애를 쓸려고 노력했고, 두 번 편지에도 내려 오지 않는 영광에게도 비장하게 홍이가 어떤 사람이냐며 내려오지 않는다면 다시 볼 생각을 말라며 엄포를 놓은 것이다. 영광은 모친의 편지에 기분이 상하지 않았고 어쨌거나 아비를 생각해서라도 내려갈 생각을 한 것이다. 역 대합실에서 영광은 뜻밖에도 양현을 보나 외면하고 혼자 커피를 시켜 마시는데 양현이 다가 온다. 양현은 영광이 서울에 온 후 환국을 찾아 집에 오고하면서 조금은 친해진 상태다. 영광과 양현이 함께 기차를 타고, 양현은 영광에게 스스럼 없이 대하며 자기 일신상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영광은 무뚝뚝하게 대하지만 양현이 자신에게는 운명적인 여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빠진다. 이들은 삼랑진에서 갈라지고 영광은 부산에서 하룻밤을 묵고 통영으로 간다. 영광이 부두에서 출구로 막 나오는 순간 영선과 휘가 기다리다 영광을 부른다. 영선은 코를 벌름거리며 영광을 자랑스러워하고 휘도 스스럽게 영광을 대한다. 휘의 집 부엌에는 음식 솜씨가 좋은 숙이가 벌써 와서 영광에게 차려 줄 밥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영광은 이들에게 귀빈인 것이다. 휘의 집에서 홍이와 영광, 영호까지 네 사람은 술잔을 나눈다. 생각해보면 이리저리 얽힌 인연들의 자손이 이들이다. 홍이는 그동안 심리적 중압감이 심했던 모양으로 쉽게 취했다. 사업가 이홍, 악극단의 섹스폰 주자 이영광, 어업조합 서기 김영호, 목공업을 하는 김휘 이들은 흉금을 털어 놓고 가슴 안에 쌓인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홍이는 장이의 이야기까지 스스럼 없이 꺼내다가 어느새 오열하고 있다. 놀란 세 사람에게 홍은 만주에 가기 싫어서 운다면 머리를 떨군다. 영광은 홍의 울음에서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만주에 다시 가는 홍을 이젠 보지 못할 예감에 젖는다.

홍이는 평사리에 가서 연학을 만난다. 마침 동네에서 봉기 노인이 세상을 떠나 문상 갔다 오는 길이라 했다. 홍이는 성환 할머니를 찾아가서 석이가 만주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말을 꺼내고 성환 할머니는 몹시 운다. 석이가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사실이 그저 고맙고 행복해서다. 산으로 올라온 홍이는 할아버지 아버지 강청댁에게 절하며 화장한 임이네에 대한 연민의 정을 느낀다. 한복의 집에 간 홍이를 본 일동네가 독설을 퍼붓는다. 홍이가 오 서방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서 오 서방이 과실치사로 몇 년 복역하다 나온 일에 원한을 품고 있는 것이다. 일동넨는 못 살고 온 인호를 일동에게 달라고 온 것인데 한복이 내외가 거절하자 그 주제에 감히 하는 심정으로 매일 영호네를 들볶고 있다. 한복 내외도 인호를 일동이에게 여윌 마음은 추호도 없다. 만에 하나 그렇게 될 경우 한복네의 살림을 뿌리째 들어먹으려고 나올 일은 불을 보듯 환하기 때문이다. 한복과 홍은 같이 봉기 노인의 문상을 간다. 동네 사람들은 홍을 반갑게 맞이하고 홍의 부친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나 절대 임이네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는 없다. 이튿날 홍이가 성환네 집을 찾아가서 피곤하다며 자리를 펴고 눕자 성환 할머니와 천일네, 야무 어매는 신명을 내며 정성을 다해 홍이에게 줄 음식을 만든다. 한복을 불러 홍이와 함께 겸상을 들이고 난 후 세 늙은이는 젊었을 때처럼 양재기에다 밥을 푸고 남은 반찬을 챙겨 숟가락을 들며 행복해 한다. 한 순간이나마 젊은 그때가 되돌아온 기분을 느껴서다.

<밑줄긋기>

6장 파괴란 새 질서를 세우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휴머니즘을 결여한 새 질서란 허구이며 허구에서 시작되는 파괴란, 남 뿐만 아니라 자신도 무너지고 마는 결과를 초래하지

2편 2장 조선인,일본인 모두...세상에 태어난 그 자체부터, 세상을 이끄는 것은 진리가 아니라 바로 그 역리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3장 지배자는 지배하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며 지배당하는 자는 재산목록이 되고 박제품이 되어 훼손되기 때문에 불행하다. 결국 상호가 다 불행한 것이다

4장 새로움이란 낯섦이며 여행은 빈 들판에 홀로 남은 겨울새같이 외로운 것, 어쩌면 새로움은 또 하나의 자기 폐쇄를 의미하는 것인지 모른다

5장 힘을 모은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조선인 손상으로 끝나는가 그것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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