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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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예외 없이 청춘의 시기를 경험합니다. 청춘은 처음으로 낯선 세상에 홀로서야 하는 시기이기에 불안정하고 자주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고,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당면한 문제에 관한 해결책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성과의 불협화음, 친구와의 관계, 나를 둘러싸고 압박해오는 집단의 대응, 점차 멀어지는 부모와의 관계,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고 이해하는 방법은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야말로 가장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자아와 세계관이 이때 모두 결정되기 때문에, 내면의 흔들림이 가장 격렬하게 일어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주인공 레누와 릴라가 청소년기 끝에서 20대 초반까지 따라가는 나폴리시리즈의 두 번째 책입니다. 이야기는 레누가 릴라가 자신에게 준 공책을 강물에 던지면서 시작합니다.

엘레나는 대학생활을 시작하고, 릴라는 신혼 여행에서 험난한 시작과 함께 새로운 결혼 생활로 돌아옵니다. 릴라는 임신에 대한 기대를 받으며 살고 있음을 알게 되지만, 아이를 갖고 싶지 않고 남편을 깊이 원망합니다. 그녀의 첫 번째 임신은 결국 10주만에 유산합니다. 의사는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 햇빛을 받으며 수영할 것을 처방합니다. 릴라는 레나에게 함께 가자고 부탁합니다. 그곳에서 만난 니노와 릴라는 깊은 관계로 발전을 하고 자신의 결혼생활을 끝내려고 합니다. 결국 릴라의 남편인 스테파노는 자신 또한 바람을 피우고 그의 연인도 임신했다는 사실을 말합니다.


p330 나는 대체 왜 항상 이 모양일까. 너무나 간절하게 부와 명예와 칭찬과 성공을 갈망하는 본심이 두려워서 오히려 내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는 것일까.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 그 간절함이 마음 속에서 폭발하여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될까봐 두려운 것일까.

한편, 레누는 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동네에서 온 또 다른 똑똑하고 자신감 넘치는 학생인 니노에게 끌렸습니다. 니노도 레누에게 끌리는 것 같지만, 진정한 사랑의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니노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릴라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마음을 정리합니다. 그 후 대학에서 만난 피에트로와 졸업 후 결혼을 약속합니다. 졸업 후 피에트로는 레누에게 선물로 약혼반지를 줍니다. 그녀는 그에게 자신이 쓴 소설을 줍니다. 피에트로는 그것을 어머니에게 전달하고, 어머니는 그녀의 인맥을 사용하여 출판사에 싣습니다. 이 책은 대중적인 성공과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출시되지만, 레누는 자신의 오래된 동네에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망하고 혼란스러워합니다. 결국 이야기는 레누가 출판된 작가로서 첫 공개 낭독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p68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모습을 보아왔다. 낯선 남자는 우리 몸에 손가락 하나댈 수 없지만 부모님과 남자친구나 남편은 원한다면 언제든지 우리의 뺨을 때릴 수 있다고 배우면서 자라왔다. 그들은 우리를 사랑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를 제대로 교육시키고 알아들을 때까지 다시 가르치기 위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1권과 마찬가지로 여성들의 우정, 계급 소외, 경쟁 관계, 문맹 퇴치의 중요성 등과 같이 많은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레누와 릴라의 관계에 대한 깊이와 강렬함이 있습니다. 저자는 독자로 하여금 계급과 성 역할의 어려운 교차점에 직면하도록 강요합니다. 즉, 릴라와 레누가 빈곤의 한계를 탈출하는 두 가지 방법을 나타냅니다. 레누는 고등 교육에서 탐나는 자리를 얻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릴라는 부유한 남자와 결혼합니다.


p563 나는 평생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다. 말을 잘못 할까봐, 너무 과장된 어조로 말할까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을까봐, 옹졸한 마음을 들킬까봐, 흥미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할까봐 평생 두려움에 떨며 살아갈 것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둘의 관계는 비대칭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한 사람은 진정으로 천재적인 반면, 다른 한 사람은 관심과 우정을 받을 가치가 있는 것으로 가장하는 단순한 사람이라는 심한 의심을 품고 있습니다. 릴라에 대한 레누의 감정은 종종 서로 모순되는 감정의 얽힘으로 얽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반성하고, 스스로를 분석하고, 비교합니다. 레누는 자신이 친구만큼 매력적이지 않거나 재능이 뛰어나지 않아 릴라의 그늘에 남아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두려워합니다.


p470 릴라의 삶은 계속해서 내 삶에 투영된다. 내 말에서는 릴라가 한 말의 메아리가 느껴지고 내 결연한 행동은 릴라의 행동을 재각색한 것이다. 내 부족함은 릴라의 과함 때문이었고 내 과함은 릴라의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함이었다

10년 반을 다룬 첫 번째 소설에 비해, 이번 작품은 두 인물의 삶을 3~4년 정도만 다루고 있습니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일이 벌어지는지 감탄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이 소설 또한 중요한 사건으로 끝납니다. 이 만남은 두 친구 중 적어도 한 명, 아마도 둘 다의 삶을 바꿀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이 매력적인 이야기의 다음 편을 읽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만들었습니다.

가슴속에 릴라의 분노가 느껴졌다. 내 것이기도 하고 내 것이 아니기도 한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통제력을 잃었고 그 상실감은 내게 오히려 기분 좋은 만족감을 주었다. 나는 그 힘이 확장되기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두려움을 느꼈다.
- P21

릴라가 그런 아이였던가. 원래부터 나처럼 고집스러울 정도로 성실했던 게 아니었던가. 이때껏 오직 내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서 그토록 많은 생각을 하고, 구두를 만들고, 글을 쓰고, 이야기를 하고, 복잡한 계획을 짜고, 분노하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창작해낸 것이었단 말인가.
- P195

이제 우리의 새로운 모험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삶이 허락지 않은 것을 우리는 함께 쟁취할 것이다. 그렇게 될 것이다.
- P383

릴라는 그런 나와는 달리 진심으로 무엇인가를 갈망할 줄 알았다. 원하는 것은 망설이 없이 취할 줄 알았다. 열정을 다할 줄 알았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고 모멸감도 비웃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얼굴에 침을 뱉어도, 흠씬 두들겨 맞아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릴라에게 사랑은 상대방이 자기를 원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쟁취하는 것이었다
- P404

불현듯 ‘거의’라는 단어가 마음에 와 닿았다. 내가 해낸 건가. 거의 그렇다. 나폴리에 있는 고향 동네에서 이제는 완전히 벗어난 건가. 거의 그렇다. 나는 교육 수준이 높은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과 친구가 되었는가. 거의 그렇다. 갈리아니 선생님이나 그녀의 아이들보다 더 수준 높은 아이들과 친구가 되었는가. 거의 그렇다. 시험에 시험을 거치면서 권위 있는 교수님들에게 인정받는 학생이 되었는가. 거의 그렇다.
‘거의’라는 단어 뒤에 실상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두려웠다. 피사로 온 첫날부터 나는 두려웠다. 나는 ‘거의’라는 수식어를 붙일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남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두려웠다
- P561

나는 몹시 흥분한 상태로 공장을 떠났다. 마음 속으로는 릴라를 두고 떠나는 것이 괴로웠다. 릴라가 없으면 내게 아무런 중요한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과거의 확신이 되돌아왔다. 그러면서도 릴라의 몸에서 나는 기름 냄새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그곳을 떠나고 싶었다
- P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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