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 - 차별과 혐오를 즐기는 것은 인간의 본성인가?
나카노 노부코 지음, 김해용 옮김, 오찬호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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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차별을 해도 '괜찮은' 나라입니다. 우리사회 어떤 분야에 차별 없는 곳이 있을까요?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가정은 아직도 ‘집안의 어른은 남자이고 여성은 육아와 집안 살림살이를 맡아 하는 사람’입니다. 남아는 남자답게 대범하고 씩씩하게 키우고, 여아는 다소곳하고 순종적인 모습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을까요? 남녀평등은 명절이 되면 여성들의 명절중후군 앞에서부터 차단당합니다. 여성들은 차별받고 살면서도 아들은 남자답게 딸을 다소곳하고 순종적으로 길러야 한다고 가정교육을 하는 엄마는 없습니다.

텔레비전의 드라마는 전통적인 가부장문화, 제사문화, 명절문화를 전통으로 포장, 일상화합니다. ‘여성은 예뻐야 하고, 남성은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여성들은 외모를 가꾸는 데 공을 들여야 하고, 남성들은 경제적인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드라마대사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성교육표준안에는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남성의 성욕은 여성에 비해 매우 강하다’, ‘남성과 여성은 뇌 구조부터 다르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배우고 가르치는 학교에서는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차별당하고 성적으로 열패감을 길러 차별을 정당화합니다.

직업전선에서는 노동형태에 따라 임금근로자, 정규직근로자, 비정규직근로자, 기간제근로자, 시간제근로자 등 수없이 차별화해 놓고 있습니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 임금을 비롯해 노동조건, 연금 불이익등 차별을 받는가 하면 연금혜택조차 받지 못하고 삽니다. 전통적인 구조조정, 정리해고, 밀어내기 등에 더해 ’갑질’이나 ‘꺾기’ ‘열정 페이’처럼 일의 괴로움을 가리키는 신조어가 나날이 업데이트된다는 사실은 그만큼 일터에서 차별적인 일들이 횡행한다는 증거입니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못생겼다는 이유로, 키가 작다는 이유로 차별을 정당화하는 나라, 우리나라만큼 차별이 일상생활 전반에 행해지는 나라도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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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집단 괴롭힘은 나쁜 행위이며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집단에 속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향사회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집단에서 일탈한 사람은 배제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죠. 그래서 사이좋은 집단일수록 집단 괴롭힘이 쉽게 발생하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저자는 인간이 종(種)으로 존속하기 위해 차별과 괴롭힘 같은 사회적 배제 행위를 한다고 지적합니다. 나를 지키고 살아남기 위해서 타인을 공격할 수밖에 없는 환경적 요소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나이, 학벌, 성별, 외모, 직업, 연봉 같은 조건으로 서열을 매기는 문화가 뿌리내리게 됐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이로, 성장할수록 학벌과 성별, 외모, 직업, 연봉 같은 조건으로 차별과 괴롭힘을 자연스럽게 습득한다고 합니다.

인간은 쉽게 편을 나누고 배척하는 존재입니다. 일례로 내집단 편향, 즉 별 다른 근거 없이 우리 가족, 학교, 직장, 국가, 민족 등 내가 속한 집단의 사람들은 도덕적으로나 성격적으로나 능력적인 면 등등 대부분의 측면에 있어 나와 상관 없는 다른 집단의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현상은 대부분 사회에서 만연합니다.

p124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가 가능한 한 질투심을 품지 않도록 유사성과 획득 가능성을 낮추는 것입니다. 유사성을 낮추는 방법 중 하나는 외모나 말투 등에서 젊음과 여성스러움이 덜 느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것이죠. 애교 섞인 목소리는 나이 어린 티를 낸다고 생각해 동성에게 반감을 사기 쉽습니다

 

집단괴롭힘은 강자로부터 받는 모욕을 약자에게 분풀이로 분출하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 폭력인 경우가 많습니다. 혐오는 자기 가치를 주장하려고 자기보다 약자인 누군가를 표적으로 삼아 그 존재에 대한 존중을 부정하는 감정이자 행위입니다. 가해자들의 공통점은 절대 자신보다 우위에 있는 존재, 즉 강자는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사람이 가진 것을 내가 가질 수 있을 때 질투가 높아지고 괴롭힘도 일어난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같은 분석을 통해 차별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아주 평범하게 일어날 수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이는 도덕성과는 관계없다고 지적합니다. 차별과 괴롭힘은 인간의 존재 이래로 계속 되어진, 앞으로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현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p127 누구와도 문제가 없고 모든 사람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 한두 명은 자신과 맞지 않은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대개 내가 상대를 버거워하면 상대도 나를 거북해합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슬기로운 사회 생활을 하려면 인간 진화에 의한 본능을 인정하고 적절한 예방법을 찾을 것을 제안합니다. 때로는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 호감을 얻고 객관적 자료 제시로 권위를 얻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너무 가깝지 않고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인간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지금까지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메타인지력'을 높이는 게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자기 주장만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도 존중하면서 솔직하게 자신의 견해를 펼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200페이지도 되지 않고, 짧은 책이지만 내용에 충실하고, 불편하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었습니다. 군더더기없이 작가가 정말 하고 싶은 말만, 짧게 압축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인 작가라 한국과의 문화적 차이나 생각의 차이가 다소 보이긴 하지만, 내용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있을 정도는 아닙니다.

집단 사회에서는 향사회성이 높아짐과 동시에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일탈자를 배제하려는 ‘오버 생크션’이 흔히 일어날 수 있고, 그 때문에 발생하는 공격 행동이 종종 집단 괴롭힘으로 연결된다
- P50

집단 괴롭힘은 신체적 특징뿐 아니라 인품이나 성격처럼 내면적인 면에서도 피해자 유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더라도 집단의 화합을 와해할 만한 언동을 일삼는 사람, 진지하고 옳은 발언이지만 모두가 즐거워하는 분위기에 본의 아니게 찬물을 끼얹는 사람이 대표적입니다. 흔히 말하는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사람이죠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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