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xt Person You Meet in Heaven: The Sequel to the Five People You Meet in Heaven (Paperback) - 미치 앨봄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후속작,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원서
Harper Press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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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죽음을 맞아 사후세계로 떠나지만, 그 누구도 현생으로 되돌아온 사람은 없었습니다. 알 수 없는 세계이기 때문에 더 궁금합니다. 아마 인류가 존재하는 동안 사후세계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길거리에서 “도를 아십니까?”류의 유사종교단체들은 여전히 조상 천도재를 지내야 업장을 소멸하고 모든 일이 잘 풀린다고 꼬드깁니다. 그래서 마지못해 아버지, 어머니 제사를 지내 해원을 하고 나면, 그 다음은 조부모, 조부모 천도재가 끝나고 나면 다음은 증조부모, 증조부모가 끝나고 나면 고조부모…. 제사는 호주머니가 텅 빌 때까지 계속됩니다. 그들이 진짜 사후생을 믿는다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습니다. 조상과 맺힌 것을 풀어준다며, 원한 살 짓을 할 리가 없는 것입니다.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죄와 벌’에서는 완전한 사후세계 속 이야기를 다룹니다. 저승법에 의해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을 기준으로 모든 인간은 사후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7번의 재판을 무사히 통과한 망자만이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영화가 시작됩니다. 비록 사후세계의 실존 여부에 대해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모든 인간이 겪는 죽음과 삶, 그 경계에서 인간은 삶을 관통하는 희로애락을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소설의 이야기는 주인공 애니의 결혼식으로 시작됩니다. 결혼식 다음 날 남편인 파울로와 열기구를 타다가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실려갑니다. 애니는 자신을 먼저 구출하고 뒤늦게 탈출하다 폐손상을 입은 파울로에게 폐를 떼어주는 수술을 하게 되고 눈을 떠보니 천국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애니는 자신의 인생과 연결된 5개의 영혼을 만나게 됩니다.

그녀의 인생이야기도 나옵니다. 애니의 엄마 로레인은 열아홉살에 제리를 만나 결혼하지만 1년후 애니가 태어날 때 제리는 곁에 없었고 4년후 집을 나가고 로레인은 계속해서 남자를 바꿉니다. 애니가 여덟살 때 놀이공원에서 드롭타워 카트가 떨어져 죽을뻔 하는데 직원 에디가 애니를 구해내다 대신 깔려 죽고 애니는 팔을 크게 다쳐 봉합수술을 받습니다.

그후부터 엄마는 애니를 과보호하면서 애견보호소에서 데려온 클레오와 같이 지내고, 중학교때 만난 파울로를 좋아하지만 그가 이탈리아로 떠나 곧 헤어지고 아는 사람이 없는 애리조나로 이사를 가지만 친구들이 애니의 사고내용을 찾아내 다시 전학을 가게 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남자친구와 동거하면서 엄마와 연락을 끊는데 엄마가 암에 걸려 죽고, 스무살때 임신을 해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지만 일찍 태어난 아기가 죽자 바로 헤어지고 데니스 삼촌의 도움으로 간호사가 됩니다.

어느날 출근도중 돌아와 목수가 된 파울로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다시 결혼을 합니다. 알래스카로 신혼여행을 가던 중 애니의 고집으로 차가 고장 난 열기구 사업자 톨버트를 도와줍니다. 새벽에 애니의 요청으로 열기구를 타다가 착륙중 전선과 부딪혀 파울로가 폐를 다치고 애니의 폐를 이식하기 위해 수술하던 중 둘 다 죽게 됩니다. 죽은 애니는 천국에 가서 지상에서 인연이 있던 다섯 사람을 만나는데 첫 번째는 팔 봉합 수술을 해준 의사 사미르, 두 번째는 클레오를 데려올 때 만난 애견보호소 운영자인데 사실은 그녀가 클레오였습니다. 세 번째로 로레인을 만나 놀이공원 사고 현장과 딸을 과보호한 이유를 듣고 엄마가 죽은 후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 하면서 화해를 하고, 네 번째로 애니 대신 죽은 에디를 만나 놀이공원 사고 순간을 보면서 에디가 애니를 구한 것이 2차대전 때 그가 필리핀의 소녀를 죽인 벌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로 남편 파울로를 만나는데 파울로는 애니에게 다시 살아서 더 많은 사람을 도와주라는 말을 하고, 애니는 깨어납니다.

애니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죽음이라는 사후 세계를 함께 여행하는 동안 만나게 되는 다섯 사람 그리고 다섯 개의 가르침은 죽을 만큼 힘겹게 '지금'을 살아 내는 우리에게 ‘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 합니다. 빠른 전개와 과거,현재,미래를 오가는 독특한 이야기 구성은 쉽게 마음속에 흡수되어 버렸고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됩니다. 또, ‘천국’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시공간을 눈앞에 펼쳐지게 만드는 작가의 힘이 놀랍니다.

자신조차도 모르게 했던 일이 선행이 되어 다른 시공간의 누군가의 도움이 되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멋집니다. 인생사는 씨줄과 날실처럼 얽혀서 우리도 모르는 방식으로 짜여진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많이 하지 않습니다. 죽음이란 두려움을 느끼거나 슬픈 게 아니라 삶을 더욱 열정적으로 살게 하는 확실한 마침표일 뿐입니다. 죽음을 단순한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철학적 고찰을 통해 삶을 층 더 의미있게 만드는 자양분으로 삼아야 겠습니다.

비록 소설 속 이야기이지만, 환상적이고 따스한 공간에서 생을 되새기고, 그곳에서 다른 이들과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거나 다음 생을 준비하고 있다는 상상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사후세계를 상상하고, 그렇게 믿고싶은 것일지 모릅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니까요.

죽음을 기억하고 삶을 긍정하게 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와 후회, 용서을 통찰하게 해주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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