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평전>을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리영희 평전 - 시대를 밝힌 '사상의 은사'
김삼웅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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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창피한 말이지만 '리영희'라는 이름을 들은 건 불과 몇년 전이었다. 한 선배가 <대화>라는 책을 선물로 주며, 자신이 읽은 최고의 책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렇게 처음 리영희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그의 이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났다.   

 

리영희 선생은 군사독재시대 이래 양심적인 지식인과 깨어 있는 시민, 청년학도들에게는 '사상의 은사'로 추앙받으며 세파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 삶의 원칙대로 살아왔다. 지식인으로서의 정직성과 엄격성, 불의에 맞서는 장렬함과 자신에 대한 준열함은 후배들에게 큰 본보기가 되어왔고, 많은 후배들이 그를 본받고자 노력했다.   

 

이 책은 그런 리영희 선생의 지난 80년 생애를 정리한 리영희 일대기라 할 수 있겠다. 60년 전 육군 장교로서 한국전쟁을 맞아 일선을 누비고, 50년 전에는 일선 기자로 이승만 독재들 비판하며 시위 현장에 앞장섰으며, 40년 전에는 유신독재 타파를 외치다 언론사에서 쫒겨날 위기를 겪는다. 30년 전 신군부가 발포한 광주 폭동의 주동자로 몰리며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모진 고통을 겪었으며, 20년 전에는 북한 취재기자단으로 구속 되기까지 했다.   

 

 10년 전 남북화해기의 여명기은 6.15 선언의 남북화해를 지지하며 통일의 꿈을 불태웠고, 그 이후 건강이 악화되어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건강회복에만 전념하였다. 그리고 그 사이 자서전 <대화>르를 통해 그동안 못다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후학들에게 전했다. 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리영희를 제대로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이 책보다는 <역정>이나 <대화>같은 책이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본인의 입을 빌어 써나간 책이기 때문에 그의 주장을 더 생생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의 일대기를 차분히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특별한 매력점은 발견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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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본발전사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반자본 발전사전 - 자본주의의 세계화 흐름을 뒤집는 19가지 개념
볼프강 작스 외 지음, 이희재 옮김 / 아카이브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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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얼룩진 20세기 초반의 세계대전이 종식되고 지난 60여년이라는 시간동안 전 세계는 ‘발전’에 열을 올렸다. 폐허로 된 도시는 반듯하게 갈고 닦았으며, 마치 경쟁을 하듯 서로가 너 높은 고층 빌딩을 세워 올렸고, 모두를 연결하는 촘촘한 교통망 확충에 누가누가 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그 사이 사람들은 ‘열심히 일 하는 것’만이 선(善)이라 생각하게 되었고 그것만이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나라를 새롭게 건국하기 위해 모두가 합심해 발전을 외쳤고, 보다 더 잘 살기 위한 운동으로 ‘새마을 운동’을 함께 재창했으며,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며 모두가 잘 살게 될 그날을 그렸다. 그렇게 우리 부모세대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아끼고 또 아꼈으며, 게으름은 죄악이라 여기며 매일 매일을 열심히 일만 하며 살아왔다.

그렇게 6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60년 전 발전만이 모든 것을 보상하리라 믿었던 그 믿음은 여전히 유효한가? 발전의 결과가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갔는가?  《반자본 발전사회》는 발전이라는 달콤한 사과가 어떻게 얼마나 큰 환상이었는지, 그것들이 가져온 양극화와 상대적 박탈감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밝힌다. 총 17명의 저자가 각각 발전, 평등, 시장, 한 세계, 참여, 생산, 과학, 기술 등의 19가지 개념을 가지고 다시 ‘발전’을 묻는 시도를 꾀했다.

가령 이런식이다. 권리, 의무, 자격 등이 차별 없이 고르고 한결같음을 의미하는 ‘평등’은 C. 더글러스 러미스에 의해 ‘발전이 약속하는 먼 미래’로 재정의된다. 사실상 부국이 이룩하는 경제 발전, 곧 부의 상당 부분은 빈국에서 들여오는 부이며, 이는 세계 경제 체제의 불평등을 만들어내며 불평등 위에서 굴러가는 것이라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경제정책으로 인해 전 세계의 평등을 예견하지만, 사실상 빈국의 소득 증가율은 0.5퍼센트에 불과하며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다. 발전은 먼 미래의 경제적 평등을 약속하지만 4,50년이 넘은 지금도 지독한 불평등을 낳고 있을 뿐인 것이라 주장한다.

‘참여’에 대해서 마지드 라흐네마는 ‘교묘한 통제의 방법’이라 정의내린다. 1950년대 후반에 억눌린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로 처음 사용된 이 ‘참여’는 예상과는 너무나 다른 현실에 부딪히고 만다. 참여라는 이 착한 도구를 발견한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목소리에 힘을 싣기 위해 교묘하게 활용하였고, 민중 권력의 전개 과정 보다는 활동가들이 자신의 사명을 해석하는 데 있어 전통적인 권력 행태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데만 기여하게 되었다. 더 이상 참여는 구세주가 아니라 위험성을 내포한 조작 도구가 되어버린 것이다.

‘환경’은 정치의 영역이 되어버린 자연, 발전을 고발하기 위해 끌어온 말이지만 새로운 발전의 시대를 알리는 깃발로 전락해버린 것으로, ‘과학’은 자연과 전통의 가치들을 열등하고 비본질적인 것으로 깎아내리는 이성의 권위를 둘러쓴 권력으로 재정의 한다. ‘빈곤’은 특정한 문명의 발명품, ‘진보’는 권력과 종교적 신념의 화학적 변용이라는 발칙한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책 분량의 압박과 어려워 보이는 단어들로 가득한 책이지만, 한번만 더 들여다보면 결코 먼 남의 이야기는 아님을 알 수 있다. 저자들마다 글쓰기의 편차가 있고, 주장의 근거도 역시 각 주제어마다 천차만별이지만 그동안 긍정적으로만 생각했던 각 단어들을 다른 시각으로 읽어본 새로운 시도는 의미가 있다. 사람들은 균형 잡힌 시각을 갖기 위해, 한쪽으로 치우치기 쉬운 사고를 바로잡기 위해 책이라는 것을 읽는다. 이 책도 그동안 수많은 주장에 인용된 ‘긍정적인’단어들이 실은 얼마나 위험하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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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 주세요.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 

  참 오랜만에 만나보는 읽고 싶은 뇌과학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의례적으로 생각하는,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감퇴하고 뇌활동도 더디어지기 마련이라는 고정관념을 통괘하게 깨주는 책이 아닐까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 

 이 세상 어딘가에는 반드시 내 인생을 구원해줄 어떤 책이 있을거라 생각하는 건 책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는 로망일 겁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바람을 바탕으로 나온 책이란 생각이 들고요. 발견되지 않은 원고,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는 책 등 존재하지 않는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모든 책러버들의 경전과도 같은 책이 되어주지 않을까요? 

 

 

 

 

 그동안 당신만 몰랐던 스마트한 실수들 

  제목이 참 재미있습니다. 실수는 실수인데 똑똑한 실수인거고, 그 실수를 나만 모르고 있었다니요. 이 책은 인간들이 공통적으로 저지르는 사고의 한계와 실수등을 10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목차를 보니 몇가지는 심히 공감이가 내용이 궁금해졌습니다.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 

인(仁)이라는 글자로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풀어본 인문학책입니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질문이자 근원적인 질문인 책은 ‘인’을 공자 이전에서 시작해서 근대의 최한기, 캉유웨이, 탄쓰통에 이르기까지 11단계로 나누어서 다루고 있습니다. 

 

 

 

 

류사오보 중국을 말하다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국내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류사오보의 책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사실 그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는 것만 알았지 그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신념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잘 모릅니다. 류사오보가 경험한 인권 사각지대 중국의 현황을 파악하는 동시에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이라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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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아브람 노엄 촘스키.미셸 푸코 지음, 이종인 옮김 / 시대의창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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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가들의 사상을 공부하고, 그들이 바라본 세상에 대한 시선을 익히는 데 어떻게 때와 장소를 가릴 수 있겠느냐만, 왜 지금 촘스키와 푸코의 대담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문이 생긴다. '정의'와 '도덕'열풍이 부니 이번에는 거장들이 '인간 본성'에 대해 열띤 토론을 읽어보자는 데 까지는 겨우겨우 이해를 할 수 있지만, 마이클 셴델이 학생들에게 강의한 것처럼 대중의 눈높이를 생각했을 때 그 이해의 연결고리는 끊겨 버린다. 왜냐하면 이 책은 대중이 이해하기 너무 어렵다.   

촘스키와 푸코의 이름을 들어보기는 했지만, 그들의 책을 단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 독자들에겐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반드시 옮긴이의 후기부터 읽는 것이 좋겠다.  

이 책은 1971년 11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노엄 촘스키와 미셸 푸코가 텔레비전 중계로 세 시간에 가까운 열띤 토론을 벌였으며, 그 대담을 엮은 것이다. 당시 이 대담은 큰 의미를 가졌었는데 그것은 1971년은 프랑스의 1968년 5월 위기가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고, 미국에서는 켄트대학의 학생시위에 경찰 발포로 학생 4명이 살해되는 등 반전 운동이 광범위하게 전개되던 때였기 때문이다. 

이들의 토론을 즐기기 위해서는 두 철학자의 분명하게 다른 의견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인간성과 인간 사회의 진보라는 주제에 대해 이 두 사람은 정반대 방향을 가지고 있었다. 촘스키는 인간의 정신을, 푸코는 사회,정치적 조건을 강조한다. 

촘스키는 타고난 인간성이 사회적, 지적, 개인적 행동을 인동하는 것이라는 관념론의 입장에 서 있었다. 즉 인간성이란 타고나는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 푸코는 인간성은 시대별 사상의 소산이라 생각했다. 즉, 인간성은 시대별로 다르게 이해되었기 때문에 어떤 본질적 실체는 없다고 여긴 것이다.  

이처럼 인간성에 대한 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정치 분야에 있어서도 두 사람은 의견을 달리한다. 촘스키는 인간성에 바탕을 둔 의로운 사회를 꿈 꾼 반면, 푸코는 현재 사회는 부르주아 사히가 만들어낸 것이며 시대가 바뀌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여겼다.  

푸코와 촘스키의 다른 책을 접해보지 않은 내게 이 책은 이해하기 버거운 내용의 책이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내용은 흥미로웠으나 아직 이들 철학자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들이었다. 개인적으로 푸코와 촘스키에 대한 기본 이해가 있는 이들에게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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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잉 아이 - Dying Ey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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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가 말했다. "10명이면 10명 모두 납득하는 살인 동기가 아니라, ‘뭐야? 이런 걸로 사람을 죽여?’ 하는 추리소설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다잉 아이>를 읽은 독자로서 그에게 이렇게 답하고 싶다. "그렇다면 이번 소설은 당신의 실패작이다." 

 

간만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집어 들었다. 복잡한 머리를 식히고 싶기도 했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끝장 나게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었다.  <다잉 아이>는 최근에 나온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중 가장 눈에 띄는 책이었고, “다시는 이렇게 쓸 수 없을 것 같다”는 책 표지 뒤에 있는 작가의 말이 독서 욕구에 결정타를 날렸다. 히가시노 개이고는 <백야행>과 <용의자 X의 헌신> 으로 나를 사로잡은 몇 안되는 작가 중 한명이었기에 주저 없이 읽기 시작했고 지난 밤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그리고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야기의 시작은 바텐더로 일하는 주인공 신스케가 누군가에 의해 둔기로 머리를 맞아 쓰러지면서 시작된다. 그 충격으로 신스케는 일종의 부분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되고 1년 반 전에 있었던 한 교통사고와 관련된 기억을 모두 잊어버린다. 자신을 때린 범인을 찾던 중 그 범인이 그 1년 반 전에 있었던 사고로 아내를 잃은 남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아내를 죽인 것이 다름 아닌 자기였음을 알게 된다. 사람을 죽이는 어마어마한 사고를 저질러 놓고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신스케는 그때부터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몇년간 동거해온 여자친구는 어느날 사라져버리고, 사건 당시 일하던 술집의 주인은 사고 이야기만 나오면 화를 내며, 어디선가 많이 본 낯선 여자는 주인공의 주변을 계속해서 어슬렁거린다. 단순한 사고라 생각했던 신스케의 추측은 여지 없이 빗나가고 소설 중반부로 가면서 새로운 인물까지 등장하며 사건의 퍼즐을 맞추기 위한 그의 노력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진다.  

 

야기 전개 속도, 독자들이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지속적인 사건의 발생,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의 구성까지 이 정도면 어느 추리소설 못지 않게 괜찮은 책이다. 게다가 그 이야기 속에 있는 '다잉 아이'라는 모티프는 충분히 히가시노 게이고 답다.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이들의 마지막 눈동자에 담긴 수많은 감정들, 살고자 하는 욕망과 그것을 빼앗은 살인자에게 보내는 원한과 증오가 가득한 그 마지막 눈빛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살인을 당한 이들에게는 이 세상을 기억하는 마지막 얼굴이 자신의 목숨을 빼앗은 살인자가 되어야 하고, 살인자에게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는 이의 눈빛이 그 어느 눈보다 더 강렬하게 남은 인생을 쫓아다니게 되는 아이러니. 그것이 <다잉 아이>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고, 책을 덮고도 자동차 유리 넘어로 보이는 그녀의 또렷하면서로 강렬한 눈빛이 자꾸만 떠오르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었을 때의 허탈함(지극이 평범하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었기에), 여자친구의 어정쩡한 역할과 어정쩡한 배신, 피해자 남편(주인공 신스케의 머리를 내려친)의 허무한 죽음이 그것이다. 이 책에는 히가시노 게이고는 없고 '다잉 아이'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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