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멜랑콜리아 - 상상 동물이 전하는 열여섯 가지 사랑의 코드
권혁웅 지음 / 민음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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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멜랑콜리아>를 처음 서점에서 만났을 때, 마치 오랫동안 기다렸던 나의 연인을 만난 듯한 가느다란 설레임을 느꼈다. 그리고 책을 집어 들어 서문을 다 읽어 내려갔을 땐, 사랑의 불꽃이 달아올라 미친듯이 서로를 갈구하고 욕망하는 폭발할 것 같은 열망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땐, 모든 사랑의 감정을 소비해버리고 지나간 연인에 대한 추억을 곱씹는 사람처럼 아련한 아픔이 밀려왔다. <몬스터 멜랑콜리아>는 이렇게 하나의 사랑이 다가왔다 사라지는, 모든 사랑의 감정을 담고 있었다.

 

자, 그렇다면 이토록 놀라운 사랑의 감정을 경험하게 하는 이 책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시를 공부하던 저자 권혁웅은 어느날 ‘신화’세계에 빠져든다. 은유와 환유는 시와 신화의 세계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요한 동력이었고 그 때문에 본격적으로 신화 세계를 공부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저자는 놀라운 것을 발견한다. 시가 개인적인 감각들을 담아냈다면 신화는 집단적인 몸의 감각을 생성, 변화, 유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몸의 논리란 결국 사랑(욕망)을 동력으로 삼는 사랑의 논리였고, 우리는 상상 속 괴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논리를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동물들에게 혐오감을 느낄 때 어떤 사람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는 느낌은 혹시 접촉하면
그들이 자기 마음을 꿰뚫어 보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다.
자기 안에 뭔가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동물과 흡사한 것이 있어 동물이 그것을 알아차리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의식,
그것이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_ 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 29쪽

 

<몬스터 멜랑콜리아>는 그렇게 탄생했다. 우리가 사랑을 하면서 겪는 수많은 감정들을 담고 있는 상상 속 괴물들을 첫사랑, 고백, 기다림, 유혹, 질투, 외로움, 고백 등 16가지 사랑의 키워드로 나누고 분석했다. 신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문학과 철학, 미학, 심리학, 종교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며 우리의 사랑을 대변하고 있는 괴물들의 이야기를 말한다.

 

신기하게도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사랑의 감정이 신화 속 괴물들에게 있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오딧세이아에 등장하는 외눈박이 퀴클롭스처럼 사랑에 눈이 멀고, 그리스와 이집트의 문장에 등장하는 제 꼬리를 입에 문 뱀 우로보로스처럼 하나의 몸이 된다. 사랑을 하는 순간에는 목이 잘리자 젓꼭지가 눈이 되어 몸으로 싸우는 형천처럼 질투에 분노하기도 하고, 지옥을 지키는 문지기 케르베로스처럼 끊임없이 상대를 기다리기도 한다. 사랑을 잃게 되면 허전함과 외로움은 가슴이 뻥 뚫린 사람들만 살아간다는 상해경 속 관흉국 사람들에게서 발견한다.

 

“신화 자체가 사랑의 논리를 구현하고 있으므로 다른 괴물들도 그 기괴한 외양 너머로 동일한 사랑의 논리를 숨기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괴물들이 보여 주는 것은 몸의 몸이며 사랑의 사랑이다. 모든 괴물은 순수한 멜랑콜리아를 구현한다.” 고 저자는 말한다. 감히 이 책을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몬스터 버전이라 당당히 말한 저자의 포부처럼 이 책은 색다른 시도를 멋지게 구현해냈다. 내게 이 책은 신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색다른 방향으로 제시해준 책이었으며, 지금 하고 있는 내 사랑의 의미를 다시 새겨볼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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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키 바트만 - 19세기 인종주의가 발명한 신화
레이철 홈스 지음, 이석호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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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자는 관람객을 무대로 불러 그 엉덩이 부위를 만져보게 했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이 그런 욕구를 느끼도록 엉덩이가 불록한 그 비정상적인 몸매가 잘 보이게 빙 돌라고 강요합니다.
마치 잔인한 짐승이 전시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그녀는 대중들 앞에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_ 136쪽 중에서
 

1810년 9월 런던. 당대를 대표하는 수많은 명사와 지식인들에게 한 장의 초정장이 날라들었다. '호텐토트의 비너스'라는 제목의 초청장에는 아프리카 케이프에서 온 호텐토트의 비너스 사르키 바트만이 처음으로 관객들 앞에 나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당시 런던에서는 이렇게 사람을 전시하기도 했는데, 주로 태생적인 기형이나 일부러 신체를 훼손한 기이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희귀한 풍경, 기이한 것들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이었다. 인간의 호기심의 대상을 사고 파는 이 사업은 당대 런던을 휩쓰는 최고의 오락 사업이었는데, 그 무대에 사르키 바트만이라는 한 여성이 서게 된 것이다.  

 

당시 유럽인들에게는 '호텐토트족'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케이프타운으로 여행을 다녀간 유럽 여행객 사이에서 퍼진 전설인데, 그것은 바로 이 지역 여성들은 커다란 엉덩이에 긴 음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프리카 땅에서부터 사르키 바트만을 눈여겨본 던롭과 세자르는 그녀를 데리고 와 유럽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 큰 돈을 벌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당장 그녀에게 '호텐토트의 비너스'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그녀를 무대에 세웠다. '호텐토트'라는 말은 이상하고 불안정한 것,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것, 성적으로 과도한 것이라는 뜻을 지녔고, '비너스'는 잘 알다시피 순수함을 상징했다. 이 두 단어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음탕함과 순수함, 야수적 육욕과 초월적 여신을 하나로 포괄하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이름이 탄생했다.

 

무대 의상은 그녀의 기이한 몸매가 더욱 돋보이도록 만들었다. 나체인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옷에 착 달라 붙는 타이즈로 온 몸을 감쌌고, 화려한 장신구들로 엉덩이 주변을 감싸 둔부는 더욱 크게 돋보이도록 만들었다. 진주알로 수놓아 갈무리한 치마를 앞에 두르고, 모피 털, 장식물들이 주렁주렁 달리게 해 마치 그녀의 긴 음순을 가리기 위함처럼 보이게 했다.

 

그들의 전시는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전설 속에서만 살아 숨쉬던 엄청난 둔부에 긴 음순을 가진 호텐토트의 비너스가 눈 앞에 나타났으니 말이다. 첫 공연 직후 사르키를 주제로 한 시와 노래, 신문에 큼지막하게 실린 캐리커처, 신문기사 등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노점상과 호객꾼들은 '사르키'와 '호텐토트'를 외쳐댔다. 그렇게 사르키 바트만은 사람들의 호기심과 욕정의 대상으로 사람들의 눈요기거리가 되어 있었다.

 

 



 

 

사르키 바트만, 그녀는 대체 누구이고 왜 이 먼 런던까지 오게 되었으며, 왜 인간의 존엄성마저 던져버리며 눈요기거리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일까?

 

사르키 바트만은 1789년 남아프리카의 코이족 일원으로 태어났다. 하지만 어린시절 백인 정찰대에 의해 납치되었고 케이프타운으로 끌려가 그곳에서 노예와 같은 시종 노릇을 하며 살아간다. 그 불행한 생활이 종지부를 찍기라도 하는듯 선술집에서 만난 어느 군악대원과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게 되지만, 그녀가 스무살이 되었을 때 아기는 죽고 남편은 어디론가 떠나버린다. 혼자가 된 그녀는 세자르라는 고용주를 만나게 되고 유럽으로 밀항해 오게 된다.

 

그때부터 그녀의 삶은 완벽하게 빼앗겨 버린다. 아니, 그녀의 삶 뿐 아니라 그녀의 육체마저도 더이상 그녀의 것이 아닌 것이 된다. 세자르는 그녀를 아프리카 희귀종으로 소개해 옷을 벗겨 무대에 올린다. 큰 엉덩이는 아프리카 인종이 인간 원숭이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고, 세간에 떠돌던 긴 음순에 대한 소문을 더욱 자극해 사람들이 끊임 없이 그녀를 찾게 만들었다. 1810년에서 1814년 그녀의 쇼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지만 그녀의 삶은 피폐해져 갔다. 왜, 무엇을 위해 자신이 사람들의 눈요기가 되어야 하는지 몰랐다. 원치도 않는 춤을 춰야 하는 것은 고문이었고, 때로는 옷을 벗기려는 강압적인 분위기들이 그녀를 지치게 만들었다. 결국 그녀는 술과 담배, 마약 등에 의자히게 되고 결국 그녀는 더이상 무대에 오를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둘 유럽인들이 아니었다. 1815년 그녀는 과학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는 유럽 과학자들의 말도 안되는 미명 아래 실험실로 향한다. 아무런 말도 듣지 못한채 실험실로 간 그녀는 자신의 옷을 벗기려는 과학자들에게 맞서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그녀는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겨우 생식기를 가릴 수 있는 작은 천조각만 손에 움겨쥐게 된다. 그날 작성된 과학자들의 보고서와, 화가들이 그린 세밀화는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다.

 

사르키는 1815년 혹독하게 추운 겨울날 숨진다. 그녀의 죽음에 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는데, 감기와 기관지염을 제때 치료받지 못한데다 술에 의지하는 정도가 커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비참한 것은 사르키는 죽어서도 대중들의 눈요기가 되어야 했다는 것이었다. 사르키의 육체를 박물관에 팔아 넘겨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한 것이다. 파리자연사박물관은 그녀의 시신을 거두어 골격 뼈대, 전신 밀랍인형, 뇌와 생식기 등을 전시했다. 그렇게 그녀는 죽어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사르키 바트만>은 19세기 유럽인들에의해 자행되었던 인종주의의 희생자인 사르키 바트만의 비참한 생애와 후에 그녀의 존엄성을 되찾아주기 위해 노력한 후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르키의 이야기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저 평범한 한 여성이 생김새와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 욕정의 대상이 되며, 놀이거리로 전락될 수 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었다. 후대 사람들의 노력으로 그녀는 200여 년만에 고향땅으로 되돌아 왔지만 200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녀가 유럽땅에서 겪었던 수모는 사라지지 않았고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혹시 나는 지금 나와 다른 피부색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을 한 사람이 아닌 호기심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제 부디 그녀의 영혼이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홀로 편안히 잠들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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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
마르탱 파주 지음, 용경식 옮김 / 열림원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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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투안은 항상 자신이 개의 나이를 먹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스물다섯 살인 현재, 그는 좀더 안락한 생활을 꿈꾸며 자신의 두뇌에 어리석음이라는 이름의 수의를 입힐 결심을 했다.
지성이란 잘 설계되고 멋있게 바름되는 어리석음을 가리키는 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리고 지성은 너무나 타락해서 이제는 공인된 지식인이 되느니
차라리 바보가 되는 편이 훨씬 유리할 때가 많다는 것을 보아왔다." 
_ <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  5쪽

 

앙투안은 바보가 되기로 결심했다. 겨우 스물다섯인 그는 여러분야의 학위를 가지고 있었으며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었다. 주 전공은 문학이었지만 이따금씩 생물학, 인시류, 아람어 수사학, 영화 등 자기가 알고 있는 분야의 강의를 대신해 하기도 했다. 친구는 많지 않았지만 언제나 그의 곁에는 수많은 문학가와 사상가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플로베르의 서한집을 가장 좋아했으며 플로베르의 고충과 시행작오 속에서 종종 길을 찾곤 했다.  그런 그가 어느날 자신의 행복을 되찾겠다며 생각하기를 멈추겠다고 선언한다. 자신의 지성과 명석함이 행복을 좀먹고 있다고 여긴 것이다.

 

왜 그는 자신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여겼을까? 예를 들면 이런거다. 그는 옷을 살 때면 모든 옷들의 원산지를 확인했다. 나이키의 아시아 공장들과 그 밖의 다른 다국적 기업들의 공장에서 어린아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마찬가지로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기업이나 비민주국가에서 투자하는 기업의 제품은 절대로 사지 않았다. 지성인으로서 책임 있는 소비자 태도를 지녀야 마땅하다고 판단했고, 그런 그의 소비 태도는 비싼 대가를 요구했다. 그런 기업들을 제외하고 소비를 하려고 하니 그의 옷은 별로 없었고, 그는 종종 굶주려야 했다. 하지만 이제껏 그는 어떤 불평도 하지 않고 살아왔던 것이다.

 

자, 그래서 이제 앙투안은 '막'살아보기로 결심한다. 제일 처음으로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보고자 한다. 하지만 제버릇 개 못준다고 앙투안이 제일 먼저 한 것은 도서관으로 달려가 술의 역사에 관한 책을 모조리 검색해 읽는 것이었다. 그러곤 바로 술집으로 향해 한 술꾼을 만나 알코올 중독자가 되는 법을 알려달라고 한다. 과연 그는 알코올에 흠뻑 취할 수 있었을까? 그는 보기 좋게 실패하고 다음 작전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앙투안은 알코올 중독자 되기, 성공적인 자살 법을 알려주는 자살 강의를 듣고 자살 시도하기 등을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마지막 세번째 작전 '바보 되기'에 들어간다.

정신에 자극을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멀리 했다. 그는 책들을 모두 상자 속에 넣어버렸다.
소설, 이론서, 백과사전은 물론이고 음반, 다양한 강의록과 자료들, 지식, 과학, 역사, 문학잡지들...
단칸방 벽에 붙은 렘브란트, 에곤 실레, 에드워드 호퍼 그리고 미야자키의 그림들까지 모두 떼어냈다.
_ 113쪽

이제 그는 생각하기를 멈추고 먹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등을 마음껏 하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맥도날드에 들어가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후렌치 후라이에 식도까지 따끔거리게 만드는 콜라를 마신다. 예전에는 결코 가볼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왜냐하면 그곳은 제국주의적 자본주의의 소굴이며, 기름기와 설탕 공급자이며, 생활 패턴의 획일화를 상징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또 용돈이 떨어지자 서민의 피를 빨아 먹는다는 증권회사에 들어가 자금 운용을 하기 시작한다. 그는 떼돈을 벌었고 그것으로 스포츠카와  최신형 전자제품, 명품 옷을 사들인다. 심지어 친구의 조언에 따라 결혼정보 업체를 찾아가 여자를 구하기도 한다.

 

자, 그래서 과연 앙투안은 행복해졌을까?

 

이 책의 묘미는 바로 그 답을 찾는 과정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성적 삶과 바보적 삶의 양 극단에서는 모두 행복을 찾을 수 없다. 세상은 바보 선언 이전의 앙투안의 삶처럼 머리로만 생각하면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들을 놓치게 마련이고, 또 바보처럼만 산다면 남의 돈(주식)으로 떼돈은 벌어 지상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쾌락은 경험할 수 있지만 머리 한쪽은 허전한, 왜 사는지 그 목적의식은 상실하는 텅빈 인간이 되게 마련인 것이다. 

 

200쪽 남짓의 이 책을 일주일간 들고 다니며 읽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재치와 위트가 넘쳤고, 무엇보다 세상 사람들을 꼬집는 풍자가 일품이었다. 이 책에서 잊혀지지 않는 두 장면. 실수로 키보드에 커피를 쏟은 덕분에 거래가 이러우져 억대 주식 트레이너가 된 앙투안의 모습과, 프리섹스를 주창하며 아내는 물론이고 늘 여자를 바꿔가며 만다는 앙투안 친구의 모습은 삶이라는 것이 꼭 머리로만, 혹은 꼭 가슴으로만 채워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참 멋진 책을 만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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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중고서점 오픈 이벤트] 방문 후기 작성하기

  

드디어! 오늘 점심시간을 이용해, 종로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에 다녀왔습니다.
지지난주부터 알라딘 중고서점에 다녀왔다는 후기들을 보면서 너무나 가보고 싶었거든요.
연휴가 끝난 직후에 가는터라 책들이 많이 빠졌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당장 달려갔습니다.

알라딘 중고서점은 종로 2가, 지오다노 바로 옆 지하에 위치하고 있어요.
예전에 이곳은 나이트 클럽 자리였다고 하는데, 나이트 클럽이 서점으로 바뀌다니 참 재밌죠? 택시 아저씨에게 위치를 설명하며 저기 서점 앞에 세워달라고 하자 아저씨가
"언제바뀌었대요? 어쩐지 몇주 전부터 여기 손님이 없다 했어요. 여기 사람 되게 많았는데"라며 아쉬워하시더라구요.
누군가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공간이 제게는 기쁨의 공간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참 재밌더군요. 

큰 도로변에 있는데다 주홍빛으로 눈에 띄게 색을 칠해둬서 알라딘 중고서점은 쉽게 찾을 수가 있어요. 
유동인구가 워낙 많은 곳이니 참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겠다 싶더라구요.
아무튼 그렇게 도착해 계단으로 내려갔습니다.

 



 



 



 

 

우선 전체적인 느낌은 이게 정말 '헌책방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깔끔했습니다.
헌책방에 대한 그간의 고정관념을 말끔하게 깨뜨려 준다고나 할까요?
책만 헌책이지 종로의 K문고나 Y문고의 느낌과도 크게 다르지 않더라구요. 
무엇보다 제일 좋았던 건 헌책방이지만 책을 찾아볼 수 있는 검색대가 있다는 것이었어요.
보통 헌책방은 주인 아저씨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원하는 책이 있는지를 찾아볼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여기 알라딘 중고서점은 검색대에서 책의 유무를 검색할 수 있고, 책이 있는 서가의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위치보기를 클릭하면 서가의 위치가 바로 인쇄되어 나오고요.
게다가 책은 분야별로 분류가 되어있어요. 사진에 보시면 B서가가 보이죠?
이렇게 A부터 I까지 분야별로 구분이 되어 있어서 원하는 분야의 책을 전체적으로 보고 싶으시면 서가로 가서 보시면 됩니다.
책 찾아보기에는 이보다 좋은 헌책방은 없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두번째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다는 것이었어요.
물론 아직 책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서가도 넉넉하고 공간도 넉넉해 보이는 것이긴 하겠지만
중간중간 마련해 놓은 공간들은 앉아서 잠시라도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주어 좋더라고요.
오늘같이 사람이 없는 날이라면 사진 속에 있는 아이처럼 저렇게 누워서 책을 읽어도 좋겠죠?
아직까지는 책 먼지도 적고 워낙 공간이 쾌적해서 저렇게 엎드려서 몇 권은 거뜬히 읽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여기 중고서점은 온라인 알라딘과 연계가 되어 있어 알라딘에서의 적립금을 쓸 수도 있고, 역으로 적립도 할 수 있어요.
저도 알라딘에 쌓여 있는 적립금으로 책을 구입했답니다.
물론 온라인 알라딘 중고샵을 통해 책을 사도 되지만, 여기서 직접 물건을 확인하고 고를 수 있으니 좋더라구요.
책을 사는 곳 옆에는 책을 파는 곳도 있으니, 다 읽은 책은 가지고 와 중고로 팔고 읽고 싶은 책을 가져가도 좋겠다 싶었어요.






 

 

물론 아직까지는 책의 종수가 적고, 중고 책으로 매입하는 분야가 한정되어 있어(책의 가치 보다는 판매 지수 위주의 매입이라)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전 이 정도면 새로운 형태의 헌책방으로는 성공적인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궁금하신 분들은 들르셔도 후회하진 않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참, 그리고 지금 매장에서 보물찾기 이벤트가 진행중이래요.
가에 숨겨져 있는 카드를 찾아오면 할인이나 기념품 같은걸 제공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못찾고 돌아왔지만, 여러분들 가셔서 보물도 찾고 선물도 많이 받아오세요!!

 



   




알라딘 중고서점 안내  :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110916_open#01

 
본문 보기 : http://nayana0725.blog.me/4014081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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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하는 날
최인석 지음 / 문예중앙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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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좋았다.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단 한 번의 사랑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는 사랑에 대한, 연애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문예중앙 연재 당시 잠깐 읽었던 그의 글 느낌이 나쁘지 않았기에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하지만 다 읽고 난 지금 이 책을 읽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후회가 남는다. 사랑에 대한 지독한 리얼리즘이 내게는 너무나 벅찼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수진과 장우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제대로 된 연애 한번, 사랑의 떨림 한번 경험하지 못한 수진은 뜬금없는 아버지의 유언에(그것도 10년이나 애 낳고 잘 살다가) 상곤과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는 상곤과 작은 서민 아파트에서 힘겹게 살아가던 수진, 식을 올린다는 것 말고는 크게 의미도 없는 이 결혼식에서 수진은 어릴적 친오빠의 폭력에서 자신을 구해주던 동네 오빠 장우를 만나게 된다. 말끔한 차리에 따뜻한 미소를 품은 장우, 수진은 장우와 불륜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장우 역시 아내가 있었다. 하지만 아내 서영의 집안은 장우에게는 짐이었다. 사위에게 몇천 씩 돈을 빌려달라 손을 내미는 장인 어른은 빌린 돈도 값지 않은채 호화로운 여행을 다녔고, 서영의 오빠 두영은 장우와 수진의 불륜관계가 담긴 사진으로 장우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고만 하는 인간 말종이었다. 그런 장우에게 수진은 다르게 느껴졌다. 수진은 장우에게 따뜻한 저녁을 차려주고,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곁에 있어주는 그런 여자였다.

 

 

그 재미 없는 영화가 '긴장'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는 것 또한 이상스러웠다.

연숙이 보기에 <긴장>은 영화 같지가 않았다. 차라리 간장,이 나을 것 같았다.

_ 32쪽 중에서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랑은 그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다. 수진과 진심으로 사랑에 빠질 것 같자 자신의 아이까지 가진 그녀를 버린 장우나, 처남이 관리하라고 준 건물 곳곳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연숙을 엿보는 두영이나, 점점 변해가는 아내를 잡을 수 없자 폭력까지 휘두르는 상곤이나 모두가 자신은 '사랑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그 누구도 사랑을 하지 못했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사랑을 해봤기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외치는 수진 역시 결국 가정과 애인 모두 잃은 자의 변명일 뿐 그 목소리가 애절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이 책을 읽고나면 '연애 따위는 개나줘버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소설 속 대일의 애인 연숙이 대일의 영화 <긴장>을 보며 전혀 긴장 같지 않다고 느꼈듯이, 나 역시 이 소설 <연애, 하는 날>을 보며 차라리 '연애, 끝나는 날'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모든 추악함과 뒤틀어진 욕망들이 투영된 인물들의 이야기에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붙인 건 어쩌면 작가가 의도했던 역설인지도 모르겠지만, 난 이 지독한 리얼리즘이 감당하기 힘들었다.

 

J가 내게 그런 말을 했었다. "언니는 지나친 이상주의자야"라고. 나도 30년을 살았다. 세상은 생각만큼 아름답지 않다는 것,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 쯤은 안다. 그럼에도 변치 않는 것이 있을 것이라 믿고, 세상은 그래도 살만한 곳이라고 믿는 건 내가 그렇게라도 믿지 않으면 평생 불행 속에서 살아갈 것 같기 때문이다. 뻔한 세상 속에서 뻔하게 살아가는 것 만큼 재미 없는 삶이 또 어딨겠는가 말이다. <연애, 하는 날>은 그저 소설일 뿐이라고, 난 믿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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