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 주세요.

 볼프강 작스 <반자본 발전사전> : 저는 공산주의자는 아니지만, 자본주의라고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자본주의에도 여러 갈래가 있고 그 중 신자유주의는 참...악랄하지요. 세계적으로도 양극화를 조장하며 다국적기업, 강자에게만 유리하니까요. 그래서 이런 책들을 보면 참 속이 시원할듯 합니다. 

 

 

  

 

 노르망 바야르종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 : 12월에도 촘스키 관련 책이 뽑혔는데 또 촘스키야?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촘스키에 대한 책이라기보다는 여론 조작이나 정치인들 헛소리, 광고의 속임수 등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지적 자기방어법' 강의입니다. 저런 속임수들에 속지 말아야겠습니다. 

 

 

 

 

요한 하위징아 <중세의 가을> : 14~15세기 유럽인들의 삶의 모습과, 그들의 삶의 쓰라림에 대해 드러나 있는 책입니다. 사실 저는 중세를 참 아름다웠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막상 타임머신을 타고 그 때로 돌아가 보면 별로 즐겁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 당시에는 의학이 발전하지 않아서 별 것 아닌 병에도 어이없게 목숨을 잃어야 했고, 지금같이 매일 머리감고 샤워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어서 위생상태도 열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때도 나름의 낭만과 문화, 예술이 살아숨쉬었으리라 저는 믿고 싶습니다. 

 

  

 

 강준만 <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 : 점점 갈수록 취업난이 심해진다고 하지요. 하지만 실업이라는 현상은 예전부터 있어왔고 단지 공론화되지 않은 것이라고 합니다. 실업은 경제적으로도, 또 심리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치지요. 이 책을 통하여 실업의 역사를 알고, 세상의 씁쓸함을 알고 싶습니다. 

 

 

 

 

 김용규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 : 분량도 많고 난이도도 꽤 높을듯 하지만, 어려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묘미라 믿고...서양 문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서양의 여러 신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싶습니다. 방대한 철학적 내러티브, 벌써부터 기대되는군요. ^^

 

 

 

 

 

이 리스트는 아직 확정 아닙니다 ^^ 마감일까지 가끔 수정할것 같아요. 그리고 12월에 출간된 책들 중 제가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은... 

미헬 라이몬 <미친 사유화를 멈춰라> 

최재봉 <거울나라의 작가들> 

리수충 <역사를 바꾼 성 이야기>입니다. 이 책들은 절대! 뽑혀서는 안될듯...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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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06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강준만의 책을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했다가 퇴짜 맞았는데,,
이번 기회에 선정되었으면 좋겠네요, ^^;; 취업 문제에 관련된 내용이라서
그런지 이 책만큼은 꼭 읽고 싶어요.

셜록 2011-01-06 19:32   좋아요 0 | URL
오, 저는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저번의 <한국의 워킹푸어>처럼...대략 실패할줄 알았지요) <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 이 책이 은근히 다른분들의 포스팅에도 보이네요. ^^이번엔 승산이 있을듯...
 
잘 벌고 잘 쓰는 법 - 미국 100개 도시 최고 부자들이 말하는 부의 법칙
랜들 존스 지음, 강주헌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사실 평소에 부자학, 성공학 서적을 거의 읽지 않는 편이다.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이 세상의 초점이 경제적인 것에만 맞춰져 있다 보니 대부분의 성공학 서적 역시 결국에는 돈 잘 버는 방법을 다루기 마련이고, 금전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 나로서는(그렇다고 돈이 많은 것은 아니다) 별로 내키지가 않았다. 그보다는 문학이나 인문사회 쪽을 더 많이 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랜들 존스의 책 <잘 벌고 잘 쓰는 법(원제 The Richest Man in Town)>을 읽게 된 것은 표지의 디자인이 꽤 마음에 들어서였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컬러로 구성되어 있으며, 푸른 들판 너머로는 짚더미들이 보이는 평화로운 느낌의 표지로 적어도 공격적이거나 속물적이어서 마음이 불편한 내용은 아닐 것으로 짐작되었다. 그리고 나의 추측은 맞았다.

저자 랜들 존스는 미국 100개 도시의 최고 부자들을 찾아내고 미국 전역을 돌며 그들을 인터뷰했다. 그러한 부자들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보통 사람들과는 어떤 점이 다른지,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무엇인지 등 진정한 부자의 모습에 대해 탐구한 결과물이 이 책이다. 하지만 이 책에 록펠러, 포드, 카네기의 후손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 점이 참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는데, 부모 잘 만난 덕에 부자가 된 것은 능력보다도 운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만난 100명의 부자들은 모두 맨손으로 성공한 1세대 부자들이다. 그들의 평균 순자산은 35억 달러를 넘으며, 100명의 재산을 전부 합하면 미국 국부의 7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어떻게 해서 그들은 부자가 되었으며, 그들은 평소에 어떠한 생각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을 읽어나가며, 부자들의 마인드와 생활방식을 보고 배우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도 굉장히 유용하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강점을 찾아라'라던지 '성공하기 위하여 실패하라', '어디에서 시작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윤리를 지켜라', '다른 사람에게서 배워라'와 같은 조언들은 꼭 경제적 번영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어디에나 적용될 수 있다. 또한 부자들의 공통적인 말이,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기보다 창업해서 자신이 주인이 되는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그래야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사실 공무원이나 공기업 같은 직장이 안정적이고 그래서 꽤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무래도 다이나믹한 맛은 없다. 창업을 하면 위험부담이 크지만 잘 된다면 시쳇말로 '대박'날 수도 있다. 역시 각자 장단점이 있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절대음감'을 찾아서, '할 수 없는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 '할 수 있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부자들은 말한다. 예를 들면, 나는 수학이나 물리 같은 것은 정말로 못했고 그래서 힘들었지만 어학이라면 그 무엇보다도 잘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본어나 영어를 공부하는 것도 즐거웠고 지금은 프랑스어에 도전중이다. 그처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어 그 강점을 활용해야 한다는 말이 참 와닿는다. 

또한 도덕적 실패에는 호된 대가가 뒤따른다는 말 역시 꽤 인상적이다. 확실히 서구의 부자들은 일종의 윤리의식을 갖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고 있다. 한국의 어떤 대기업 총수가 엄청난 액수의 비자금을 정계와 검찰에 뿌리고 수많은 불법을 저질렀으나 아무 일 없이 잘 살고 있는 것을 보면, 부도덕한 상거래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된 엔론이나 월드컴의 사례와 오버랩되어 그저 암담할 뿐이다. 진정한 부자는 경영에서 생긴 이익을 근로자들에게 마땅히 나눠줘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마인드 자체가 엉망인데 돈만 많다고 존경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되어 엄청난 액수를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기부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부자들 역시 암 연구나 결핵 퇴치, 공동체 기금 등으로 거액을 기부하며 제3세계의 어린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돕는 등 재산을 사회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환원하고 있다. 참 바람직하고 또 흐뭇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 외에도 부지런한 생활 태도, 매일의 점진적 개선, 행동과 실행력, 낙관적인 생각, 건강한 몸, 끊임없는 배움 등 본받아야 할 가치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꽤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굳이 사업가가 되거나 큰 부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어떤 것을 하더라도 도움이 될 가치들이다. 이 책을 읽으며 부자들과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과 삶에 대한 자세를 엿볼 수 있었고, 그들이 지금의 위치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보며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처럼 나도, 삶을 이끌어갈 일종의 강한 원동력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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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덕인가>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문학 서적 출판 시장이 고사상태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굳건히 베스트셀러에 올라 일종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는 곧 한국 사회에 정의가 부재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정의에 목말라 있었음을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평소에는 인문학, 사회과학에 관심이 그다지 없었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다 읽으니까 읽는다던지 심지어는 어떤 드라마의 잘생긴 주인공의 독서 장면에 이 책이 보란 듯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어떤 면에서는 일종의 대중문화적 기호품이나 타인에게 자신의 지성을 드러내기 위한 악세사리 따위가 되어 버린듯한 느낌도 든다. 그런데 얼마 전, 역시 샌델의 책인 <왜 도덕인가(원제 Public Philosophy)>가 번역출간되었다. 사실 이 책은 <정의란 무엇인가>의 후속작이 아니라 그보다 먼저 쓰여진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에게 보다 근본적이고 중요한 가치인 '도덕'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아리스토텔레스와 칸트의 철학을 통해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종교 등의 분야들이 도덕에 기반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개념들을 딜레마 상황을 통해 풀어냈다면, <왜 도덕인가>에서는 물론 예시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칸트와 듀이, 롤스 등의 절대 만만치 않은 철학적 이론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읽기에 녹록치 않은 면이 있다.  

이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눠진다. 첫번째 파트인 '도덕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지난 20년간 가장 치열한 현안이었던 문제들을 예로 들며 공정한 시민사회와 도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복권과 도박'의 예를 들며 공공의 책임을 외면하는 공적인 타락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스포츠와 시민 정체성'에서는 팀을 응원하는 지역사회의 시민과 돈만 추구하는 구단주 사이의 갈등을 살펴본다. 또한 사회 분야에서는 '온실가스배출권 거래'를 통하여 일부 선진국에게 면죄부를 주는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도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는데,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도 나왔던, '소수집단 우대정책'에 관한 이야기도 다시 등장한다. 교육 분야에서는 특정 브랜드에서 교육 자료를 협찬하며 학교를 광고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의 유해성을 역설하며 또한 메릿장학금(merit scholarship : 성적이나 재능에 따라 지급하는 장학금)이 늘어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돌아갈 장학금이 줄어드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종교 분야에서는 존엄사 허용 문제나 배아복제, 낙태, 동성애 등의 화두를 통해 생명의 주인이 자신의 생명을 좌우할 권리가 있는가, 배아를 인간으로 간주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찰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치 분야에서는 클린턴의 성추문, 공화당과 민주당, 핵문제 등의 주제를 다루며 정당화될 수 있는 거짓말의 범위나 도덕적 가치를 정치에 이용한 사례에 대해 이야기한다.  

두번째 파트인 '도덕적 가치의 원류를 찾아서'는 이 책에서 가장 읽기 녹록치 않은 부분일 것이다. 칸트, 밀, 롤스, 듀이, 벤담 등의 학자들이 대거 등장하고 공리주의, 자유주의와 같은 개념들을 비교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리주의적 관점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원칙을 토대로 하고 있지만 인간의 갖가지 다양한 욕구들을 하나의 욕구 체계로 융합시킬 뿐, 개개인에게 만족을 분배하는 일에는 무관심하다. 자유지상주의적 관점은 행운의 임의성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재분배를 반대한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에는 자유, 평등, 인간의 권리 등이 침해될 수 있는 도덕적 딜레마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옳음'과 '좋음' 중 어느 한쪽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양쪽 모두를 염두에 두는 입장을 롤스의 <정의론>을 통해 이야기한다. 롤스는 모두에게 동등한 기본적 자유를 허용하고, 가장 불리한 사회구성원들에게 혜택을 주는 불평등만을 허용하는 정의의 원칙을 주장한다. 이는 '자유주의 대 공동체주의 논쟁'을 촉발시켰다. 인상깊었던 것은 롤스의 <정의론>에 등장한 '무지의 베일' 사고실험인데 즉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재산, 인종, 성별, 종교 등)를 모르는 상태에서 사회계약을 맺는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평등한 기본 자유와 더불어, 사회에서 약자의 입자에 처한 구성원에게 이익을 제공하기 위한 불평등을 허용하게 되는 것이다. 나 역시 항상 내가 가장 나쁜 제비를 뽑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가정하며 약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하기 때문에 꽤 와닿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부자와 대기업에만 유리한 정책을 지지하기 전에 자신이 가장 나쁜 제비를 뽑았을 때를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세번째 파트는 '자유와 공동체를 말하다'로, 자본주의와 경제논리에 침식당해 도덕적 가치를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그 해법으로 시민의식의 회복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는 이제 너무나도 거대하며 멀리 존재하고 있고 중간 수준의 공동체는 점점 쇠퇴해가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개인주의적 경향이 증대되고 애국심이나 민족의식 같은 것 역시 희박해졌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이 연루되어 있는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도 분리된 채 살아간다. 이는 미국뿐만이 아니라 이미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로, 학교나 가정이 더 이상 예전과 같은 힘을 갖고 있지 못한 것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므로 공동체를 구성하는 기본 토대를 재구축하고, 공공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롤스가 샌델에게 학문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었지만 롤스와 달리, 샌델은 공동체주의 쪽에 가깝게 느껴진다.  

<정의란 무엇인가>가 일종의 개론서와 같은 역할을 했다면 이 책은 본격적으로 도덕적 가치에 대해 파고들며 공동체주의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 결코 만만하지 않은 것들이라 읽을 때 약간 애먹었지만(그리고 이 글을 쓸때는 더 애먹었지만) 그의 다른 책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아마 <Liberalism and Limits of Justice>가 번역출간되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이 책의 원제는 <Public Philosophy(공공철학)>인데 한국어판의 표지에는 생뚱맞게도 <Why Morality>라는 제목이 대문짝만하게 쓰여 있고, 진짜 제목인 Publilc Philosophy는 그 위에 작게 쓰여 있다. 독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하여 번역할때 제목을 손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적어도 원제를 병기할 때는 저자가 쓴 제목 그대로 병기하는 편이 더 나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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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7 0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7 0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바다 미슐레의 자연사 1
쥘 미슐레 지음, 정진국 옮김 / 새물결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바다에 대해 생각하면 어떤 책에서 보았던, 꽤 큰 물고기가 육지로 나오면서 다리와 팔이 생기고, 이윽고 직립보행을 하게 되는 장면이 떠오른다. 마치 생명체의 진화 과정을 빠른 속도로 축약해서 보여 주는 듯한 느낌이다. 이와 같이 모든 생명체는 바다로부터 출발했지만, 진화해버린 우리 인간은 이제 바다 속에서는 살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바다는 생명과 죽음의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 이러한 바다에 대하여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19세기 프랑스의 역사가이자 문필가인 쥘 미슐레의 <바다(원제 La Mer)>를 읽으면 바다와 그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그의 유려한 문체를 통해 맛볼 수 있다. 가스통 바슐라르와 같은 거장들의 글에서 종종 인용되는 그의 문장들은 참 아름답다.  

그는 원래 역사가로서 <프랑스대혁명사>, <로마사> 등의 역사서들과 사회사, 자연사 관련 책들을 쓰며 특히 기존의 종교, 국가 등의 권위주의를 비판하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개별적 인권의 절대성을 강조하였다. 그의 자연사 시리즈 중 하나인 <바다>에서는 열정적으로 생물과 바다의 권리를 옹호하고 있다. 그가 이 책을 쓴 때는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고 친구들에게도 외면받는 가운데, 아내와 함께 여기저기를 전전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그래도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인지하여 과도한 개발이나 남획을 막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바다나 육지의 동식물들은 인간을 위해 창조된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인지 보호하고자 하는 움직임보다는 마음껏 잡아들이고 이용하는 분위기였던 듯 하다. 그 때 저자는 바다를 통해 대자연의 거대한 힘과 그 안에 품고 있는 무수한 생명들을 느끼며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며 참고 기다리고 고뇌한 끝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바다를 바라보며'는 바닷가, 해변, 백사장, 절벽 등에서 한없이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관찰한 것을 시적인 언어로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바다는 말한다. "내일, 너는 떠나겠지? 나는 아니야. 흙이 된 네 뼈는 수백 년이면 흩어져 버리겠지. 하지만 나는 언제나 당당하게 더 넓고 큰 세상과 어울리며 멋지게 살 거야."(p.27)' 그렇다. 바다는 장구한 역사와 함께 존재해 왔고 언제까지나 남아있을 것이다. 그 누구도 이 바다와 대적해 이길 수 없다. 또한 인상깊은 것은, 해안절벽에서 관찰한 바다의 모습이다. 앙티페에서 본 바다는 몸을 떨며 전율한다. 그리고는 거대한 움직임이 시작되어, 그 조수는 영불해협을 통과한다. 마치 직접 보는 듯한 생생한 묘사다. 아이슬란드의 바다에는 '우르크'라고 하는 일종의 바다 괴물이 살고 있고, 사람들은 그 이름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한다. 캄차카 반도의 차갑고 깊은 암청색의 바다는 개들조차도 무서워하여, 그곳의 개들은 긴긴 밤 내내 파도를 향해 울부짖고 맹렬한 기세로 북해를 향해 짖는다. 또한 바다에서 발생하는 폭풍우 역시 공포의 대상이다. 거센 물결에 배가 침몰하고, 미쳐 날뛰는 파도는 용암과 같이 무서운 기세로 흰 거품을 뿜는다. 그 소리 역시 엄청나다. 이러한 묘사들은 바다에 대한 일종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2부 '바다의 기원'에서는 바다의 풍요로운 생명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미생물, 산호초, 해파리, 섬게, 진주조개, 물고기, 고래 등 다양한 바다 생물에 대해 관찰하고 묘사하는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젖의 바다'다. 바닷물은 민물과 달리 약간 점액질의 느낌으로, 일종의 유기질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그 바다의 점액에 대해 저자는 '물방울이 압착된 두 가지 자연의 솜털(식물성과 동물성). 이것이 가장 생명의 가장 나이 지극한 웃어른이다.(p.109)'라고 말한다. 생명체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것이다. 그것에서 각종 동식물들이 생겨났고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분류할 때 가장 뿌리 부분에 위치하는 것이다. 내가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아주 작고 원시적인 생명체가 되어, 끝없는 바다를 떠다니는 상상에 잠시 빠졌다. 그것도 딱히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또한 고래에 대한 부분 역시 눈길을 끌었다. 고래는 그 거대함으로 이미 신비롭고 또 공포스러운 생물이었을 것이다. 고래는 다른 물고기들과 달리 포유류이기 때문에 알을 낳지 않고 새끼를 낳아 젖을 먹인다. 새끼에 대한 모성애 역시 각별하기 때문에, 작살을 맞아 죽어가면서도 어미 고래는 새끼를 보호한다. 또한 고래는 아가미가 아닌 분수구멍을 통해 호흡을 하기 때문에 자주 물 위로 올라와야 하지만 역설적으로 만일 바닷가에 고래가 밀려온다면 자신의 거대한 몸집에 기관들이 짓눌려 살 수 없다. 그래서 '자연의 창조력이 처음으로 시적인 상상을 발휘해 내놓은 놈 같다.(p.219)'라고 저자는 말한다.  

3부 '바다의 정복'은 인간이 바다를 탐험하기 시작하여 마침내는 다른 인간과 동물을 지배하고 학살한 역사에 관한 부분이다. 그들은 작살을 사용해 고래를 잡기 시작하고, 망망대해인 태평양을 발견하며 북극해와 남극해에도 진출한다. 그러다 발견한 신대륙 북아메리카의 인디언들을 몰살시키고 그린란드의 에스키모들을 쫓아냈으며 해양 생물들을 잔혹하게 학대하고 죽이기도 한다. 같은 인간인 인디언이나 에스키모, 아프리카인에게도 잔혹했는데 동물을 그보다 낫게 대했을 리가 없다. 고래와 바다코끼리, 해표 등을 대규모로 학살해서 바다는 피로 물들었다. 그때로부터 약 15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불법적으로 고래를 잡거나 멸종 위기의 동물들을 포획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그러한 정복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온다. 앞으로는 자연을 정복하려 들기보다 그들과 공존하는 일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한 저자는 '바다의 권리'를 역설한다. '모든 순수한 생명은 행복의 순간을 누릴 권리가 있다. 각자가 아무리 열등한 자리에 있어도 자신의 좁은 한계를 넘어, 자신을 뛰어넘어, 어두운 욕망을 넘어, 영원히 지속될 무한 속으로 침투하는 순간을.(p.300)'  저자의 바다에 대한 사랑이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이다. 

4부 '바다의 르네상스'에서는 해수욕이 인간에게 주는 효과와 해변에서의 생활의 장점, 바다가 주는 감흥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아이들이나 부인들을 바닷가에 한 달 정도 머무르게 하면서 해수욕을 하게 한다면 건강을 회복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요오드가 풍부한 해초 역시 건강에 좋고, 해변의 안식처인 작은 집에서의 생활은 진지하고 매력적이다. 그러고 보니 몇십년 전만 해도 잘 낫지 않는 병에 걸리면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전지요양을 했다고 한다. 또한 질병과 이른 사망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는 것보다, 지친 사람들에게 바다를 통한 치유와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편이 낫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확실히 온천에는 치료 효과가 있어서 온천수 성분의 화장품이나 '탕치(湯治) 요법'이라는 것이 있지만 바다에도 그런 효과가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 사실 나는 잘 모른다. 그렇지만 바다는 이미 보는 것만으로도 우울함을 사라지게 하고 상쾌한 기분을 가져다준다.  

이 책을 읽으며 미슐레의 생생한 묘사와 아름다운 문체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풍문으로만 접해오던 아름다운 문장들을 실제로 읽은 감회가 남다르다. 또한 바다와 생물들에 대한 그의 순수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고, 책을 읽는 내내 프랑스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서 먼 바다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바다를 보고 싶다는 열망이 책을 읽으며 더욱 커졌다. 여유로이 며칠 정도 바닷가에서 지내면서 바다를 바라보고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음미하며 파도의 합창을 듣고 싶다. 갑갑한 생활에 질린 내게, 이 책은 간접적으로나마 바다를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또한 지금까지 미슐레의 책들이 거의 국내에 번역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시작으로 자연사 시리즈인 <새>, <곤충>, <산> 역시 앞으로 번역 출간된다고 한다. 참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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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2-21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 이 책 읽는데 힘들었답니다. 바다에 대한 묘사 부분 내용에서 참 좋은거 같은데,,
갑자기 바다 문명사 내용이 언급된 후에는 진도가 안 나가서 애먹었습니다.^^;;
막상 글로 쓸려니 딱히 쓸 것도 없었고요. 그런데 교고쿠도님은 책 속 내용을
잘 정리하셨네요.^^

셜록 2010-12-22 00:46   좋아요 0 | URL
앗, 사실 저도...읽으면서 문체가 아름답긴 한데 쉽게 읽히진 않는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진도가 중간부터는 잘 안나가더라구요.
역시 아름다운 문체와 읽기 쉬운 글이 양립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왜 도덕인가>를 다 읽었지만 글 쓰기가 영 쉽지 않아서(제가 추천한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미뤄지고 있네요, 흑.
 
[러브스위치] 핑크브라운 갸루 컬 마스카라(일본 탑 모델 마오미 유키 버전 런칭!)
러브스위치
평점 :
단종


평소에 아이메이크업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안경을 쓰기 때문에 굳이 안 해도 상관은 없지만 안 하면 매우 허전한 마음이 든다. 마스카라도 물론, 바른 티가 팍팍 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로레알 볼륨쇼킹을 항상 사용하고 있다. 속눈썹이 길긴 한데 볼륨이 없어서 아주 내게 잘 맞는 제품이다. 게다가 샤넬 마스카라처럼 기껏 뷰러로 찝은 눈썹이 처지게 만들면 곤란한데, 전혀 그런 현상도 없다.      

   

그런데 러브스위치 핑크브라운 갸루 컬 마스카라를 써보게 되었을 때, 볼륨쇼킹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 너무 반가웠다. 색상은 핑크브라운 색상이라고 하지만 그냥 브라운인 듯 하다. 그리고 솔 부분이 볼륨쇼킹처럼 빗 형태로 되어 있어서 컬링 유지에 도움이 많이 되고 편리하다. 
 

왼쪽이 볼륨쇼킹, 오른쪽이 러브스위치다. 빗 모양의 장점은, 일반적인 모양보다 속눈썹이 더 잘 올라가고 뷰러로 찝어둔 컬링 유지가 잘 된다는 점에 있다. 게다가 화장한지 오래 지나도 눈 밑으로 번지는 현상도 전혀 없는 점 역시 마음에 든다. 색상은 브라운 색상이지만 막상 발랐을 때에 큰 차이는 없다. 조명에 따라 약간 달라 보일 수는 있지만, 육안으로 봤을 때 블랙이 아닌 다른 색상 발랐다는게 바로 티가 팍 나지는 않는다.  

  

직접 메이크업한 사진을 찍으려 애를 썼으나 잘 안찍혀서, 하얀 종이에 발색한 사진을 대신 찍었다. 왼쪽이 로레알 볼륨쇼킹 블랙색상, 오른쪽이 러브스위치 핑크브라운이다. 예전에 국내 모 저가브랜드에서 나왔던 브라운 색상의 마스카라는 색상이 너무 밝아서 매치해서 사용하기가 어려웠는데, 이 제품은 어떤 섀도우와 매치시켜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   

그런데 유일한 단점은, 클렌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거의 볼륨쇼킹과 맞먹는 정도로, 잘 안 씻긴다. 그래서 아이메이크업클렌저를 사용하고 이중세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스카라의 잔해가 속눈썹에 붙어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만큼 워터프루프 혹은 오일프루프라는 이야기도 된다. 그래서 눈 밑으로 잘 번지지 않는 것이 아닐까.   

또한 대부분의 섀도우와 매치가 잘 되지만, 특히 루나솔 한정으로 나왔던 실버핑크라이팅 파렛과 잘 어울리는듯 하다. 아무래도 색상 자체가 약간의 핑크빛을 띄는 브라운 계열이라서 그런 듯 하다. 그 외에 다른 브라운 계열 제품들과도 잘 어울린다. 마스카라 케이스 자체는 작아 보이는데 안에 들어 있는 용량은 5.5g으로 의외로 적지 않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역시 일본에서 메이크업 제품들을 참 잘 만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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