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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벌고 잘 쓰는 법 - 미국 100개 도시 최고 부자들이 말하는 부의 법칙
랜들 존스 지음, 강주헌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사실 평소에 부자학, 성공학 서적을 거의 읽지 않는 편이다.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이 세상의 초점이 경제적인 것에만 맞춰져 있다 보니 대부분의 성공학 서적 역시 결국에는 돈 잘 버는 방법을 다루기 마련이고, 금전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 나로서는(그렇다고 돈이 많은 것은 아니다) 별로 내키지가 않았다. 그보다는 문학이나 인문사회 쪽을 더 많이 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랜들 존스의 책 <잘 벌고 잘 쓰는 법(원제 The Richest Man in Town)>을 읽게 된 것은 표지의 디자인이 꽤 마음에 들어서였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컬러로 구성되어 있으며, 푸른 들판 너머로는 짚더미들이 보이는 평화로운 느낌의 표지로 적어도 공격적이거나 속물적이어서 마음이 불편한 내용은 아닐 것으로 짐작되었다. 그리고 나의 추측은 맞았다.
저자 랜들 존스는 미국 100개 도시의 최고 부자들을 찾아내고 미국 전역을 돌며 그들을 인터뷰했다. 그러한 부자들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보통 사람들과는 어떤 점이 다른지,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무엇인지 등 진정한 부자의 모습에 대해 탐구한 결과물이 이 책이다. 하지만 이 책에 록펠러, 포드, 카네기의 후손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 점이 참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는데, 부모 잘 만난 덕에 부자가 된 것은 능력보다도 운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만난 100명의 부자들은 모두 맨손으로 성공한 1세대 부자들이다. 그들의 평균 순자산은 35억 달러를 넘으며, 100명의 재산을 전부 합하면 미국 국부의 7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어떻게 해서 그들은 부자가 되었으며, 그들은 평소에 어떠한 생각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을 읽어나가며, 부자들의 마인드와 생활방식을 보고 배우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도 굉장히 유용하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강점을 찾아라'라던지 '성공하기 위하여 실패하라', '어디에서 시작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윤리를 지켜라', '다른 사람에게서 배워라'와 같은 조언들은 꼭 경제적 번영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어디에나 적용될 수 있다. 또한 부자들의 공통적인 말이,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기보다 창업해서 자신이 주인이 되는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그래야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사실 공무원이나 공기업 같은 직장이 안정적이고 그래서 꽤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무래도 다이나믹한 맛은 없다. 창업을 하면 위험부담이 크지만 잘 된다면 시쳇말로 '대박'날 수도 있다. 역시 각자 장단점이 있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절대음감'을 찾아서, '할 수 없는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 '할 수 있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부자들은 말한다. 예를 들면, 나는 수학이나 물리 같은 것은 정말로 못했고 그래서 힘들었지만 어학이라면 그 무엇보다도 잘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본어나 영어를 공부하는 것도 즐거웠고 지금은 프랑스어에 도전중이다. 그처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어 그 강점을 활용해야 한다는 말이 참 와닿는다.
또한 도덕적 실패에는 호된 대가가 뒤따른다는 말 역시 꽤 인상적이다. 확실히 서구의 부자들은 일종의 윤리의식을 갖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고 있다. 한국의 어떤 대기업 총수가 엄청난 액수의 비자금을 정계와 검찰에 뿌리고 수많은 불법을 저질렀으나 아무 일 없이 잘 살고 있는 것을 보면, 부도덕한 상거래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된 엔론이나 월드컴의 사례와 오버랩되어 그저 암담할 뿐이다. 진정한 부자는 경영에서 생긴 이익을 근로자들에게 마땅히 나눠줘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마인드 자체가 엉망인데 돈만 많다고 존경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되어 엄청난 액수를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기부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부자들 역시 암 연구나 결핵 퇴치, 공동체 기금 등으로 거액을 기부하며 제3세계의 어린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돕는 등 재산을 사회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환원하고 있다. 참 바람직하고 또 흐뭇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 외에도 부지런한 생활 태도, 매일의 점진적 개선, 행동과 실행력, 낙관적인 생각, 건강한 몸, 끊임없는 배움 등 본받아야 할 가치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꽤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굳이 사업가가 되거나 큰 부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어떤 것을 하더라도 도움이 될 가치들이다. 이 책을 읽으며 부자들과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과 삶에 대한 자세를 엿볼 수 있었고, 그들이 지금의 위치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보며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처럼 나도, 삶을 이끌어갈 일종의 강한 원동력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