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 - 대한민국을 위해 최전방에 설 젊은이들에게
김현종 지음 / 홍성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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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는 항상 민감한 화두로 다뤄져 왔다. 2년 전,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것에도 FTA로 인한 미국산 소고기 문제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러면 FTA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으며 어떻게 추진되어 온 것일까.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의 책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는 한미 FTA와 세계통상의 흐름, 그리고 참여정부가 시행한 통상정책에 대해 마치 한편의 정치 드라마와 같이 서술하고 있다. 물론 어떤 책을 읽을 때나 그렇지만, 저자의 의견에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설득을 당하고 당하지 않고는 어디까지나 읽는 자의 몫이다. 

사실 자유무역에 대해서 나는 약간 비판적인 입장에 있다. 장하준의 책 <사다리 걷어차기>와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처럼, 아직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개도국들에게는 자유무역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선진국들도 그들이 경제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는 보호무역을 고수했고, 그로 인해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상태로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개도국들에게 자유무역을 강제한다면, 그들의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결과가 된다. 또한 무역에서의 협상은,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어떤 쪽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한국은 항상 불리한 입장에 있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 역시 그렇다. 일본에서도 30개월 미만의 소만 수입하기로 했는데, 왜 다른 나라들도 모두 거부한 30개월 이상의 소를 한국에 강제적으로 떠넘기는 것인가? 위험하고 위험하지 않고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니 접어두고라도, 왜 원하지 않는 것까지 강제적으로 개방해야 하는 것인지 항상 의문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개성공단과 남북 FTA 제안에 대한 이야기는 참 신선하게 느껴졌다.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보다 인건비 절약이나 생산성 차원에서도 더 낫고 언어적인 문제도 없다고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북조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나, 그것이 이익이 된다면 해도 나쁠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스크린쿼터를 다룬 부분에서는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아직은 국내 영화의 자본력으로 헐리우드 영화와 대적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일정한 상영일수를 정해 놓은 것이 스크린쿼터다. 플라이급 선수와 헤비급 선수가 싸우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저자는 그 스크린쿼터를 말 한마디로 축소시켜 버렸다. 또한 '국익에 배치된다면 안 해도 된다'라는 신념으로 그는 FTA를 추진했다고 하는데, 소수의 기득권층에게만 이득이 되고 대다수의 서민들에게는 결코 유리하지 못한 것이 과연 진정한 국익인 것일까. 명백히 불공정한 결과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면 국익에 배치되는 세력이라는 조중동의 기사에 그저 쓴웃음만 나올 뿐이다. 

그럼에도 국제통상과 협상 과정 등의 결코 쉽지 않은 주제를 읽기 쉽게 쓴 점은 높이 사고 싶다. 하지만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아쉬웠던게 반대측의 주장이나 언론의 보도 상황 등, 다른 관점에서 본 내용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여담이지만 그는 미국에서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로 활동했고 인생의 목표가 돈과 직업적 성취인 세계에서, 또 그렇게 살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세계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통상교섭본부장의 임기를 마친 후 삼성전자로 갔다. 타인의 결정에 대해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왠지 씁쓸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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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26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미 FTA에 관한 신간이 나왔었군요. 그런데 마지막 부분을 보면서
맥빠졌어요... ^^;; 저자가 반대측의 주장에 대한 논증을 펼쳤다면
더 좋은 책이 되었을텐데 말이죠.

교고쿠도 2011-01-26 16:32   좋아요 0 | URL
에휴, 사실은 이 서평의 제목을 '그리고 그는 삼성전자로 갔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라고 하려고 했다가...아무래도 주제는 FTA니깐, 지금의 제목으로 해버렸습니다.
삼성반도체에서 백혈병으로 죽은 꽃다운 나이의 근로자들을 생각하면, 그저 가슴이 아플 뿐입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1-01-26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인데, 저자의 이력이 맘에 들지 않네요.
왜 저 출판사에서 꼭 저 책을 출간했는지도 의문이구요.

교고쿠도 2011-01-27 01:39   좋아요 0 | URL
홍성사는 원래 개신교 관련 서적들을 주로 출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왜 거기서 그 책을 냈는지 생뚱맞다는 느낌이...
후우. 소수의 가진자들에게만 유리한 것이 어찌 국익을 위한 것인지...그에게 있어서 '국민'이란 그 사람들만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파고세운닥나무 2011-01-26 16:54   좋아요 0 | URL
기독교 서적을 출간하는 곳인데, 근래 변화를 꾀하고 있어요. 박홍규 교수의 책도 냈구요. 박홍규 교수의 책이야 소수자인 인디언을 다룬 내용이긴 한데, 김현종의 책은 엉뚱하다는 생각입니다.

교고쿠도 2011-01-26 17:14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자 같아서...다국적 기업의 배만 불리고 제3세계와 약자들을 짓밟는 신자유주의적 관점의 책을 종교계열 출판사에서 왜 내는건지 이해가 안 됩니다.
저는 천주교 신자인데, 만약 바오로딸이나 분도출판사 같은 천주교 출판사에서 그런 책을 낸다면 성당 다니기 싫어질 것 같습니다.
 
삼나무 원목 친환경 공간박스(CA-100)
에이스독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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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리나 수납 같은걸 잘 하지 못한다. 거기다가 현재 쓰는 방 자체도 꽤 작아서, 책상과 침대를 놓고 나니 수많은 책들을 놓을 공간이 없어서 결국 다른 방에 서재를 두고 있다. 하지만 그 방 역시 별로 크지 않고, 온 가족이 옷 등의 물건을 수납하는 일종의 창고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책꽂이를 들여놓거나 책들을 꽂을 공간이 없다. 서가의 책 위쪽 빈 공간마다 책들을 끼워넣고도 공간이 부족해서, 이제는 박스에 담아서 침대 밑이나 어딘가의 공간에 넣어야 하나 하는 고민까지 하고 있다. 책이 채 천권도 되지 않는데도 그렇다. 그런데 '에이스독서대'라는, 주로 독서대 종류를 판매하는 업체에서 판매하는 '삼나무원목 친환경 공간박스'를 우연찮은 기회에 사용해보게 되었다. 사실 공간박스 하나로 나의 수많은 책들의 거처를 마련해줄 수는 없지만, 저런 류의 아이템을 사용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꽤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위쪽에 Country Ace라는 상표명이 적혀 있다. 삼나무 원목으로 제조한 것으로 완제품 형태로 배송되어서, 별다른 추가 작업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삼나무향이 진하게 나서 이 박스를 방에 들여놓은 처음 며칠간은 아주 좋은 향기가 났다. 지금은 그렇게까지 진한 향기가 나지는 않는데 가까이 가면 약간의 삼나무향이 난다. 또한 나무의 결이나 옹이와 같은 무늬들이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리고 있다.  


 

사진을 영 예쁘게 못 찍어서 예시로 나와있는 사진을 퍼왔다. 사이즈는 38cm*40cm로 넉넉한 편이다. 그래서 보통 사이즈의 책들을 꽂으면 위쪽이 꽤 많이 남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굳이 책만을 넣는 용도는 아니고, 다른 것들을 정리해서 넣어도 좋다. 그 위쪽에 뭔가를 올려놓아도 된다. 나무 두께가 18mm라 꽤 튼튼한 편이다.   

 

책들을 넣고 사진을 찍어 보았다. 빽빽하게 꽂는 것보다 어느 정도 공간을 남기고 꽂는 편이 더 보기가 좋은듯 하다. 깊이도 꽤 깊어서 책들을 꽂고도 앞쪽에 꽤 공간이 남는다. 높이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양의 책이 들어가지는 않고, 빽빽하게 꽂더라도 20권이 채 안되게 들어가는 듯 하다. 하지만 공간박스의 결정적 강점은 자체 사이즈가 크지 않기 때문에 책상 밑이나 문 뒤쪽 등의, 죽은 공간(dead space)에 두기가 좋다는 것이다. 외관상으로도 참 깔끔하고 모양이 예쁘고, 같은 공간박스 몇 개를 세로로 쌓거나 4개를 2*2 형태로 배열해도 서재나 수납장의 용도로서 실용적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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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26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목 책장 좋은데요. 항상 볼 때마다 기분이 좋으실거 같아요.
마지막 사진들에 있는 책들을 보니, 요즘에 구할 수 없는 책들인거 같은데,
디드로의 <수녀>, 싸드의 <사랑의 죄악>에다가 일본 작가 소설들까지,,
은근히 잘 어울려요. 외람된 말이지만, 싸드의 <미덕의 불운>이라는 소설이
열린책들에서 번역되어 나왔어요. <사랑의 죄악>이랑 같은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혹시 시간이 되시면 읽어보시면 좋을거 같아서 소개해봅니다. ^^

교고쿠도 2011-01-26 16:38   좋아요 0 | URL
이 원목 책장을 테스터...로 받았습니다. ^^운이 좋았지요.
사실은 저의 서가에, 절판된 책들만 모아놓은 코너가 있습니다. 구하기 힘든 책들...(20세기 일문학 시리즈는 볼 때마다 뿌듯하지요. 정말로 희귀해진 미야자와 겐지의 <봄과 아수라>라니!!)
사드의 <미덕의 불운(원제 Les infortunes de la vertu)>과 <사랑의 죄악(원제 Les crimes de l'amour)>는 같은 작품은 아닙니다. <미덕의 불운>은 확실치는 않지만 아주 오래 전에 나왔고 지금은 헌책 사이트 등에서 비싸게 팔리는, <신부님의 금지된 장난>이라는 번역본과 같은 책이 아닐지 추정됩니다. ^^
갑자기 <미덕의 불운>이 지르고 싶어집니다.

굿바이 2011-01-27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진정, 박스는 안보이고 책만 보입니다.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서>를 여기서 보다니요. 말로만 들었었는데 참으로....탐납니다 :)

교고쿠도 2011-01-27 11:40   좋아요 0 | URL
사카구치 안고의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서>...이 역시 굉장히 레어한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20세기 일문학 시리즈 전권을 소장하고 있는데 아아, 이런 책을 왜 절판시켰는지! 흑.

karan 2011-08-25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제가 봄과 아수라를 정말 애타게 찾고 있었는데요. 어떻게 구할 방법이 없을까요? 구할수없다면 복사라도 하고싶은데...ㅠㅠㅠ

교고쿠도 2011-08-25 01:20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 제게 매우 소중한 자료라 다른 분께 양도할 수는 없습니다..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 세상을 조종해온 세 가지 논리
앨버트 O. 허시먼 지음, 이근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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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자유주의자와 보수주의자, 혹은 진보주의자와 반동(reaction : 어떤 움직임이 일어나려는 것을 막는 것)주의자의 싸움은 여러가지 형태로 지속되어 왔다. 18세기에 프랑스혁명이 성공하고, 19세기에 보통선거권이 도입되고(재산이나 성별에 따른 제한이 없어지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세기에 많은 복지국가들이 수립되기까지 이 모든 과정에서 끊임없이 반동의 논리가 반복되어 왔다. 이러한 보수주의자들은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인류의 진보를 언제나 방해하고 좌절시켜 왔고, 그 결과 대다수의 사람들을 억압하고 불행하게 했다. 현대 사회에서는 소통을 그 어떤 가치보다 우위에 두지만, 진보와 보수 사이의 소통은 여전히 요원하다. 서로 전혀 말이 통하지 않고, 마치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듯 하다. 앨버트 O.허시먼은 이 책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원제 The Rhetoric of Reaction)>에서 이러한 반동주의자들의 수사학이 지닌 정형화된 패턴을 밝혀내고 그 실체를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보수주의자들의 세 가지 논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첫번째로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것이다'라는, 역효과 명제가 있다. 프랑스 혁명이 오히려 유럽의 상당 부분을 야만과 노예 상태로 되돌렸다는 프리드리히 실러의 주장이나, 보통선거권을 반대하며 군중은 생각하는데에 전혀 소질이 없고 행동에만 몰두한다는 귀스타브 르봉의 주장이 이에 해당한다. 좀더 가까운 예를 들면, 복지를 확충하면 오히려 가난한 사람이 늘어나고 국가재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보수 정치인들의 주장이 있다. 그들이 꽤 자주 사용하는 논리다. 두번째로는 '그래 봐야 기존의 체제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라는, 무용 명제가 있다. 토크빌은 <앙시앵 레짐과 프랑스 혁명>이라는 책에서, 프랑스혁명은 구체제와 단절된 것도 아니고 도대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그의 분석을 받아들이면 프랑스혁명의 거대한 투쟁과 격변은 그 의미를 잃게 된다. '20:80의 법칙'의 파레토 역시 보통선거권이 주어진 뒤에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주장을 한다. 여담이지만 그는 사회주의를 혐오하는, 골수 보수주의자였다. 가까운 예로, "투표를 하나 안하나 마찬가지다, 어차피 누구를 뽑으나 결과는 다 똑같다"는 말 역시 역효과 명제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명제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노예가 되는지, 그저 통탄할 노릇이다. 또한 부도덕한 기업의 상품을 불매해봤자 어차피 쓸 사람들은 다 쓰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는 말 역시 역효과 명제로 볼 수 있다고 생각된다.  

세번째로는 '그렇게 하면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무너질 것이다'라는, 위험 명제가 있다. 어쩌면 가장 잘 먹힐지도 모르는 논리다. 민주주의는 자유를 위험한다, 혹은 복지국가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등의 주장이 실제로 제기되었고, 이는 일종의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영국에서는 1832년과 1867년 투표권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대개혁법안이 통과되자, 로버트 로는 연설에서 이 법안은 영국의 행복과 번영을 파괴할 것이라고 외쳤다. 독일에서는 하이에크가 <노예의 길>이라는 책을 통해, 정부가 특정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독점적 권한을 가지게 될 때 자유가 치명적으로 위협받는다고 주장하며 사회보장에 대해 비난했다. 가까운 예로,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무너지면 국가 경제도 같이 무너진다는 주장이나 무상급식을 추진하면 나라 망한다고 주장하는 보수 정치인들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보수의 레토릭을 비판하면서 진보의 레토릭 역시 비판하고 있다. 결국 이들의 레토릭은 비타협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양비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닌, 극단적이고 비타협적인 자세에서 벗어난 좀 더 민주주의 친화적인 논의를 그는 제시하고 있다. 치열하게 싸워온 적대 집단들 사이의 균형에서 다원적 민주주의가 성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항상 피터지게 싸우던 사람들이 하룻밤 사이에 그런 건설적인 토론을 주고받는 모드가 될 리가 없다는 점이 참 아쉽다. 이 책을 읽으며, 서문에 언급되었던 어떤 소설의 인용 부분처럼 "어떻게 인간이 저럴 수 있지?" 라는 말을 수없이 한 것 같다. (마치 조지 레이코프의 <도덕, 정치를 말하다>를 읽었을 때의 반응과 같다). 보수주의자들의 행태에 극심한 분노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나 역시 보수주의자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집단이든 진보와 보수가 모두 있어야 건강한 집단이라 말할 수 있다. 이는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수성향의 집단 안에도 극보수(혹은 극우)인 구성원과 약간 진보에 가까운 구성원이 공존하고 있고, 진보성향의 집단 안에도 극좌파인 구성원과 약간 보수에 가까운 구성원이 있다. 이처럼 진보와 보수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서로 물고 뜯을 궁리만 할게 아니라, 건전한 보수 혹은 진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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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26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읽으려고 하는데,, 구입할까 고민중이에요, 조국의 책도 가지고 있는데
이욍에 보수에 관한 책 한 권 살까 생각중입니다 ^^

교고쿠도 2011-01-26 16:39   좋아요 0 | URL
이 책도 괜찮고, 조지 레이코프의 <도덕, 정치를 말하다> 역시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를 중립적인 관점에서 비교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레이코프의 책은 주로 미국의 진보와 보수를 다루고 있습니다.
 
Home Cafe : 한.중.일 가정식 집에서 만나는 라퀴진의 카페 요리 2
라퀴진 지음 / 나무수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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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요리를 거의 할 줄 모른다. 맛있는 음식을 참 좋아하기는 하지만, 손재주도 워낙 없고 내가 하면 멀쩡한 것도 다 태우거나 망쳐서 혼자 식사를 해결할 때는 배달 음식을 시켜 먹거나 인스턴트 등으로 때우곤 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맛있는 요리를 대접할 정도는 되지 못해도, 적어도 자신의 식사 정도는 스스로 만들어 먹을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앞으로 간단한 요리에라도 도전해 보고 싶다. 그러던 중 라퀴진의 <Home Cafe vol.2 : 한중일 가정식>을 우연히 보게 되고 카페 요리라는 컨셉이 참 마음에 들고, 좋아하는 일본 요리에 대해서도 나와있길래 읽어보게 되었다. 라퀴진은 요리, 부엌 등의 의미를 갖고 있는 프랑스어 단어 la cuisine에서 온 이름으로, 취미 클래스와 카페 비즈니스 과정 등의 아카데미를 갖고 있는 식문화 기반의 브랜드라고 한다. 요즘에는 카페 하면 주로 커피를 마시는 공간으로 인식되지만, 외국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커피도 팔지만 간단한 요리 종류도 파는 카페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한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맛볼 수 있는 요리라니, 굉장히 끌린다.  

책을 한 페이지씩 읽어나가면서, 너무 예쁘고 맛있어보이는 요리 사진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식과 일본음식, 중국음식에서 컨셉을 따온, 깔끔하고 세련된 한 그릇 요리에(개인적으로 한 상 가득 차리는 것보다 이 쪽이 더 수고도 절약되고 먹는 입장에서도 간단해서 좋다고 본다)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비프 육수, 치킨 육수, 다싯물, 맛간장 등 미리 준비해놓으면 편한 것들은 앞에 따로 나와 있고, 두반장이나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 같은 중국, 일본 음식 재료를 파는 곳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하긴 요즘에는 마트에 가도 수입식품 코너가 따로 있으니, 마트에 가면 한번 유심히 봐야겠다. 

본문은 크게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해산물, 생선, 채소 등의 주재료별로 섹션이 나눠져 있다. 뒤쪽에 디저트와 음료 등도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다. 일본 소설, 드라마 등에서 종종 보았던 '하야시 라이스', 쇠고기 쌀국수 볶음면(베트남 쌀국수를 좋아해서, 꼭 해먹어보고 싶다), 불고기 크림소스 파스타, 샤브샤브 샐러드, 누들 오코노미야키, 돼지고기 튀김 샐러드, 베이컨 덮밥, 꽃빵을 곁들인 챠슈, 치킨 가라아게 랩(마치 터키의 케밥을 연상하게 한다), 데리야키 소스 닭고기 완자, 닭고기 생라면 무침, 땅콩소스 스프링 롤(베트남 쌀국수집에서 본 그 롤이다!), 게살 크로켓, 바지락 현미 스프, 흑미 날치알 주먹밥, 미소(일본된장)소스 연어구이, 가다랑어포 소보로 주먹밥, 참치 타다키 샐러드 피자, 장어 달걀 롤, 현미밥 팬케이크, 모둠 야채무침 밀전병, 야채 튀김을 올린 냉우동, 우롱차 우유 젤리, 호두 찹쌀 케이크 등 정말로 다양하고 맛있어 보이는 요리들이 친절한 레시피와 함께 나와 있다.  

등장한 요리들에서 알 수 있듯이 정통 한식이나 일식, 중식은 아니고 퓨전적인 느낌이 강해서, 퓨전요리를 좋아하는 내 취향에 잘 맞는 느낌이다.  그리고 요리에 따라서 난이도가 약간 어려워보이는 것도 있고, 별로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을듯한 것도 있다. 재료 역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있는가 하면 수입식품코너를 뒤져야 하는 요리도 있다. 그러니까 요리를 거의 못하는 나는 가장 쉬워보이는 것부터 도전해볼까 한다. 그리고 꽤 도움이 될 것 같은 부분이, 각 섹션마다 재료의 특성, 손질 방법, 보관법 등을 친절하게 사진과 함께 알려주고 있는 부분이다. 어느 정도 요리를 잘 하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나같은 사람을 배려하는듯 하여 꽤 고마운 느낌이 든다. 이제는 간단한 요리라도 하나씩 만들어 보며,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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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1-01-18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유용한 책일 것 같아요. 이런 책이라도 사서 언능 밥상을 풍요롭게 해야지, 날도 추운데...춥고 배고프고 ㅜㅜ

교고쿠도 2011-01-18 19:41   좋아요 0 | URL
때로는 이런 요리나 홍차, 커피에 대한 책이 굉장히 끌립니다. ^^ 카노 토모요의 <일본식 커피 수업>을 구입했는데 아직 못 읽었어요.
 
잘 벌고 잘 쓰는 법 - 미국 100개 도시 최고 부자들이 말하는 부의 법칙
랜들 존스 지음, 강주헌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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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평소에 부자학, 성공학 서적을 거의 읽지 않는 편이다.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이 세상의 초점이 경제적인 것에만 맞춰져 있다 보니 대부분의 성공학 서적 역시 결국에는 돈 잘 버는 방법을 다루기 마련이고, 금전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 나로서는(그렇다고 돈이 많은 것은 아니다) 별로 내키지가 않았다. 그보다는 문학이나 인문사회 쪽을 더 많이 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랜들 존스의 책 <잘 벌고 잘 쓰는 법(원제 The Richest Man in Town)>을 읽게 된 것은 표지의 디자인이 꽤 마음에 들어서였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컬러로 구성되어 있으며, 푸른 들판 너머로는 짚더미들이 보이는 평화로운 느낌의 표지로 적어도 공격적이거나 속물적이어서 마음이 불편한 내용은 아닐 것으로 짐작되었다. 그리고 나의 추측은 맞았다.

저자 랜들 존스는 미국 100개 도시의 최고 부자들을 찾아내고 미국 전역을 돌며 그들을 인터뷰했다. 그러한 부자들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보통 사람들과는 어떤 점이 다른지,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무엇인지 등 진정한 부자의 모습에 대해 탐구한 결과물이 이 책이다. 하지만 이 책에 록펠러, 포드, 카네기의 후손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 점이 참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는데, 부모 잘 만난 덕에 부자가 된 것은 능력보다도 운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만난 100명의 부자들은 모두 맨손으로 성공한 1세대 부자들이다. 그들의 평균 순자산은 35억 달러를 넘으며, 100명의 재산을 전부 합하면 미국 국부의 7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어떻게 해서 그들은 부자가 되었으며, 그들은 평소에 어떠한 생각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을 읽어나가며, 부자들의 마인드와 생활방식을 보고 배우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도 굉장히 유용하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강점을 찾아라'라던지 '성공하기 위하여 실패하라', '어디에서 시작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윤리를 지켜라', '다른 사람에게서 배워라'와 같은 조언들은 꼭 경제적 번영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어디에나 적용될 수 있다. 또한 부자들의 공통적인 말이,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기보다 창업해서 자신이 주인이 되는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그래야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사실 공무원이나 공기업 같은 직장이 안정적이고 그래서 꽤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무래도 다이나믹한 맛은 없다. 창업을 하면 위험부담이 크지만 잘 된다면 시쳇말로 '대박'날 수도 있다. 역시 각자 장단점이 있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절대음감'을 찾아서, '할 수 없는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 '할 수 있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부자들은 말한다. 예를 들면, 나는 수학이나 물리 같은 것은 정말로 못했고 그래서 힘들었지만 어학이라면 그 무엇보다도 잘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본어나 영어를 공부하는 것도 즐거웠고 지금은 프랑스어에 도전중이다. 그처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어 그 강점을 활용해야 한다는 말이 참 와닿는다. 

또한 도덕적 실패에는 호된 대가가 뒤따른다는 말 역시 꽤 인상적이다. 확실히 서구의 부자들은 일종의 윤리의식을 갖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고 있다. 한국의 어떤 대기업 총수가 엄청난 액수의 비자금을 정계와 검찰에 뿌리고 수많은 불법을 저질렀으나 아무 일 없이 잘 살고 있는 것을 보면, 부도덕한 상거래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된 엔론이나 월드컴의 사례와 오버랩되어 그저 암담할 뿐이다. 진정한 부자는 경영에서 생긴 이익을 근로자들에게 마땅히 나눠줘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마인드 자체가 엉망인데 돈만 많다고 존경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되어 엄청난 액수를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기부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부자들 역시 암 연구나 결핵 퇴치, 공동체 기금 등으로 거액을 기부하며 제3세계의 어린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돕는 등 재산을 사회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환원하고 있다. 참 바람직하고 또 흐뭇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 외에도 부지런한 생활 태도, 매일의 점진적 개선, 행동과 실행력, 낙관적인 생각, 건강한 몸, 끊임없는 배움 등 본받아야 할 가치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꽤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굳이 사업가가 되거나 큰 부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어떤 것을 하더라도 도움이 될 가치들이다. 이 책을 읽으며 부자들과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과 삶에 대한 자세를 엿볼 수 있었고, 그들이 지금의 위치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보며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처럼 나도, 삶을 이끌어갈 일종의 강한 원동력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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