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 특별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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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과학과 우주 물리학에 관심이 있는 나에게는 단연 최고의 도서이다.  은하계에 관한 상세한 지식 뿐 아니라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와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는 우주의 움직임도 이 책은 잘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의 은하는 옆으로 긴 타원형의 나선형 은하인데 그 길이는 10만 광년이고 그 중심부의 폭은 1.5만 광년짜리 은하이다.  

우리 은하는 태양과 같은 별들을 약 200,000,000,000 (2천억)개 가지고 있다. 캐산라는 만화영화를 보면 꼭 안드로메다 군단이 지구에 쳐들어 온다. 캐산이 모두 물리치기는 하지만 말이다. 만화가는 우리 은하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은하가 안드로메다 은하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안드로메다 은하는 우리 은하보다 3배 정도 더 크다. 그러므로 별의 개수도 600,000,000,000(6천억)개이다. 우리의 은하보다 그 인력이 3배이상 크므로 우리의 은하는 안드로메다 은하쪽으로 끌려가고 있으며 언젠가는 흡수 합병될 것이다. 그러나 충돌은 빌생하지 않는다. 우주의 조화란 부드럽고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우주에는 그런 은하들이 또 하늘의 별들보다 더 많다.  

그런데, 우리와 약 2,000,000 (2백만) 광년 떨어져 있는 안드로메다에서 우리 은하까지 올수 있는 녀석들이라면 그들의 과학 발전의 정도를 예측할 수 있다. 과연 캐산이나 그랜다이저가 그들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인가...겨우 200년의 과학 역사를 가지고 있는 지구이다. 나이는 45억년. 그러나 50억년이 된 다른 행성에서 지구와 같은 과정을 거쳤다고 가정해볼 때....그들의 과학은 5억년의 차이가 날 것이다. 200년대 5억년의 과학 발전의 차이...그 차이를 과연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아마도 그들은 우주 공간을 날아 다니고도 남을 지도 모른다...우리가 아직 상상할 수 없는 정도로...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 살이고, 태양의 나이는 약 50억 살이다. 대략 50억 년 후에는 태양은 그 빛을 잃어버리고 인력도 상실되어 결국 풍선처럼 부풀다가는 폭발해 버리고 말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의 태양계가 우주의 성간 가스로 사라지는 것이다. 지구의 운명은? 역시 지구의 종말이 올 것이다. 물론 아주 아주 먼 후의 이야기이다. 

지구인들은 그럼 어떻게 되는 것일까...당연히 가만히 있다면 지구와 함께 폭발하여 먼지로 변하고 말것이다. 지구인이 살아 남는 방법은 없을까...당연히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의 은하에 있는 별들의 개수만 8천 억 개이다. 그 중에 지구와 같은 환경을 가지고 있는 행성이 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 곳을 찾아 이사를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그 행성을 차지하고 있는 생명체가 있다면....? 그리고 이사를 하는 방법은? 우주에 관한한 상상력은 그 한계가 없다. 

그럼 이사를 하는 방법은 타임머신인가? 절대로 아니다... 타임머신은 일종의 기계이다. 광속으로 달리는 기계...그러나 공간을 이동하는 것은 자동차를 타고 달리듯 타임머신을 타고 달리는 방법이 아니다. 바로 4차원의 공간을 열어내는 방식이다. 아니, 4차원과 접하는 부분을 찾아내는 일이다. 여기에서 또 우리의 상상력은 끝없이 달려나간다....

 이 책이 주는 우주와 상상력은 이 책을 읽는 모든이들에게 적당한 지식과 그에 상응하는 상상력을 끝없이 발전시키게 한다. 이 책이 주는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까...

최근엔 어린이들이 쉽게 읽을 좋은 우주관련 도서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좋은 정보들로 가득한 최근의 도서들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왜냐면 칼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으며 감탄하고 감탄하던 그 때가 생각 나기때문이다. 마땅히 읽을 만한 책도 별로 많지 않았던 것도 같다. 정말 오래 전에 출간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은 요즘에 읽어도 탁월하며 더욱 빛 나는 듯하다. 오죽했으면 구판본을 잘 보관하고 새로운 신판을 구입해 읽었을까... 양장본은 비싸서...보급판을 사기는 했지만 말이다...

한국에서 출간된 일반인을 위한 우주 관련 도서로는 고전이면서도 최고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과학 전문 기자였던 저자는 이 분야를 독자에게 전달 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조건을 갖춘 사람이라고나 할까... 기자는 내용을 전달하는 달인이 아니던가...독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내용들을 불편함이 없이 이해하기 용이하도록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 도서는 우주과학의 입문서로서도 대단히 훌륭하지만, 적지 않은 분량에 담고 있는 내용들은 입문서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한결같이 중요한 내용들인지라 그 어느 한 구절도 놓치기 아까운 것들이다.   

책장에서 구판의 코스모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책을 만났을 때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그 후로 다양한 우주 물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여러 가지 관련 도서들을 읽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에겐 우주과학의 바이블과 다름없는 책이다.    

리뷰를 쓰다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책에 대해서 주절주절 쓸 필요도 없는 일인데...왜이러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말이 따로 필요치 않은 그런 책이다... 우주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독자에게 정말 추천하고 싶은 그런 책 말이다...두께가 있고 내용이 많아 인내심이 있는 중학교 3학년이나 고등 학생이라면 부담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초등학생이나 중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부모님이 읽고 나서 설명을 하는 방식이라면 최고의 활용이라고 볼 수 있다. 흥미 진진한 내용들이 주렁주렁한 감동적인 책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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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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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마이클 샌덜의 정의에 대한 고찰이다.  저자 스스로 정의를 내리려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독자들에게 던져주는 파장이 생각 이상으로 커서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회가 그만큼 정의를 원하고 갈망한다는 뜻과도 같기 때문일까 생각을 하니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그리하여 한국의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는지 읽어보게 된 것이다. 이미 읽어보신 독자들이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 정의를 정의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그러나 많은 독자들은 정의를 논하는 일는 정의로운 일에 속한다고 생각 할 것이라 믿는다. 그렇다면 샌덜이 말하는 정의는 무엇이고 마이클 샌덜의 정의에 대한 고찰이 이토록 대한민국의 서가에 높은 파동을 일으키며 독자들의 반향을 몰고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1. 정의란 공리와 행복의 극대화, 즉 최대 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것인가
2. 정의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인가 (자유시장 지상주의 Vs 자유주의적 평등주의)
3. 정의란 미덕과 공동의 선을 고뇌하는 것인가   


370여 쪽에 달하는 저자의 책이 주는 정의에 대한 핵심적 접근은  위의 3가지로 요약 할 수가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실증적 사건이나 가설적인 사건을 모델로 설정하고 ‘정의’에 대한 각각의 접근 방식, 즉 서양 철학자들의 의견을 투영시키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같은 주제에 대한 상이한 주장에 대해 철학자들을 등장시켜 내용을 전개시키는 방식이다. 

우선, 공리주의적 접근에 대해 언급하자면 핵심 인물인 벤담이 주장하는 공리주의는 '정의와 권리를 원칙이라 설정하여 이론을 전개시키기 보다는 인간행위의 가치를 수치화하여 설득하려' 하고 있다. 이는 각각의 가치들이 가지는, 그리고 각 개인이 부여하는 가치의 질적 차이를 무시한 결함이 있다. 결과적으로 모든 가치를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적용시켜 환산해내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자유주의자적 입장은 공리주의적인 결함을 어느정도 극복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만이 우리가 추구하는 인간적인 삶의 절대적인 덕목이냐하는 질문과 만날 때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모든 사람 각자가 가질 수 있는 이견을 수용하는 자세를 지지한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즉 도덕적, 법적, 윤리적, 종교적인 덕목들을 포괄하는 좋은 삶의 추구를 위해서 함께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으로 거창한 제목에 비해서 결론은 지극히 평범하다 하겠다.

제목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하고 부담스러운 추를 달고 있지만 제목처럼 사실상 정의에 대한 정답을 던져주려고 시도한 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서구인들이 정의를 어떻게 고민하는가 하는 정도의 소개서라고 보는 것이 어쩌면 설득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서구인들이 고민하는 방식을 우리에게 알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서구인들의 사고의 근간이 되는 철학을 알면 훨씬 더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을 쉽게쓰려고 노력한 흔적 덕분에 철학자들의 배경 사상을 충분히 알지 않아도 읽어나가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한국 독자들은 왜 이토록 열광하는가...
 그렇다면 이러한 평범한 결론에 도달하는 이 책이 올해 이토록 한국인들에게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사실은 이것이 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면으로 마이클 샌덜은 동양철학에 근거한 정의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동양의 철학을 논외로 하고 정의를 다룬다는 것은 어쩌면 어불 성설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이 샌덜의 한계라면 애써 그의 노고를 깍아 내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첫 째로, 한국의 토론 문화의 부재이다 -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실제로 토론 문화에 온전히 적응한 한국인들은 드물다. 약한 기반을 가진 한국의 토론문화는 마이클 샌덜과 같은 강의에 단연 매료될 수 밖에 없다. 그의 저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에게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부담스러울 가능성이 높은 이 책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생각하게 하는 매력을가지고 있으므로 충분히 그 단점을 상쇄시키고 있다. 한국의 토론 문화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요즘의 100분 토론은 무척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초창기 100분 토론을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정말 토론의 ‘토’자도 모르는 분들이 나와서 토론을 하는 모습이란...내내 쌈박질만 하다가 100분 다 보냈다. 그런데 지금의 100분 토론의 태도는 전혀 그 양상이 다르다...

둘 째로, 이 책은 이런 점에서 고뇌 권유서이다 - 우리에게 정의론 논하기 위해서 이런 고민을 해보시라는 권고의 책인 것이다. 특히, 우리가 자주 고민하지 않던 방식으로 말이다. 문제의 핵심을 고민하기 위해서는 아리스토 텔레스의 주장과 공리주의의 벤담, 존 스튜어트 밀의 이론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이마뉴엘 칸트의 철학과 존 롤스의 ‘정의론’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존 롤스’의 ‘정의론’에 대한 비판적 입장의 ‘로버트 노직’도 알면 훨씬 더 유익한 독서가 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경제 구제 금융에 대한 미국인의 반응도 알고 있으면 더 좋다. 

  여기에도 우리에게 한 가지 문제점은 있다. 등장 인물들의 철학적인 사고를 잘 알지 못할 때 오는 문제점이 바로 그것으로, 책을 무작정 읽는 것은 어느 화가의 작품을 보고 그 화가의 사상을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것과 유사한 행위이다. 몇 장의 그림으로 화가에 대해서 온전히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며 오히려 반대로 화가의 철학적 배경을 충분히 이해한 후에 비로소 그의 작품을 온전하게 이해 하는 것이 순서로서 올바른 경우이다. 이 역시 말이 그렇다는 것이다.

셋 째로, 우리가 가진 교육 문화적 배경이 한 이유일 수 있다 - 우리 나라는 불교가 먼저 토착화했고 이어서 유교가 한 시대를 이끌어 온다. 고려의 광종 때 부터 실시한 과거제는 유교의 경전에 대한 이해와 경전의 암기테스트를 시행하면서 관료들을 뽑았다. 불교의 전파는 불교의 경전에 대한 암기 중심의 교육이나 마찬가지였고 유교 중심의 과거제 역시 암기 위주의 교육을 양산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에 이르러 주입식 암기교육은 이미 만들어진 교과서의 내용을 파악하는데 주력하는 교육 시스템이다. (물론 사고가 발전하려면 기초적인 지식에 대한 암기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은 자신의 주장을 피력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사회적, 도덕적, 정치적, 윤리적인 모든 측면들이 우리들로 하여금 이미 잘 깍아진 틀 안에서 행동하고 사고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규범이란 이럴 때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화적 환경은 우리가 정의에 대해 스스로 고뇌하고 의견을 주고 받으며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원동력에 장애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토론 수업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우리 문화적 이유들은 마이클 샌덜이 정의에 대해 고뇌해보라고 암암리에 부추기는 이 책을 통하여 신선한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넷 째로, 한국 학생들의 사유에 대한 '공적 힘'의 개입이 있었다 - 사실상 이 책에서 고뇌하도록 제시하고 있는 각각의 예와 가설들을 우리 스스로 해본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공개적으로 모두가 뛰어들 수 있는 장을 만나기란 수월한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정치적인 이유로 학생들의 사유와 그 행위를 공적인 힘을 빌려 규제한 탓도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자유롭지 못한 집회와 시위의 제재가 좋은 예이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행동과 사고는 위험한 것이 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은 사회의 현상을 감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샌덜의 이 책은 ‘정의’에 대해서 다함께 고뇌해보자는 뜻을 담고 있다. 함께 고뇌해보자는 뜻의 이 책이 이토록 한국의 서점가에 커다란 파동을 일으키는 것은 현대의 사회적 현상을 독자들이 감지한 탓일 수도 있다. 그만큼 우리의 현대 사회를 정의롭지 못한 사회라 보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치적인, 경제적, 그리고 모든 사회적인 정의가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가장 큰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  늘 그렇듯이 사상가들의 철학은 시대가 혼란스럽고 불안할 때 등장했다. 하룻밤 사이에 땅의 주인이 수시로 바뀌며 혼란의 혼란을 거듭되고 도덕적인 타락이 극을 이루던 시절 공맹사상과 노장사상, 그리고 제자백가의 사상과 철학이 등장했다. 예수의 등장 배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이클 샌덜의 저서가 새로운 정의론을 주창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위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이상은 샌덜의 정의론이 왜 우리사회에 이토록 큰 파장을 일으키는가에 대한 이유들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마이클 샌덜의 정의에 대한 고찰이 이토록 대한민국의 서가에 높은 파동을 일으키는 이유는 보면 정의란 한 사회의 도덕적, 관습적, 종교적, 철학적,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보다 정의로움에 대한 고뇌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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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2, 남들은 그렇게 말했다 -1 

 

황순원의 소나기처럼 그날은

그렇게 비가 억수로 쏟아진 것은 아닙니다.

모처럼 

기억조차 나지 않는 몇 년 만인지

나는 먼 길을 떠나는 행인이 되어 

아직은 어린, 콩콩 뛰는 가슴을 짖 누르며

엄마의 손을 잡고

읍내에서 가장 높다하는 백화산아래

나즈막히 자리 잡은 이모댁에 나들이 갑니다.




몇날 며칠을 기다렸던가요.

이 날이 오기를..

딱히 어딜 가려한다기 보다는

다만 

집을 떠나

버스를 타고

먼 어느 곳으로 가게 된다는 기대감과

아무래도 전기가 들어오는

그 도회지는 왠지 마냥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또 가보고 싶던 곳..

그 곳이 늘 그리웠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고등학생인 형의

모자 한 가운데서 반짝이는

누런 색갈의 글씨를 잊지 못하는지도 모릅니다.




태워줄 버스가 딱히 언제 올거라는 것 보다는

버스 정거장 옆,

그 구멍가게의 한 입에 넣기가 힘든 누깔사탕과

멋진 야수 모습의 해태가 그려져 있는

흰 종이 껍질속의 하얀 껌가락 하나.

굳이 말하지 않아도

껌 한가락을 작은 내 손에 쥐어주실

나의 어머니.




왜냐면 

시장에 가시는 어머니를 따라

버스정류장 앞 구멍가게 앞에서

땅바닦에 데굴데굴 굴러가며 떼쓰고 울먹이며 따라가는 날은

꼭 껌 한가락을 얻어가지고 왔으니까요.


그러나 오늘 나는

땅바닥을 뒹굴며 따라온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태워줄 버스가 나에게 기약을 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나는 갈 곳을 찾아

여기에 와 있습니다.




이런 날은

평소보다 들에 핀 꽃들이

유난히도 이쁩니다.
 

가을 녘이니..

밥풀을 두어개 입에 물고 있는  꽃며느리 밥풀은

세상에서 가장 이쁜 분홍입니다. 

부드러운 달뿌리풀은 종아리를 간지럽히고

하얀 자신의 꽃잎 속에 푸르름을 머금은 해국은 그 빛이 참 예지만

마음을 시리게도 합니다.

갈대, 억새풀, 실새풀은 보기에도 아마도 영원한 기억을 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위를 스치듯 지나치곤 하는

고추잠자리, 나 만큼이나 장난꾸러기입니다.

“너희는 어대 갈데가 없나, 왜 자꾸 나만 따라오는 건데?”

소리도 질러봅니다.




그 끝이 보이지 않는 푸른 바다도 보입니다.

저 먼 곳엔 누가 살고 있을까요.

고무신을 벗어

귓가에 대면

찡-- 하고 귀를 간지르는 그 소리는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요.

아마도 세상이 돌아가는 소리겠지요.

드디어 버스가 오면

실실 실소를 머금으며

참을수 없는 기쁨이 나의 얼굴에서 터져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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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침묵    


                너...

                불빛 吐하며

                겨울이 온몸으로 일어서고

                삭풍 내달리는 저 끝없는 들판에서는

                다만 그렇게 침묵이 흐른다.




                남 모르게 너는

                긴 어둠 삼키는 장승이 되어

                말없이 눕고 말았지




                삭풍 소스라쳐 멀리 내달리는 싸늘한 들녘에 앉아

                꿈틀거리는 입술로

                왜 그래야  하는지 나는 너에게 차마 물을 수는 없었어




                내 풀섶 손가락 떨며

                너의 슬픈 목줄기를 더듬거릴 때도

                다만,

                절절이 끓는 몸짖으로

                다시는

                다시는 되돌아 올 수 없는

                네 이름을 애끓도록 불렀을 뿐.


                아...

               무리 짖는 겨울의 푸른 새벽 月光앞에 서성이다

                홀로 떠 가는 네가

                멀리 하늘로 날 때,

                끝내 너와 함께 묻어버렸을 言語가 있다.

                

                지난 날

                내 어깨를 덮어 주던 영혼의 목소리로

                한 웅큼 각혈하는 너의 금빛 언어들이 터진다.

                그러나 그 금빛 언어들로

                大地에 부딪혀 내가 쓰러진다 해도

                나는 좋을 것이다




                白雪이 되리라

                白雪이 되리라

                이리저리 휘 날다가

                네가 있을 그 곳에서 한없이 녹아 내리는

                白雪이 되리라




                白雪이 되리라

                白雪이 되리라

                서리 서리 저 들판에 누운 이름,  

                영원한 나의 그 이름을 부르며

                겨울 침묵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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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아프리카사 - 우리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아프리카의 진짜 역사 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하는 역사
김시혁 지음 / 다산에듀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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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슬픈 아프리카의 역사...아프리카에 관심을 가진 분들께는 도움이 많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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