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루비콘 강을 건넌 후,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고 말했다고들 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는 당시 그가 분명 건강했다는 이야기다. 체력이 빌빌해가지고서야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니 말이다. 결단력 있게도 루비콘 강을 건너던 그 나이는 대략 50세 정도였다.
그러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그 강을 건너던 나이도 되지 않아 나는 엉뚱한 ‘아케론’을 건너고 있었다. 사공 카론에게는 금화 한 닢을 주어야 노를 저어준다고 한다. 나는 ‘레테’에 다다를 즈음에 엽전을 주겠노라 구라를 치고는 배에 올랐던 것이다(내게 금화가 있을 리가 있나..). 그런 줄 알고 노를 젓던 카론은 내게 금화가 없는 줄을 눈치 챘던지 뱃머리를 돌려 나를 원래의 자리로 돌려보내고 말았다. 금화 없이는 어림도 없다면서 말이다 (죽더라도 최소 엽전 한 푼은 있어야 한다니...). 이 이야기는 수년 전, ‘레테’를 목전에 두고 있던 나 스스로의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요즘 온 나라에 퍼져있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이 소개하고 있는, 직접 큰 효험을 본 냥반들이 주장하는 고지방 식단에 대한 찬사는 실로 대단했다. 마음껏 동물성 지방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고기를 맘껏 먹고도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니 오죽이나 좋겠는가. 그럴 수밖에, 그 정도로 효과가 좋다면 나라도 그러겠다 진짜.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매체는 고지방 식단에 대한 우려를 전문가 집단을 통해 내보내고 있었다. 그러자 대번에 체험자들로부터 즉각적인 반응이 되돌아온다. 요즘 쌀값이 현저히 떨어지니 쌀 소비가 줄어드는 현실을 우려하여 탄수화물의 섭취를 권장하느라 고지방식단을 헐뜯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어느 쪽 이야기가 진실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자도 전문가도 아니다. 고지방 식단으로 효험을 본 낭반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팩트를 전하는 것이고, 전문가들은 또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견해를 피력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다만, “안 해봤으면 말을 말어~!”, 혹은 “니들이 게 맛을 알어?” 라고 외치던 어느 아제들이 잠시 떠올랐다 사라진다.
레테를 건너기 직전에 뱃머리를 돌렸던 나로서는 건강을 진지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카론을 기쁘게 해줄 금화도 한 닢도 마련해야하고 말이다. 하여 이런 저런 서적들을 뒤지고 뒤지느라 그렇게 몇 년이 흘러 버렸다. 건강 관련 지식을 몇 년 뒤져 읽는다고 깨달을 바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렴풋이 건강한 신체를 위해 해야 할 기본적인 사항들을 약간 알 수 있었다.
요즘 트렌드인 고지방 식단이 그 중 하나이다. 참고 서적들을 활용한 나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건강에 관심이 있는 대다수 사람들도 알고 있듯이, 동물성 지방을 소화시키는 핵심은 담즙이라고 한다. 「간담」이 기타 장기보다 더 크고 튼튼한 분들은 이 동물성 단백질 식단이 상당히 유리하다. 쉽게 말해 고기를 잡숫자마자, 충분한 량의 담즙 산을 바로바로, 팍팍 쏴드리기 때문이다. 배불리 잡숴도 고지방을 분해하고 소화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더우기 간담이 좋으신 분들에게는 동물성 단백질이 기운도 훨씬 더 나게 해준다. 이게 죄다 가장 많은 량의 담즙을 아낌없이 쏘아줄 수 있는 능력 덕분이다. 간담이 탁월한 분들의 홍복이 아닐 수 없다. 간담이 크니 흔한 말로 간이 배 밖으로 나오는 것은 일도 아니고, 담대하기로는 말로 다할 수가 없는 분들이다. 이런 분들은 얼마든지 고기를 즐기셔도 좋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렇게 간담이 좋으신 분들은 고기를 잡술 때, 채소를 많이 곁들이는 것은 되려 도움이 되지 않다. 「내경內徑」과「동의보감」에 ‘산수신산酸收辛散’ 이라는 말이 있다. ‘신 맛은 거두어들이고 매운 맛은 발산시킨다’(흩어지게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무엇을 거두어들이고 무엇을 발산시키느냐 하면, 바로 살이다. 채소가 신 맛을 가진 것은 아니나 채소는 간기능을 향상시킨다. 간은 산(酸) 기운을 장(藏)하고 있는 장기(臟器)이다. 그러므로 채소를 많이 잡술수록 간 기능이 더욱 강해지게 된다. 간 기능이 가뜩이나 좋은 냥반들 몸 안에서 채소는 간 자체에 산기운을 더욱 증강시킨다. 몸 내부를 순환하도록 되어있는 기(氣) 흐름, 즉 오행 불균형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체중이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강해진 간이 그야말로 원치 않는 살을 하염없이 거두어들이기 때문이다.
흔히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분들이 계시다. 요즘은 공기만 마셔도 살이 찐다고들 할 정도로 체중 증가가 염려되시는 분들도 계시다. 이런 분들은 결코 채식주의자가 되어서는 안되는 분들로서, 간기능이 가장 강한 상태로 태어나신 분들이거나 평소 간을 강하게 하는 음식을 많이 잡숫는 분들일 가능성이 높다하겠다.
간담이 가장 강한 분들이 가진 또 다른 특징은 폐기능이 가장 약하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운동회 때 달리기 꼴찌를 도맡는 분들로 폐기능을 강화시키는 음식을 드시면서 반드시 운동을 겸해야 하는 분들이다. 특히 간이 좋은 분들은 땀을 많이 흘려주어야 몸이 가볍고 상쾌한 기분으로 일을 할 수가 있다. 비위가 가장 약한 분들은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이 되려 좋은 기운을 상하게 하는 이치와 반대인 경우이다. 운동은 만인 건강 필수조건이지만 말이다.
반대로 비위가 약한 분들은 동물성 고지방을 소화시킬 수 있는 담즙이 적다. 다른 장기에 비해 비위가 가장 약한 분들은 간담의 기능도 상대적으로 약한 편에 속한다. 지방이 풍부한 삼겹살을 다량 섭취할 경우 소화가 잘 안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런 분들은 건강 상태가 약할 때에 고기를 굽는 냄새만 맡아도 속이 미식거리거나 식욕이 저하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러므로 비위가 가장 약한 분들이 많은 량의 고지방 식단을 지속할 경우 병을 불러 오는 수가 있다는 점도 아울러 밝혀두고 싶다.
사실, 우리는 계절에 나는 음식을 골고루 먹어주면서 운동을 적당량 해주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랄 수 있다. 음식 불균형은 분명 신체 기운 불균형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소신을 가지고 골고루 잡숫고 운동하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더라고 강력 주장할 수 있는 내용이지 싶다. 아, 음식은 가능하면 따듯하게 잡숫기를 또 강력 권해드리고 싶다. 몸이 차가워지면 병기가 침범하기 좋은 조건이니 말이다.
전문가도 아니면서 주절대려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레테를 목전에 두고 되돌아왔던 이의 관심사라 여겨주시고 양해해주시기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첨언 1:
조사 「-의」자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어느 분께서 부단히 주장하시는 덕분에 일리가 있다 여겨 시도해 본 것이다. 그러나 쓰다보면 「-의」자가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들어가곤 했다. 다시 글을 고치곤 했다. 더불어 어쩔 수 없이「-의」자를 쓰지 않을 수 없는 경우도 있음을 알겠다. 또한 그분은 한자어를 순수한 우리말로 사용하는 것의 아름다움도 꾸준히 주장하신다. 이 점은 「-의」자를 사용하지 않는 것 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언어는 수용성이 있으며 늘 가변적이다. 친숙함이란 정말로 판단을 매우 흐리게 함도 알겠다.
첨언 2 :
이 글을 읽는 지인의 지적이 있었고,
동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고지방을 일괄처리하는 오류를 범했음을 인정하여 필요 부분을 수정하면서 더불어 약소한 첨가를 병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