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베개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28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석륜 옮김 / 책세상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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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지(理智)에 치우치면 모가 난다. 감정에 말려들면 낙오하게 된다. 고집을 부리면 외로워진다. 아무튼 인간 세상은 살기 어렵다."의 유명한 구절에 이끌려 읽고 싶어졌다. 나쓰메 소세키 본인을 나타냄이 분명한 화가가 온천장에 방문하며 느끼는 상념이 주이다. 여기에 이혼하고 다시 친정으로 온 온천장 주인집 딸의 이야기가 더해진다. 


처음에는 나름 집중해서 읽었는데, 화가인지 글쟁이인지 모를 주인공의 사념에 더해지는 영시와 한시를 점점 대충 훑어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때는 바야흐로 러일전쟁이 한창인데, 주인공은 세상과는 동떨어져 본인의 사념에만 빠져있다. 전쟁에 나가는 사촌동생에게 "살아서 돌아오면 창피"하니 "죽어서 돌아"오라는 여주인공의 말에도 공감이 어렵다. 이혼한 남편을 만주로 떠나보내며 문득 보여주는 "애련"한 얼굴에서 삶의 진실을 발견하는가?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유미주의적 감상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100년 전, 우리는 신소설이 유행할 시기에, 의식과 상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점은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온갖 단어에 대한 주가 뒤에 있는데, 차근차근 뜯어보며 당시와 현재 일본 사회를 공부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학 전공자가 아닌 나는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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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1-21 2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블루얀더님 문학 전공자가 아니시라서 그러신 것인지 모르지만, 핵심만 딱 써주시는 이런 리뷰 사모합니다.^^;; 저 시간도 없고 성급한 편이라 다른 사람의 긴 리뷰 잘 못 읽고 그러거든요. ^^;; 인용하신 유명한 구절은 정말 고개 끄덕여지네요. 인간 세상은 정말 살기 어려워요. 그냥 다 내려놓는 것이 답일까요?^^;

blueyonder 2022-01-22 00:50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느낌도 제각각, 감상도 제각각, 독후감도 제각각이지요. 길게 늘어놓을 밑천이 없어서 제 리뷰가 짧은 건지도요 ^^;; 인간 세상은 살기 어렵지만, 또 한편 어차피 정답이 없는 인생, 그저 제 잘난 맛에 살면 그냥저냥 살 만한지도요... 그게 라로 님 말씀처럼 다 내려놓으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2022-03-11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04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빛의 양자컴퓨터
후루사와 아키라 지음, 채은미 옮김 / 동아시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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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이용한 양자컴퓨터에 관한 소개서이다. 일본인인 저자는 본인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발전시켜온 '광 양자컴퓨터'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소개하고 있다. <퀀텀의 세계>에서는 듣지 못했던, 빛을 이용하여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방법은 원자나 이온, 초전도체, 스핀을 이용한 기존의 방법과 비교하여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저자는 '시간영역다중'이라고 이름 붙인 방법을 통해 100만 개의 큐비트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다른 방법이 100 큐비트 규모인데 비하면 엄청난 숫자이다. 기존의 양자컴퓨터가 공간적으로 큐비트를 구현했다면 광 양자컴퓨터는 시간적으로 큐비트를 구현했다는 점이 다르다(시간영역다중의 의미). <퀀텀의 세계>를 보완하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퀀텀의 세계>보다 얇고 설명도 간략하지만, 광 양자컴퓨터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저자의 연구에 대한 태도를 다음에 인용한다.


...나는 청개구리 같은 성격으로 언제나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해왔다고 생각한다. 유행은 반드시 언젠가는 끝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언제나 과도한 경쟁에 휘말린다. 호흡이 긴 일을 하고 싶다면 유행을 쫓지 말고, 나만의 길을 걷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사람에 따라서는 고독이나 불안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마음 깊숙이 즐겁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몰입해서 즐기고 있다면 고독이나 불안에 시달릴 일은 없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커다란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185~186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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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Einstein Walked with G?el: Excursions to the Edge of Thought (Hardcover)
Jim Holt / Farrar Straus & Giroux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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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온갖 진지한 주제는 다 다루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은 ‘헛소리bullshit’에 대한 얘기로 시작해서 ‘진리truth’에 대한 논의로 끝난다. 이런 세상—철학의 세상—이 있다는 것을 엿보게 해 주었다. 고담준론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인간 세상이 물질만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비판적 시각과 재치와 명석함을 아끼며 읽었다.


책 속 몇 구절:

... What is truth? The most obvious answer, that truth is correspondence to the facts, founders on the difficulty of saying just what form this “correspondence” is supposed to take and what “facts” could possibly be other than truths themselves. (p. 343)

... much of what we call poetry consists of trite or false ideas dressed up in sublime language—ideas like “beauty is truth, truth beauty,” which is beautiful but untrue. (Oscar Wilde, in his dialogue, “The Decay of Lying,” suggests that the proper aim of arts is “the telling of beautiful untrue things.” (p.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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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에 사는 여인
밀레나 아구스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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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놓아두고 환상 속의 사랑을 쫓는지... 누구도 다른 이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왜 인간은 마음을 모두 열지 못하는지. 왜 인간은 외로운지. 따뜻한 포옹과 열 마디 말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둘 다 중요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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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의 세계 - 세상을 뒤바꿀 기술, 양자컴퓨터의 모든 것
이순칠 지음 / 해나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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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물리와 양자컴퓨터, 양자암호통신에 대한 소개서이다. 양자물리학 소개 부분은 일반인 대상으로도 손색 없는데, 양자컴퓨터의 원리나 제작 방법은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도 어려운 부분은 그냥 건너 뛰어도 괜찮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의 백미는 역시 저자의 전공분야인 양자컴퓨터의 원리와 제작 방법에 대한 소개이다. 더불어 양자암호통신에 대한 설명도 좋다. 사용하는 모든 개념을 다 설명해서 물리나 공학 전공자는 차근차근 따라 갈 수 있도록 했다. 얽혀 있는 상태를 사교춤을 추는 남과 여로 비유한 것은 매우 신선했다.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통신, 그리고 이들의 현 상황에 대한 좋은 소개서라고 생각한다. 중간중간 '물리학자들이 사는 세상'이라는 섹션을 넣어, 물리학계에 대한 일화 등을 풀어 놓았다. 썰렁할 때도 있지만 나름 재미있었다. 별 하나를 뺀 이유는 일반적 내용(역사 일화 등)에서 부정확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물리에서야 전문가가 기술한 것에 토를 달 것은 없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


양자컴퓨터는 초전도소자를 이용하여 만든 70큐비트 정도의 CPU가 현재 최고 기록이고, 아직 진정한 양자컴퓨터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상용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양자암호통신은 이미 상용화됐다고 한다. 양자암호통신은 모든 정보를 양자채널로 보내는 것이 아니고, 암호 키(key) 만을 양자채널로 보내는 것이다.


책 속 몇 구절:

... 양자컴퓨터가 계산을 빨리할 수 있는 이유는 병렬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 고전컴퓨터도 병렬처리를 할 수 있다면 양자컴퓨터가 특별할 것이 뭐냐, 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양자컴퓨터는 병렬처리를 하기 위해 CPU가 더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 다르다. 예를 들어 10큐빗짜리 양자컴퓨터 한 대가 있으면 2^10인 1024개의 데이터를 병렬처리할 수 있는 반면, 10비트짜리 고전컴퓨터는 똑같은 병렬처리를 하기 위해 컴퓨터가 1024대나 필요하다. 비트 수가 40비트만 되어도 양자컴퓨터는 약 1조 개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므로 고전컴퓨터로는 도저히 흉내낼 방법이 없다. 양자컴퓨터의 병렬처리 능력은 기본적으로 양자계의 중첩성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런데 양자알고리즘에서 쓸 만한 것들은 계산 도중에 얽힌 상태가 꼭 나타나기 때문에, 양자연산이 혁신적으로 빠른 이유는 단순히 중첩이 아니라 중첩 중에서도 얽힘이 아닌가 생각되고 있다. (233~235 페이지)

... 양자 컴퓨터는 아무 연산이나 잘하지는 않는다. 덧셈을 할 줄 알긴 하지만 고전컴퓨터보다 더 나을 게 없다. 그래서 양자알고리즘 중에서 쓸 만한 것은 아직 많지 않다. 쓸 만한 알고리즘을 만들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지금 사용 가능한 알고리즘을 돌릴 하드웨어도 없는 판이라 더 좋은 알고리즘을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공허한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260 페이지)

... 양자 소인수분해 알고리즘이 고전 소인수분해 알고리즘보다 비약적으로 빠를 수 있는 이유는 측정이라는 행위로 등차수열이 한 번에 걸러진다는 점과 한 번의 연산으로 푸리에변환을 할 수 있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즉, 양자 세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중첩과 측정에 의한 붕괴, 이 두 가지 성질 때문이다. 중첩된 양자 상태의 이점은 모든 연산이 중첩된 상태에 독립적으로 가해진다는 자연계의 성질에서 비롯된다. (268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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