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원자로 구성된 분자가 안정된 구조를 유지하고 복잡한 반응을 실현하는 것은 원자 층위의 물리현상을 지배하는 것이 바로 양자론이기 때문이다. 생물이 보여주는 복잡 정묘한 현상을 설명하는 일에 생기론은 필요 없으며, 이런 현상은 양자론으로 해명할 수 있다(있을 터이다).

  양자론은 그것이 생물이든, 생물이 아니든 원자 수준의 온갖 현상을 지배한다. 물질에 크기나 형태가 있는 것도, 물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들이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는 것도, 엽록소가 복잡한 구조를 유지하는 것도 모두 양자 효과의 결과물이다. ... 물질을 구성하는 요소 사이의 전기적 상호작용을 양자론에 입각해서 기술하면 복잡한 구조가 (외부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형태를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형성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6 페이지)


모든 원자가 같은 성질을 지니는 것은 단순히 같은 물리법칙을 따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 법칙을 통해서 실현되는 시스템의 물리적 성질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같은 공명 패턴이 되는 정상파가 형성되었다고 생각할 때 비로서 설명이 가능하다. 

... 양자론의 본질은 온갖 물리현상의 기저에 파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양자 효과란 기저에 존재하는 파동의 성질이 표면화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63 페이지)


  양자장론에 따르면 모든 물리현상의 근간에는 장의 파동이 있다. 각각의 장에는 이른바 전용 공간이 있고, 그 내부에 장의 파동이 갇혀서 정상파를 만든다. 주위의 간섭 없이 고립된 파동의 경우 특정 에너지를 갖는 안정된 공명 패턴을 형성하는데, 이 안정된 패턴이 마치 입자인 것처럼 움직이게 된다. (82 페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국 - 기본에서 최선으로
신진서 지음 / 휴먼큐브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타공인 세계 1위인 신진서 9단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바둑에 대한 생각을 펼친 책이다. 2000년 생, 이제 채 25살이 되지 않은 젊은이이지만, 그의 노력과 인생과 생각이 묵직하다. 타고난 재능을 갈고 닦아 전성기인 지금에 이르렀고,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이 책을 읽고 더욱 그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바둑을 아무리 잘 둬도 항상 승리만을 할 수는 없다. 패배를 어떻게 잘 감당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바로 다음 대국" 한 판만을 생각한다는 그, 그러한 한 판 한 판이 쌓여 그의 길과 바둑의 역사가 되리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5-01-02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ueyonder 2025-01-02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가 두었던 기보와 그에 얽힌 그의 생각들도 있는데, 사실 바둑 내용은 어렵다. 바둑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그저 글만 읽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규칙 외에는 바둑을 잘 모르는 1인의 말입니다~ ^^
 


[Strofa 1]

Il mondo gira con me questa notte

Piccoli passi che faccio con te

Seguo il tuo cuore e seguo la luna

Così nascosta lontana da me

 

[Strofa 2]

Il mondo gira con noi questa notte

Ah, esistesse lontano da qui

Un posto dove scoprire il mio cuore

Sapere se lui può amarti o no

 

[Ritornello]

E girerà, e girerà

Il cuore mio assieme a te

E girerà la terra

Girerà la mia vita

E un giorno lui sì, sì capirà

 

[Strofa 3]

Sei tu che giri con me questa notte

Sei tu che giri lontana da qui

Ma sì, io so che tu sei la mia luna

Qualcosa mostri, qualcosa no

 

[Strofa 4]

Ci sono strade azzurre nel cielo

Ci sono occhi e il cielo è già lì

Sì, questo credo che siano le stelle

Ah, se potessi fermarmi così

 

[Ritornello]

E girerà, e girerà

Il cuore mio lontan da te

E girerà la terra

Girerà la mia vita

E un giorno lui sì, sì capirà

 

[Strofa 5]

Cuore, già lontano

Sì tu sei la luna

Potessi scoprirlo nel cielo

 

[Ritornello]

E girerà, e girerà

Si girerá, il cuore mio

Girerá la terra

Girerá la mia vita

E un giorno lui sì, sì capirà

Un giorno lui sì, ti capirà

[Verse 1]

The world turns with me tonight

Small steps I take with you

I follow your heart and I follow the moon

So hidden away from me

 

[Verse 2]

The world turns with us tonight

Ah, if it existed far from here

A place to discover my heart

To know if it can love you or not

 

[Refrain]

And it will turn, and it will turn

My heart with you

And the earth will turn

It will turn my life around

And one day it will, yes, understand

 

[Verse 3]

It's you who walks with me tonight

It's you who turns away from here

But yes, I know that you are my moon

Some you show, some you don't

 

[Verse 4]

There are blue streets in the sky

There are eyes and the sky is already there

Yes, I think this is the stars

Ah, if I could stop like this

 

[Refrain]

And it will turn, and it will turn

My heart is far from you

And the earth will turn

It will turn my life around

And one day it will, yes, understand

 

[Verse 5]

Heart, already far away

Yes you are the moon

If only I could find it in the sky

 

[Refrain]

And it will turn, and it will turn

It will turn around, my heart

The earth will turn

My life will turn

And one day it will, yes, understand

One day it will understand you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조한 마음>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됐던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 1881년 빈의 유복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빈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1904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소설 뿐만 아니라 발자크, 디킨스 등 문학가에 관한 평론과 마리 앙투와네트 등 역사적 인물에 관한 전기 등으로 꽤 유명했으며 그의 전성기인 20~30년대에는 유럽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작가 중 하나였다고 한다. 


나치가 독일에서 정권을 잡으며 지식인과 유대인에 대한 탄압을 시작하자, 그는 1934년 영국으로의 망명을 시작으로 미국을 거쳐 브라질로 이민을 가며, 고단한 인생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그가 생전에 발표했던 글과 함께 미공개 글을 모은 이 책에는 모두 9편의 에세이가 실려있다. 망명 생활로 떠돌며, 전쟁의 화마에 휩쓸려 가는 세상을 보면서도, 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따뜻한 눈길을 느낄 수 있다. 소중한 것들은 별과 같이 '어두울 때에야 보인다'는 그의 말은, 그 어두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 세상은 그의 섬세한 마음에겐 너무 참혹했던 것일까. 1942년 2월 그는 브라질 페트로폴리스에서 부인과 함께 스스로 세상을 떠난다. 1942년 2월은 2차대전에서 추축국들이 아직 강대함을 뽐내던 때이다. 1941년 6월 소련을 침공한 독일은 겨울을 맞아 모스크바 초입에서 멈춰 섰지만 아직 패배를 모르고 있었고, 일본은 1941년 12월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을 기습한 후 아시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츠바이크가 몇 년만 더 살았더라면 추축국의 패배를 볼 수 있었으리라.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한다. 힘든 시기는 언젠가는 지나간다. 지금 우리 사회도 그렇다. 어느덧 다가올 여명을 기다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White Holes (Hardcover)
카를로 로벨리 / Riverhead Books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형적인 로벨리의 글과 책이다. 책은 짧고 문장은 시적이며 감상적이다. 자연의 탐구를 즐기는--탐미하는-- 그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책은 블랙홀 내부로 들어가서 화이트홀로 나오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같은 이탈리아인인 단테의 신곡 문구를 지속적으로 인용한다. 상황과 잘 어울린다. 


블랙홀을 거쳐 화이트홀에 대한 그와 그의 제자 핼 해거드Hal Haggard의 발견을 설명하면서, 일반상대론과 그의 영웅들(데이비드 핀켈스타인David Finkelstein, 히파르코스Hipparchus 등), 그리고 시간의 의미에 대해 살펴본다. 중간중간 그가 책을 고쳐 쓰며 덧붙인 부분도 소문자로만 나온다. 나중에 보면 5번 고쳐 썼다고 언급하기도 한다(133 페이지). 


책의 결론은 이렇다. 블랙홀 내부에서 물질이 계속 중력에 의해 수축하면 양자효과에 의해 시간의 방향이 뒤집어지며, 마치 떨어진 공이 튀어 오르듯, 모든 물질이 바깥을 향하는 화이트홀이 된다. 신기하게도, 화이트홀은 바깥에서는 블랙홀과 다름 없이 보인다. '지평선' 근처에서는 일반상대성 이론의 시간지연 현상으로 인해 시간이 거의 흐르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로벨리는 무거운 화이트홀은 불안정하므로 '플랑크 별' 정도의 질량(작은 머리카락 정도의 질량)을 갖는 화이트홀만 우주에 있을 것이며, 수많은 플랑크 별 질량의 화이트홀이 혹시 천문학자들이 찾는 암흑물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언급하고 있다(141페이지). 흠, 누가 알겠는가, 우주에 어떤 신비가 숨어 있을지.


  This brings us to a conclusion that seems to me extraordinary. Our neurons, our books, our computers, the DNA in our cells, the historical memory of an institution, the entire contents of the data on the internet, my sweet guide, whose holy eyes were glowing as she smiled,* the ultimate source of all the information of which life, culture, civilization are made, is none other than the disequilibrium of the universe in the past. (p. 130)


---

* Paradise, III. Beatrice, obviously.


위에서 보듯 로벨리는 시간이 여전히 환상이라고 생각한다. <The Order of Time>에서 언급했던 내용을 굉장히 시적으로 반복한다.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흐름은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로 우주가 변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그는 믿는다. 로벨리는 2종류의 독자를 염두에 두고 책을 썼다고 한다(106페이지). 하나는 물리의 문외한, 다른 하나는 물리의 도사. 그래서 자세한 내용detail 없이 쓴다는 것이다. 새로운 관점perspective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로벨리 같은 대가에게는 이것이 중요할 것 같고, 이 책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어중간하게 물리를 아는 이에게는 로벨리가 이 책에서 그저 시인처럼 보일지 모르겠다. 매우 흥미로운 블랙홀의 면모를 알게 됐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아직 누구도 모르는 미지의 영역을 탐험한 것 같다. 


글이 두서가 없는데, 사실 로벨리의 책도 그런 느낌이 있다며 변명한다. 그럼 이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