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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평점 :
<초조한 마음>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됐던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 1881년 빈의 유복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빈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1904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소설 뿐만 아니라 발자크, 디킨스 등 문학가에 관한 평론과 마리 앙투와네트 등 역사적 인물에 관한 전기 등으로 꽤 유명했으며 그의 전성기인 20~30년대에는 유럽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작가 중 하나였다고 한다.
나치가 독일에서 정권을 잡으며 지식인과 유대인에 대한 탄압을 시작하자, 그는 1934년 영국으로의 망명을 시작으로 미국을 거쳐 브라질로 이민을 가며, 고단한 인생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그가 생전에 발표했던 글과 함께 미공개 글을 모은 이 책에는 모두 9편의 에세이가 실려있다. 망명 생활로 떠돌며, 전쟁의 화마에 휩쓸려 가는 세상을 보면서도, 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따뜻한 눈길을 느낄 수 있다. 소중한 것들은 별과 같이 '어두울 때에야 보인다'는 그의 말은, 그 어두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 세상은 그의 섬세한 마음에겐 너무 참혹했던 것일까. 1942년 2월 그는 브라질 페트로폴리스에서 부인과 함께 스스로 세상을 떠난다. 1942년 2월은 2차대전에서 추축국들이 아직 강대함을 뽐내던 때이다. 1941년 6월 소련을 침공한 독일은 겨울을 맞아 모스크바 초입에서 멈춰 섰지만 아직 패배를 모르고 있었고, 일본은 1941년 12월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을 기습한 후 아시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츠바이크가 몇 년만 더 살았더라면 추축국의 패배를 볼 수 있었으리라.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한다. 힘든 시기는 언젠가는 지나간다. 지금 우리 사회도 그렇다. 어느덧 다가올 여명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