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시사인) 제913호 : 2025.03.18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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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얘기들이 실려있다. 지금 우리 정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사부터 도대체 의대생, 전공의는 무슨 생각인지, 트럼프의 미국은 무슨 꿍꿍이인지까지.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 어떻게 정신줄을 붙잡고 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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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여러분이 이 글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은 변화하는 전기장이 자기장을 만들어내고, 변화하는 자기장이 전기장을 만들어낸다는 사실 덕분이다. 1863년 스코틀랜드의 물리학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 발견했듯이, 빛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장을 통해서 퍼져 나가는 전자기파이다. 연못에서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 파동에서는 전기장의 변화가 자기장을 만들어내고, 자기장의 변화가 전기장을 만들어내며, 전기장의 변화가 다시 자기장을 만들어내는 일이 반복된다. 전자기파는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재생시킬 수 있는 자생력을 가지고 있다. (31 페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다. 이렇게 빛-전자기파를 이해했다는 것이. 맥스웰은 아인슈타인의 영웅 중 한 명이었다. 아인슈타인은 맥스웰, 패러데이, 뉴튼의 초상을 서재 벽에 걸어두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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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초운Marcus Chown(1959~)은 영국의 과학저술가이다. 영국의 과학잡지인 <뉴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의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그는 1980년 런던 퀸메리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여 졸업했으며,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에서 천체물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리처드 파인먼이 지도교수였다고 한다. 그의 최근작 <지금 과학 - 우리가 세상을 읽을 때 필요한 21가지>를 살펴보고 있는데, 과학적으로 정확하고 비교적 쉽게 일반인이 알아야 할 과학적 사실을 전달하고 있다. 이런 책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서문에 나오는 인용문 하나의 번역이 조금 이상해 보여서 기록해 놓는다. 파인먼의 말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태어났는데, 그런 사실을 어느 정도 변화시킬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11페이지)


파인먼은 종종 천재라고 일컬어지는, 마치 물리학자의 물리학자 같은 사람이다. 그가 평생을 연구했는데도 시간이 부족했다고 고백(?)하는 의미일까? 원문은 이렇다: 


"I was born not knowing and have only had a little time to change that here and there."


위 문장을 내가 이해하기로는 번역문과 어감이 다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태어났지만, (그래도) 여기저기서 그걸 바꿀 시간이 조금 있었다."가 좀 더 의미가 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겸양하는 투이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 알게 됐다는 자부심이 파인먼의 성격에 좀 더 어울리지 않나? a little은 긍정, little은 부정이라고 배운 바도 있어서...


초운이 쓴 다른 책들을 다음에 리스트해 놓는다.





























위의 책 말고도 번역 안 된 책이 훨씬 더 많다. 그건 관심이 생기면 나중에 올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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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2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또 다른 과거의 추억 속으로 들어간다. 일반상대성이론을 이용해 블랙홀에 대해 연구한 공로로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던 영국의 수리 물리학자 로저 펜로즈(1931~). 그는 1989년 대중과학서 <The Emperor's New Mind>를 출간했다. 호킹은 수식 1개(E = m c^2)만을 넣은 <A Brief History of Time시간의 역사>를 써서 전세계적 베스트셀러를 만들었는데, 펜로즈는 수식 쓰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 펜로즈는 호킹과 함께 일반상대성이론을 이용하여 우주와 블랙홀 연구를 진행한 바 있지만, 호킹과는 느낌이 좀 다르다. 호킹이 주류의 느낌이라면 펜로즈는 비주류의 느낌이 있다. 펜로즈는 여러 독창적 연구를 통해 리 스몰린 등 비주류 물리학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노벨상 받은 이를 비주류라고 말하는 것이 우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The Emperor's New Mind>는 출간된 후 한동안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다가, 1996년에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에서 <황제의 새 마음>으로 번역 출간됐다. 이후 2022년 개정판이 나왔다(위의 책). 일단 많은 수식들이 일반인들에게 장벽으로 작용할 것임을 일반 출판사들은 걱정했을 듯 싶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이윤에서 자유로운 대학교출판사에서 출간했으리라. 


이 책은 상당히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부제가 '컴퓨터, 마음, 물리법칙에 관하여'이다. 특히, 강한 인공지능은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을 다루고 있으며, 책 제목의 '황제'는 강한 AI를 주장하는 (주류) 학자들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한다. 펜로즈의 주장은 황제가 벌거벗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수학자답게 플라톤주의와 양자역학의 실재론적 해석 등에 관한 논의가 펼쳐질 예정이다. 일부는 동의하는 내용이 될 것 같고, 다른 일부는 아마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 될 듯 싶다. 누구도 답을 모르며 의견을 갖는 것은 자유니까. 


<The Emperor's New Mind>도 오래 전에 사 놓고 읽지 않은 책이다. 책 사이에 영수증이 꽂혀 있는데, 95년 6월 16일이라고 날짜가 찍혀 있다. 한동안은 이 책과 함께 여행을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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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거벗은 임금님'이 원래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 제목이니, 원뜻을 제대로 살리려면 '임금님의 새 마음'으로 번역하는 게 더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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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rief History of Time (Paperback, 10, Anniversary)
스티븐 호킹 지음 / Bantam Dell Pub Group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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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1942~2018)은 장애를 이겨내고 거둔 뛰어난 성취(특이점 정리와 블랙홀에 관한 연구 등)로 인해 과학자-물리학자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그를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린 책이 바로 1988년 출간된 <A Brief History of Time시간의 역사>이다. 이 책은 40개의 언어로 출간되어 2천 5백만 부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나 역시 우리말로 번역된 한 권을 오래 전에 샀는데, 매우 어려웠고, 그 바람에 읽다가 말았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이번에 원서를 구해 오래된 국역판과 함께 다시 읽어보았다. 빛바랜 국역판 군데군데에는 밑줄이 쳐져 있었는데, 글쎄 마지막 장의 구절에도 줄이 쳐져 있는 것을 보게 됐다. 이 구절이다: 


왜 우주는 존재의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는가? (현정준 역, 258페이지, 11장 결론 중에서) [*]


이걸 보면 추측하건대 책을 다 읽었던 모양이다. 30년도 넘은 옛날 일이니 기억이 가물가물할 수도 있겠다. 다 읽지 않았다고 기억하는 이유는 아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읽어서일 듯싶다. 이제 30년이 넘어 다시 읽으며 인상 깊은 점은 호킹의 대가적 설명과--그래서 아마도 베스트셀러가 됐으리라--낙관론이다. 호킹은 20세기가 끝나기 전에 우주를 모두 설명하는 '통일 이론'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마도 초끈이론을 염두에 두었으리라. 21세기가 되고도 25년에 들어선 지금 이러한 낙관론은 많이 퇴색했다. 


호킹의 <시간의 역사>는 그 의의 면에서 물리학, 특히 우주론의 고전 중 하나로 언급될 만하다. 하지만 출간된 이후 발견된 과학적 사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호킹도 책을 조금 수정하며 새로운 과학 발전을 포함하려고 했지만 전체적인 틀은 그대로 두었다. 내가 읽은 2017년 판은 뒤에 부록을 추가하여 암흑에너지와 우주의 가속팽창, COBE와 WMAP 등 우주배경복사 최신 측정결과의 의의, 영원한 급팽창(eternal inflation)과 다중우주, 그리고 중력파 관측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호킹과 많은 이론물리학자들의 꿈은 이랬다. 책의 제일 마지막 문단이다. 


... if we do discover a complete theory, it should in time be understandable in broad principle by everyone, not just a few scientists. Then we shall all, philosophers, scientists, and just ordinary people, be able to take part in the discussion of the question of why it is that we and the universe exist. If we find the answer to that, it would be the ultimate triumph of human reason—for then we would know the mind of God. (p. 191)


국역판의 번역은 이렇다: 만약 우리가 실제로 완전한 이론을 발견하게 되면, 이것은 머지않아서 누구에게나--불과 몇 사람의 과학자가 아니라--원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과학자, 철학자, 일반 사람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인간과 우주가 왜 존재하는가란 문제를 논하는 데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그 답을 찾아냈다면 그것은 인간의 이성(理性)의 최종적인 승리가 될 것이다--왜냐하면 그때 비로소 우리는 신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259 페이지)


'신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말에 서구의 전통이 짙게 배어 있다. 예전에는 이런 말을 들으면 가슴이 뛰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런 생각은 이제 유물에 가깝다고 본다. 이렇게, 개인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한 시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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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은 이렇다: Why does the universe go to all the bother of existing? (p.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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