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1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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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은 논리를 뛰어 넘는다. 논리적 모순 속에서 진실의 한 조각을 엿볼 수 있다. 진실은 미친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일까. 현대 물리학은 논리적 모순을 평행우주 등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여기에, 나는, 왜, 있는 것일까. 알레프. 이해할 수 없어도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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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테니슨은 만일 우리가 한 송이의 꽃을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가 누구이고 세상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도 그는 아무리 하찮은 사실이라도 우주의 역사와 무한한 인과론적 연결 관계와 연관되지 않은 것은 없다는 것을 의미했을 것이다. 또한 쇼펜하우어가 말했듯이 의지가 각각의 개인에게 고스란히 표현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는 세계는 각각의 모습 속에 고스란히 보일 수 있다고 말하고자 했을 것이다. 카발라주의자들은 인간이 소우주, 즉 우주의 상징적 거울이라고 이해했다. 만일 테니슨에 의하면, 모든 것이 그렇게 될 것이다. 모두, 심지어 참을 수 없는 자히르까지도 그렇게 될 것이다. (‘자히르’에서, 145~146 페이지)


  호랑이들의 몸에 적혀 있는 미스터리는 나와 함께 사라지게 될 것이다. 우주를 언뜻 보았던 사람, 우주의 불타는 설계도들을 보았던 사람은 한 사람과 그의 하찮은 행운이나 불행 따위를 생각할 수 없다. 비록 그 사람이 자기 자신일지라도 말이다. 그 사람은 바로 ‘그 자신’이었지만, 이제 그는 더 이상 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이제 그는 그 누구도 아닌데, 왜 또 다른 사람의 운명에 관심을 갖고, 왜 또 다른 사람의 국가에 관심을 보이겠는가. 그래서 나는 그 문구를 입 밖에 내지 않고, 그래서 어둠 속에 누워 세월이 나를 잊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신의 글’에서, 155~156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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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의 맨 뒤에는 번역본에는 없는 저자 케이티 맥과의 짧은 Q&A가 있다. 그중 일반인들이 궁금하게 생각하고 오해하기 쉬운 것 하나를 다음에 옮겨 놓는다. 팽창 우주에 대한 질문과 답이다.


우주가 팽창한다는데, 어디로 팽창하는 것인가요?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우주의 팽창을 생각할 때, 종종 대폭발(big bang)을 더 큰 공간으로의 폭발로 상상하기 때문에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하지만 천체물리학에서 대폭발을 말할 때는 그러한 의미가 아니에요. 천체물리학적으로 말하자면, 초기에 우주는 모든 곳에서 더 뜨겁고 더 빽빽하고, 오늘보다 더 작았어요. 이후 계속해서 팽창하며 식고 있는 중이지요. 어느 곳‘으로’ 팽창하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우주의 크기는 무한하다고 얘기할 수도 있는데, 팽창하면서 ‘더욱’ 무한해지고 있는 것이지요. 이미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와 은하단이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을 우리는 관측합니다. 우주는 이런 의미에서 덜 빽빽해지고 더욱 퍼져나가는 것이지만, 이러한 사실이 다른 것을 잠식하는 어떤 경계가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우리 우주는 무한하며 자신 안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낯선 개념이지만 수학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우리는 수학적 모형에 기반해 이론을 만드는 것이므로, 상상하기 어렵더라도 종종 그냥 받아들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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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6-28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세한 설명인데, 저는 이 Q&A를 읽고도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네요.(평소 얼마나 천체물리학을 어려워했으면) ‘팽창‘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겠죠? 수학적으로 문제 없는 개념이라니, 무슨의미일까..알쏭달쏭^^
과학의 언어를 이해 못하니 세상의 반을 대강만 이해하는 셈인가봐요

blueyonder 2022-06-28 10:36   좋아요 1 | URL
우주란 ‘존재하는 모든 것‘이니 ‘밖‘이 있을 수 없습니다. 밖이 있다면 그 역시 우주라고 부를 수 있을 테니까요. 밖이 없는 것은 끝이 없다는 것이고, 끝이 없다는 것을 수학적으로는 ‘무한‘이라고 부릅니다. 밖과 끝이 없다는 것을 물리적으로는 경계가 없다고 하고요. 이게 제가 이해하는 방식입니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1899~1985).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아르헨티나의 작가이다. 민음사 간 <알레프>는 그의 단편소설 17편('알레프'란 제목의 소설이 제일 마지막이다)을 모은 것으로서, 원저는 1949년 처음 출간됐다.


죽지 않음, 죽음, 평행우주를 떠올리게 하는 세계관, 또는 순환론적 세계관, 인간이 결국 (신 앞에선) '하나'라는 생각 등등이 환상의 이야기처럼 펼쳐진다. 책의 절반 조금 못 미치게 읽었는데, (각주脚註의 설명을 보면) 실제 역사적 인물과 그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들이 마구 섞여 등장한다.


영원보다는 난 순환에 더 마음이 끌린다. 우리 삶은 끝나는 것 같아도 완전히 끝나는 것은 아니다. 우주적으로도 그렇다고 난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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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d of Everything>의 우리말 번역본은 <우주는 계속되지 않는다>이다. 전반적인 번역은 괜찮아 보인다. 이 책의 유머 코드는 각주(footnote)에서 눈에 많이 띄는데 이 부분이 잘 안 살아 난 것이 조금 아쉽다. 각주에서 잘못 번역된 부분이 하나 눈에 띄어 지적해 놓는다.


Ia형 초신성이 실제로 황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는 무척 기발한 말장난이다. (153 페이지)


원문은 이렇다: "This would be an excellent pun if Type Ia were likely to be able to create gold." (p. 125) 이 문장은 가정법이므로, Ia형 초신성에서 실제로는 금이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만약 Ia형 초신성이 실제로 금을 만들 수 있다면 이는 무척 멋진 말장난이 될 뻔했다." 정도로 하는 것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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