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이론에 대해 연구하는 스웨덴의 이론물리학자 울프 다니엘손Ulf Danielsson의 260페이지 짜리 얇은 책이 번역됐다. 띠지에 "하나의 유령이 온 과학을 떠돌고 있다. 플라톤주의라는 유령이."라는 문구는 공산당선언에 나온 문구를 패러디했다. 그래서 이 책이 뭔가 선언문 같은 느낌을 준다. 자연에 대한 기존 물리학의 관점에 반기를 든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가 이런 관점을 가지기에는 특이한 끈이론을 연구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카를로 로벨리를 잇는 또 하나의 스타가 될까? 


본문 일부를 다음에 옮긴다.


  수학은 우주를 다스리지 않는다. 수학은 우리가 우주에서 발견한 것을 기술하는 수단일 뿐이다. 자연법칙도 마찬가지다... 자연법칙은 우주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을 우리 나름대로 요약하는 방법에 불과하다. 생물학적 유기체로서 우리는 자신이 경험하는 것을 최대한 이해하고자 애쓰지만 자연은 자연일 뿐이다.

  모형을 실재와 동일시하는 이러한 오해의 바탕에는 인간의 의식이 세계 자체보다 우월하다는 이원론적 존재론이 깔려 있는데, 여기에는 역사적 뿌리가 있다. 우리는 필멸하는 물질을 다스리는 영원하고도 초월적인 영역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고는 한다. 과학이 우주에 대해 많은 것을 밝혀냈음에도, 우리는 사실상 종교적 세계관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지 못한 것이다. 우리의 개념과 비유는 계속해서 우리의 사고를 오염시키고, 물리학은 물질을 지배하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를 상정한 채 아름다운 수학적 법칙을 발견하는 과학을 표방한다. 단순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방법론은 많은 경우에 성공을 거두었지만 여기에는 위험도 따른다. 우주가 근본적 의미에서 아름답거나 단순하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22 페이지)


위의 글은 리 스몰린의 관점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관점에 동의하는 물리학자들도 나름 많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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