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rief History of Time (Paperback, 10, Anniversary)
스티븐 호킹 지음 / Bantam Dell Pub Group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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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1942~2018)은 장애를 이겨내고 거둔 뛰어난 성취(특이점 정리와 블랙홀에 관한 연구 등)로 인해 과학자-물리학자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그를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린 책이 바로 1988년 출간된 <A Brief History of Time시간의 역사>이다. 이 책은 40개의 언어로 출간되어 2천 5백만 부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나 역시 우리말로 번역된 한 권을 오래 전에 샀는데, 매우 어려웠고, 그 바람에 읽다가 말았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이번에 원서를 구해 오래된 국역판과 함께 다시 읽어보았다. 빛바랜 국역판 군데군데에는 밑줄이 쳐져 있었는데, 글쎄 마지막 장의 구절에도 줄이 쳐져 있는 것을 보게 됐다. 이 구절이다: 


왜 우주는 존재의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는가? (현정준 역, 258페이지, 11장 결론 중에서) [*]


이걸 보면 추측하건대 책을 다 읽었던 모양이다. 30년도 넘은 옛날 일이니 기억이 가물가물할 수도 있겠다. 다 읽지 않았다고 기억하는 이유는 아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읽어서일 듯싶다. 이제 30년이 넘어 다시 읽으며 인상 깊은 점은 호킹의 대가적 설명과--그래서 아마도 베스트셀러가 됐으리라--낙관론이다. 호킹은 20세기가 끝나기 전에 우주를 모두 설명하는 '통일 이론'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마도 초끈이론을 염두에 두었으리라. 21세기가 되고도 25년에 들어선 지금 이러한 낙관론은 많이 퇴색했다. 


호킹의 <시간의 역사>는 그 의의 면에서 물리학, 특히 우주론의 고전 중 하나로 언급될 만하다. 하지만 출간된 이후 발견된 과학적 사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호킹도 책을 조금 수정하며 새로운 과학 발전을 포함하려고 했지만 전체적인 틀은 그대로 두었다. 내가 읽은 2017년 판은 뒤에 부록을 추가하여 암흑에너지와 우주의 가속팽창, COBE와 WMAP 등 우주배경복사 최신 측정결과의 의의, 영원한 급팽창(eternal inflation)과 다중우주, 그리고 중력파 관측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호킹과 많은 이론물리학자들의 꿈은 이랬다. 책의 제일 마지막 문단이다. 


... if we do discover a complete theory, it should in time be understandable in broad principle by everyone, not just a few scientists. Then we shall all, philosophers, scientists, and just ordinary people, be able to take part in the discussion of the question of why it is that we and the universe exist. If we find the answer to that, it would be the ultimate triumph of human reason—for then we would know the mind of God. (p. 191)


국역판의 번역은 이렇다: 만약 우리가 실제로 완전한 이론을 발견하게 되면, 이것은 머지않아서 누구에게나--불과 몇 사람의 과학자가 아니라--원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과학자, 철학자, 일반 사람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인간과 우주가 왜 존재하는가란 문제를 논하는 데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그 답을 찾아냈다면 그것은 인간의 이성(理性)의 최종적인 승리가 될 것이다--왜냐하면 그때 비로소 우리는 신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259 페이지)


'신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말에 서구의 전통이 짙게 배어 있다. 예전에는 이런 말을 들으면 가슴이 뛰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런 생각은 이제 유물에 가깝다고 본다. 이렇게, 개인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한 시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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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은 이렇다: Why does the universe go to all the bother of existing? (p.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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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re remains the question: why do we observe that the thermodynamic and cosmological arrows point in the same direction? Or in other words, why does disorder increase in the same direction of time as that in which the universe expands? …

  One can answer this on the basis of the weak anthropic principle. Conditions in the contracting phase would not be suitable for the existence of intelligent beings … The inflation in the early stages of the universe, which the no boundary proposal predicts, means that the universe must be expanding at very close to the critical rate at which it would just avoid recollapse, and so will not recollapse for a very long time. By then all the stars will have burned out and the protons and neutrons in them will probably have decayed into light particles and radiation. The universe would be in a state of almost complete disorder. There would be no strong thermodynamic arrow of time. … However, a strong thermodynamic arrow is necessary for intelligent life to operate. In order to survive, human beings have to consume food, which is an ordered form of energy, and convert it into heat, which is a disordered form of energy. … This is the explanation of why we observe that the thermodynamic and cosmological arrows of time point in the same direction. It is not that the expansion of the universe causes disorder to increase. Rather, it is that the no boundary condition causes disorder to increase and the conditions to be suitable for intelligent life only in the expanding phase. (pp. 155-156)


... 여기에 문제가 하나 남아 있는데, 그것은 왜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과 우주론적 시간의 화살은 같은 방향을 가리킬까 하는 것이다. 혹은 말을 바꿔서 왜 무질서는 우주가 팽창하는 시간의 방향으로 늘어날까 하는 것이다. ...

  우리는 이 물음에 대해서 약한 인간 원리를 바탕으로 해서 대답할 수 있다. 즉 수축 단계의 여러 여건은 ... 지적 존재가 존재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말이다. 

  우주의 초기에 일어났던 인플레이션은 무경계 조건이 예언한 바이지만, 그 결과 우주는 수축을 피할 수 있는 경계에 극히 가까운 율로 팽창하고 있어야 하고, 따라서 우주는 앞으로 극히 오랜 동안 수축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 무렵에는 모든 별의 땔감이 바닥나고, 별 속의 양성자와 중성자는 보다 가벼운 입자나 복사로 변환될 것이다. 우주는 거의 완전한 무질서 상태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뚜렷한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이 없어질 것이다. ... 그러나 지적 생물이 살아가는 데는 뚜렷한 열학적 시간이 필요하다. 인간은 살아가기 위해서 식량--질서 있는 형태의 에너지--을 소비해서 이것을 열--무질서한 형태의 에너지--로 변환해야 한다. ... 이것이 열역학적 및 우주론적 화살이 둘 다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까닭을 설명해준다. 즉 우주의 팽창이 무질서를 늘어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무경계 조건이야말로 무질서를 증가시키고, 모든 조건을 지적 생물에 적합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현정준 역, 227~228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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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전설의 느낌도 조금 드는, '신'에 대한 호킹의 언급. 


  공간과 시간이 경계가 없는 닫힌 곡면을 이룰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또 우주의 문제에서 차지하는 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깊은 관련을 가지게 된다. 과학적 이론이 사건들을 설명하는 데 성공함에 따라, 대다수의 사람들은 신이 우주로 하여금 일련의 법칙에 따라 진화하도록 허락하였으며, 우주에 개재(介在)하여 이 법칙을 깨지는 않으리라고 믿게 되었다. 그러나 이 법칙은 우주가 시작했을 때 어떤 상태였는지를 말해주지 않는다--우주의 시계 장치의 태엽을 감고 그 시작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역시 신에 달려 있는 것이다. 우주에 시작이 있는 한, 우리는 우주의 창조자가 있었다고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에 우주가 실제로 완전히 자급자족하고 경계나 끝이 없는 것이라면, 우주에는 시초도 끝도 없을 것이다. 우주는 그저 존재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창조자가 존재할 자리는 어디일까? (212~213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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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궁극의 질문들 렉처 사이언스 KAOS 9
박창범 외 지음, 재단법인 카오스 기획 / 반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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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와 내용은 전반적으로 좋다. 각 분야의 연구자들이 직접 진행한 강연을 정리했다. 실제 강연을 보지 않아서 어떤 방식으로 정리했는지 모르겠지만, 강연마다 수준과 분량 차이가 좀 있다. 어떤 강연은 약간 수박 겉핥기처럼 읽히고 어떤 강연은 꽤 전문적인 내용까지 언급한다. 매 강연이 끝나고 진행된 패널 토의와 질의 응답까지 포함되어 있다. 총 10개의 강연이 있는데, 앞의 강연 5개는 우주론과 천문학에 관한 내용이다. 여러 연구자들의 강연을 정리한 것이고 한 저자가 일관되게 쓴 것은 아니므로 중복되는 내용들이 있다. 태생적 한계이겠지만 그래도 편집자가 좀 더 역할을 했으면 좋았겠다. 


뒤의 고인류학 관련 부분을 흥미롭게 읽었다. 한 구절:


  여기서 인류라고 부르는 호미닌은 500만 년 전에 시작했고, 호모사피엔스가 속한 호모속은 200만 년 전에 시작합니다. 500만 년 전의 시간을 연구하는 고인류학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많이 연구하는 주제가 호미닌의 기원, 호모의 기원, 호모사피엔스의 기원입니다. (282 페이지) 

... 아프리카를 떠난 호미닌은 고생길에 접어들게 됩니다. 플라이스토세 내내 200만 년 동안 겨울이 왔기 때문이죠. 빙하기가 시작됐던 거죠. 차라리 추우면 나아요. 그러면 그 추위를 견뎌내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간빙기도 있고 빙간기도 있어서, 환경이 변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때그때 변하는 환경에 호모속은 적응해서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이렇듯 200여 만 년을 고생하면서 살다가 현생 인류가 나왔습니다. 호모사피엔스는 3만 년 전 후기 구석기인들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때를 창의혁명 시대라고도 해요. 그때부터 창의성이 나타나는 고고학 유물들이 발견되기 시작합니다. (289~290 페이지)


추가로 발견한 오타: 

- "대통일이론에서는 양성자도 결국은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하는데요. 흔히 양성자의 반감기가 1,030년 이상이 될 거라고 하는데, 인간이 그만큼 오래 살 수 없으니 검증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대신 양성자를 1,030개 갖다 놓으면 적어도 1년에 1개는 붕괴하겠죠. 슈퍼-카이오칸데Super Kamiokande라는 실험 장치가 있는데, 거대한 창고에 물을 가득 채워놓아서 중성미자를 측정하는 장치입니다. 물 분자 하나에는 양성자가 2개씩 있으니까 그중에 1년에 1개 정도라도 붕괴한다면 양성자가 정말로 붕괴하는지, 반감기가 어떻게 되는지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그렇게 발견한 사례가 없습니다. 그래서 양성자는 평균 1,034년 이상은 살 수 있지 않나 추정하고 있습니다. (125 페이지)"


위에서 밑줄 친 1,030, 1,034는 10의 거듭제곱을 나타내는 10^30, 10^34이어야 한다. 


- 141 페이지, 그림 4-1에 "HURRLE UTRA DEEP FIELD"라고 적혀 있다. "HURRLE"은 "HUBBLE"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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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31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의 저명한 과학자들로부터 듣는 우주와 생명과 인간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카오스 재단이 주최했던 강연 시리즈를 묶은 것이다. 기대를 상당히 했는데, 첫 번째 강연인 고등과학원 박창범 교수 부분을 읽으며 살짝 실망했다. 무엇보다 나름 중요해 보이는 오타가 눈에 띈다. 그리고 본문에 그림을 설명하는 부분이 없이 그림이 따로 놀고 있다. 세상에 완벽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실망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계속 읽을 듯싶다. 


오타: 

- 24페이지의 두 번째 식, "두 점 사이의 속도"에 나오는 "v_0"은 r_0이어야 한다. 

- 40페이지 밑에서 두 번째 줄, "우리은하에 별의 개수가 1,000여 개 정도 되고"에서 "1,000여 개"는 1,000억 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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