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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쟁까지 - 일본 제국주의의 논리와 세계의 길 사이에서
가토 요코 지음, 양지연 옮김 / 사계절 / 2018년 9월
평점 :
도쿄대학 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고등학생을 주 대상으로 한 강연을 묶은 책.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들이 마주한 선택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이 책의 주제는 '왜 일본이 결국 전쟁을 선택했나'이며, 이를 살펴보기 위해 만주사변 이후에 국제연맹의 주도로 만들어진 리튼 보고서의 내용, 독일-이탈리아-일본이 맺은 삼국군사동맹, 그리고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진주만 기습 전 진행된 미일 교섭에 대한 논의를 전개한다.
읽기 전에 강연록인 것을 몰랐고 그 대상이 일본의 고등학생을 것을 몰랐다. 미·영과의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왜 일으키게 되었는지에 대해 철저히 일본의 관점에서 분석하므로 전쟁 전의 조선 침략에 관한 내용은 없다. 조선은 당연히 일본의 일부로 치부된다. 읽기 전의 기대와 달라서 별점을 세 개만 준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자신들이 어쩔 수 없이 전쟁을 했다는 의견이 많은 모양이다. 그러니 전쟁 말고 좀 더 합리적인 다른 대안이 있었다는 저자의 주장이 호평을 받는다. 책 부제에 나와 있는 "세계의 길"은 일본이 침략을 (완전히) 포기하는 길이 아니다. 당시의 열강(미·영)에 좀 더 양보하고 협상하는 길이다. 저자의 주장은 당시 미·영의 제안이 언론과 군부가 언급했듯 그렇게 일본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지 않았으며 긍정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일본이 합리적인 선택을 해서 태평양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떻게 됐을까. 우리는 상당 기간, 아니면 지금까지도 일본 연방의 일부일지 모른다. 일본이 중국에서 철병하고 만주에서 이익을 챙기는 것에 만족했다면, 우리가 독립할 수 있었을까. 지금도 친일 매국노들이 이렇게 날뛰는데? 일본 지배 하에서는 독립투사들이 그야말로 철없는 극단주의자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결국 일본은 수많은 희생을 낳은 파멸의 길로 갔다. 일본에서도 언젠가는 침략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바탕으로 타국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는 정부가 들어서기를 기대해 본다. 하지만 더욱 퇴행을 거듭하는 지금으로 봐서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것이 일본의 불행이고, 옆에 사는 우리의 불행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