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물리학자 3인의 책을 모았다. 위의 3권보다 더 있지만, 과학이 무엇이고 과학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과 더불어 지식을 전달하는 책 3권만 일단 모아봤다. 3인 모두 물리학자(특히 이론 물리학자)이다 보니 여기서 '과학'은 거의 '물리', 특히 미시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 또는 '입자물리학'을 뜻한다.
김상욱은 요즘 <김상욱의 양자 공부>라는 책을 내며 더욱 활발히 활동 중인데, 나에게 깊이 각인된 책은 역시 위의 <김상욱의 과학 공부>라고 할 수 있다. 읽으면서 그의 재기발랄함이 통통 튀는 것을 느꼈다. 과학 얘기와 더불어 그의 생각과 감상을 풀어내는 글재주가 감탄을 자아낸다. 정말 과학 '에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강영의 <불멸의 원자>는 에세이라기보다는 과학지식을 전달하는 책에 가깝다는 느낌이다(그의 개인적 경험과 생각이 녹아있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책은 4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는 원자와 원자 속의 핵을 설명하는 얘기로서 이 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2부는 여러 물리학자들의 초상이다. 잘 모르는 물리학자들, 가령 이탈리아인이며 우주선(cosmic ray) 연구의 대가였던 오키알리니 등에 대한 얘기가 특이하다. 저자의 연구분야와 맞닿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3부는 다시 미시세계로 돌아와 가속기, 충돌기와 이를 이용한 기본입자들의 발견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 마지막 4부는 마무리로서 과학에 대한 그의 생각이 좀 더 녹아 있다. <불멸의 원자>는 짐 배것의 <퀀텀스토리>를 잘 보완하는 측면이 있으며, 어떤 내용(가령 가속기 얘기들)은 <퀀텀스토리>보다 더 자세하다.
마지막으로 이종필의 <사이언스 브런치>가 있다. 라디오의 과학 섹션에서 대담으로 나누었던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2012년 6월에서 2017년 1월까지 다뤘던 42개의 짧은 과학주제 얘기이다. 이름처럼 부담 없이, 옆에 두었다가 시간 날 때 조금씩 읽기에 최고의 책이다. 다루는 주제는 아마 당시 시사에 오르내리는 것들이 선별되었을 텐데 시간이 지나서 읽으니 그런 시의적절함이 있지는 않다. 그래도 다양한 주제들(예를 들면 '핵폭탄의 원리'나 '이세돌과 알파고', '현실이 가상현실이라면?' 등)을 일반인 눈높이에 맞추어 다루고 있어서 얻을 것이 많다. 부담 없이 읽을 과학주제에 대한 책을 찾는 사람에게 주저 없이 추천할 수 있다.
처음부터 우리말로 쓰여진, 우리말 과학책을 읽는다는 것은 또 다른 기쁨이다. 시간 내어 책을 쓴 3인의 물리학자에게 감사하며, 앞으로도 더욱 좋은 우리말 과학책을 많이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