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적으로 테스트할 수 없는 과학이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글을 올려야지 예전부터 생각했다. 요즘의 입자물리학(끈 이론, 다중우주 이론 등)이 점점 실험할 수 없는 영역으로 가고 있는데, 과연 이 이론이 맞다는 것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사실 가속기에서 실험할 수 있는 에너지 영역도 이미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영역을 훨씬 벗어난다. 이 부분은 일단 차치하자.)
얼마 전 New Scientist(2016년 2월 27일호)에 이 문제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최근의 힉스 입자 발견을 끝으로 CERN의 LHC에서 새로운 현상-입자-가 발견될 희망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중력과 양자역학을 통일하는 만물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으로 제시되었던 끈 이론은 아직 실험가능한 영역에서 예측치를 내놓지 못하고, (잘 모르지만) 대안으로 고려되는 고리양자중력(loop quantum gravity) 이론도 아직 큰 지지를 받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론 물리학자들은 적어도 현 상황에서는 실험적으로 테스트가 불가능한 이론이 맞는지를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대해 논의를 벌이고 있다. 독일 뮌헨의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의 리하르트 다비트Richard Dawid 교수는 다음의 두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TINA(There Is No Alternative)라 불리는 기준이다. 문제를 설명하는 다른 대안이 없으면 일단 그 이론이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실험으로 테스트된 이론과 잘 연결되는지의 여부이다. 그 이론 자체는 실험으로 테스트할 수 없더라도 다른 잘 확립된 이론과 부합하면 맞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 끈 이론 연구자들이 이러한 기준을 환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모든 이론 물리학자들이 이러한 기준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론 연구자들은 예전의 원자와 같은 예를 들면서, 당장 실험이 가능하지는 않더라도 언젠가는 실험이 가능해질 수 있으니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원자는 당시 그 존재를 직접 테스트할 수 없더라도 ‘원자’라는 모델을 통해서 많은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었다. 향후 끈 이론을 통해 현재 ‘주변’에서 이해되지 않는 자연현상이 이해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런 연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순전한 지적 호기심을 위해 연구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좀 더 솔직해지면 좋겠다. 마치 오디오 애호가들이 정말 아주 미세한 음질의 향상을 위해 엄청한 돈을 투자하는 것처럼, 입자물리학도 이제 궁극으로 접근하면서 투자에 비해 우리에게 돌려주는 것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퀀텀스토리>를 쓴 짐 배것은 현재의 실험으로 판별이 불가능한 과학이론에 회의적인 시선을 던지는 대표적 과학저술가 중의 하나이다(위에서 언급한 기사도 그의 글). 이런 관점을 보여주는 그의 책 하나를 다음에 리스트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