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우주가 단 하나의 우주universe인지 양자역학에서 얘기하는 여러 우주(다중우주multiverse)의 하나인지에 따라 형이상학적 질문에 대해 완전히 다른 답이 나올 수 있다(단적으로, 자유의지의 문제를 보라). 여기서 얘기하는 다중우주는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양자역학의 ‘다세계 해석’ 가설을 의미한다. 이 해석에 따르면 우리가 양자역학적 측정을 할 때마다, 나올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이 서로 다른 우주에서 펼쳐진다. 이 해석을 확장하여, 꼭 양자역학적 측정이 아니어도 이 세상에서 벌어질 수 있었던 다른 일이 어딘가 다른 우주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얘기한다. 가령 내가 이 우주에서 A와 싸우고 결별한 후 B와 결혼했다면, A와 싸웠지만 화해한 후 A와 결혼한 우주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가능성이 무한 개의 우주에서 펼쳐진다.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은 일어난다. 단 다른 우주에서. Everything that can happen does happen, only in different universes.’ 이것이 다세계 해석이다.
이와 대조되는 양자역학의 표준적 해설은 ‘코펜하겐 해석’이다. 코펜하겐 해석은 측정시 가능한 상태 중 하나만 실현이 되는 것이다. 양자역학은 이러한 상태가 실현될 확률만을 예측한다. 코펜하겐 해석에는 다른 우주가 있지 않다. 양자역학이 예측하는 확률로, 가능한 상태가 우리 우주에서 실현될 뿐이다.
그럼 다세계 해석이 맞는지, 코펜하겐 해석이 맞는지 시험할 방법이 있을까? 있다, 하지만 매우 위험하다. 사실 이건 믿거나 말거나이다. <뉴 사이언티스트> 특별기사(2016.09.03)의 쉬어가는 페이지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50가지 방법은 사실 한 가지 방법을 50번 되풀이 하는 것이다. 방법은 이렇다. 양자역학적 측정을 하기 위해 빛의 입자인 광자photon와 권총을 준비한다. 광자의 스핀 상태는 ‘위up’ 또는 ‘아래down’, 두 가지가 동일한 확률(1/2 = 50%)로 가능하다.
매 10초마다, 광자의 스핀 값을 측정한다. 측정 값은 ‘위’ 또는 ‘아래’가 나온다. 이 측정 값이 권총을 통제한다. 스핀 값이 ‘위’면 권총에서 실탄이 발사되고 실험자는 실탄에 맞아 죽게 된다. 스핀 값이 ‘아래’면 공포탄이 발사되고 실험자는 살아남아 다음 번 실험을 시작한다.
실험을 50번 반복했을 때 실험자가 살아남을 확률은 무슨 해석이 맞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나게 된다. 코펜하겐 해석이 맞다면(아래 그림의 왼쪽), 실험자는 하나의 우주에서 1/2의 확률로 50번 반복해서 계속 ‘아래’가 나와야 한다. 이 확률은 1/2의 50제곱이고, 이 값은 1,000,000,000,000,000분의 1이다. 거의 확실히 죽는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다세계 해석이 맞다면 매 측정이 이뤄질 때마다 우주는 계속 갈라지고 50번의 실험 후에 우주는 1,000,000,000,000,000개가 된다(아래 그림의 오른쪽). 이 중 단 하나의 우주에는 실험자가 여전히 살아 있다. 나머지 999,999,999,999,999개의 우주에는 실험자가 죽어 있다.
자, 실험을 해 보자. 만약 50번의 실험을 반복한 후에도 실험자가 살아 있다면 거의 확실히 다세계 해석이 맞다고 얘기할 수 있다. 단, 여기서 실험자는 ‘나’여야 한다. 내가 남을 시킨다면, 실험이 끝난 후에 내가 실험자가 살아 있는 우주에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가, 이 실험을 한 번 해 볼 의향이 있는가?
이 실험은 물리학자인 맥스 테그마크가 제안한 사고실험으로 양자 러시안 룰렛이라고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