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인구에 회자되는 유명한 책이다. 얇은 책에 저자의 물리에 대한 생각을 잘 담았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이라니, 참 눈을 잡아끄는 작명이다. 책 자체는 꽤 읽어볼만 하다는 생각이다. 이 정도 분량으로 물리와 자연에 대한 생각을 담아내는 저자의 내공이 상당하다.
하지만 또 번역 타령을 해야겠다. 이거 비교를 얼마 안 해봐도 눈에 뜨이니 ㅠㅠ...
역자가 이탈리아어로 된 원서를 썼는지, 아니면 영역본을 썼는지는 모르겠다. 역자가 이탈리아어 전공이니 아마 이탈리아어 원서를 썼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영역본과 비교해보면 첫 페이지에 오역이 딱 눈에 띈다.
소년시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아무 생각 없이 멍한 상태로 빈둥거리며 지냈습니다. 사춘기 청소년들은 어디를 가든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안타깝게도 부모들 대부분은 그런 사실을 잘 모르지요.
이 문장을 보면 청소년들이 쓸데없이 시간 낭비 하는 걸 비난하는 것처럼 보인다. 부모들이 그 사실을 좀 알아야 될텐데, 그래서 쓸데없이 시간 낭비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할텐데...의 논조이다.
하지만 영어 원서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In his youth Albert Einstein spent a year loafing aimlessly. You don't get anywhere by not "wasting" time--something, unfortunately, that the parents of teenagers tend frequently to forget.
loaf가 별 목적없이 빈둥거리는 건 맞다. 하지만 그 다음 문장은 완전히 잘못 번역했다. 'don't get anywhere by not "wasting" time'이라는 건, '시간 "낭비" 없이는 어디에도 도달할 수 없다'는 뜻이다. 뭔가 이루려면 시간 "낭비"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낭비"에 따옴표가 쳐져 있다. "낭비"라고 사람들은 생각하지만 진짜로는 "낭비"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불행히도 이러한 사실을 종종 잊곤 한다'고 부연한다. 비난이 청소년들에게 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