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으로 가는 안내서 - 가없고 끝없고 영원한 것들에 관한 짧은 기록
존 배로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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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자 무한을 만나다] 유체와 공기역학을 기술하는 방정식에서 등장하는 물리적 무한은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그런 무한은 연구하는 모형이 불완전함을 나타내는 신호일 뿐이다. 더 세부적인 변수들--예컨대 공기의 저항, 액체의 점도, 분자의 유한한 크기--이 추가되면 무한한 변화는 크지만 유한한 변화로 바뀐다. 이런 무한들을 만나고 극복하다 보면, 물리적인 무한의 실재성을 의심하게 되고 무한의 등장은 항상 인간의 지식 부족에 기인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론에 따르면 이상적인 상황에서 발생해야 마땅한 다른 무한들도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앞서 제시한 평행한 두 거울을 생각해보자. 원리적으로는 당신이 두 거울 사이에 서면, 반사된 당신의 앞모습과 뒷모습이 무한히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거울의 도금이 완벽하지 않고 공기가 완전히 투명하지 않아 빛이 거울 표면과 공기 속에서 점차 약해진다. 심지어 지적한 측면들에서 모든 것이 완벽하다 할지라도--반사가 완벽하고 진공이 완벽하다 할지라도--빛은 유한한 속도로 움직이므로 무한히 많은 반사상들이 생기려면 무한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기본입자를 다루는 물리학이 무한을 만나다] ...되틀맞춤(renormalization)...의 성공은 무한의 문제가 사물을 바라보는 서툰 시각 때문에 발생하는 인위적인 산물임을 드러냈다.
1980년대 초 이후 끈이론은 우주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꾸어 물리적 무한들을 제거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것들은 가장 기본적인 물질 입자는 크기가 `0`인 점이고 공간 속을 움직일 때 선을 그린다는 생각에서 나온다. 끈이론은 가장 기본적인 물질 요소가 작은 에너지 고리이며 움직일 때 관 모양의 궤적을 그린다고 주장한다. 그 고리는 고무밴드처럼 장력을 지니고 있고, 그 장력은 주위 온도가 매우 높아지면 줄어들고 오늘날 우주의 에너지 수준으로 낮아지면 늘어난다. 따라서 에너지가 낮을 때는 장력에 의해 고리가 점점 더 축소되어 점처럼 된다. 따라서 자연의 기본입자가 점이라는 생각은 실재[sic]로 매우 훌륭한 근사일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가 매우 높을 때는 그 생각이 타당하지 않다.

상호작용를 통해 새로운 고리를 산출하는 에너지 고리들에 관한 이론은, 기존 이론에서 발생하는 난처한 무한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무한은 사라지고 모든 것은 유한해진다.
...입자물리학자들은 물리적 무한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유체 연구와 마찬가지로 기본입자에 관한 계산을 할 때 무한이 나타나면, 물리학자들은 이론에 결함이 있다고 판단한다. 무한은, 이론이 유용성을 잃은 근사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신호로 간주된다. 물리학자들은 더 크고 좋은 이론은 항상 무한을 추방할 것이라고 믿는다.

[우주론자, 무한을 만나다] 우리는 우주의 크기가 유한하지 않고 무한하다는 것을 직접적인 관찰을 통해서는 결코 알 수 없다. 반면에 우주에 물리적 무한이 실재하느냐에 관한 가장 중요한 질문들은 훨씬 더 구체적이다. 밀도나 온도 같은 측정 가능한 물리량이 무한해지는 장소가 우주 안에 있을까? ...
대답은 매우 다양하다. 입자물리학자나 공학자와 비슷하게 일부 우주론자들은, 우주가 처음 순간에 무한한 밀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예측은 물질의 밀도가 매우 높아지면 아인슈타인 방정식이 타당성을 잃는 신호라고 여긴다. 그들은 더 개선된 이론이 그 무한을 유한하게 만들 것이라고 여긴다...
그렇게 생각할 이유가 충분하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끈이론이 말하는 끈의 장력이 높은 저에너지 상태에만 맞는 근사이론일지도 모른다. 끈이론은 이미 다른 모든 종류의 무한을 제거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끈이론은 어쩌면 우주가 시작할 때 있었다고 믿는 무한도 제거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것은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 속의 무한이 양자 중력이론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믿는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의 희망이다.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특이성은의 매우 큰 임의성을 이론에 들여온다...... 특이점은 사실상 법칙들을 무력화한다. 우리의 입장에 따른다면, 모든 장이론은 특이점을 없애야 한다는 근본적인 원리를 고수해야 한다."
아인슈타인의 절친한 친구며 동료인 페터 베르크만은 이렇게 썼다.
"아인슈타인은 항상 고전적인 장이론(즉 물리학)에서 특이점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견해였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특이한 영역의 존재는 전제된 자연법칙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불가피하게 특이점을 포함하는 이론은 자신 안에 자신을 파괴할 씨앗을 지녔다는 말이 된다고, 나는 믿는다."

최초의 무한이 물리학적인 우주론의 필수 요소라고 생각하는 물리학자들도 있다. 로저 펜로즈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에서 우주의 시작과 관련하여 등장하는 무한이 더 근본적이고 심오한 이론에서도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우주의 시작에 있는 무한과 끝에 있는 무한이 구조적으로 전혀 다르다고 믿는다(그림 6-5). 그 두 무한의 구조는 우리가 `열역학 제2법칙`이라고 부르는, 질서에서 무질서로 가는 필연적인 진화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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