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도이치. 영국의 이론물리학자이다. 평행우주(다중우주)를 믿는 것으로 유명하다. 내 실력 부족인지는 모르겠지만 글이 아주 명확하지는 않다. 일반적 지식론을 펼치기 때문인지 주장이 물리학자의 것이라기보다는 철학자의 것처럼 들린다. 그가 어떤 '~주의'의 비판을 위해 종종 사용하는 단어는 "parochial"이다. 보통 "편협한"이라고 번역된다. 사전을 찾아보면 '교회 교구(parish)의, 또는 그와 관련된'이 원래 의미이다. 그러다가 '지역적인, 좁은, 편협한'의 의미를 지니게 됐다. 


다음은 '유한주의(finitism)' 또는 '유한론'을 비판하고 '무한'을 옹호하는 부분이다. 그는 수학의 무한 뿐만 아니라 지식 진보의 무한함을 믿는다. 


  In other words finitism, like instrumentalism, is nothing but a project for preventing progress in understanding the entities beyond our direct experience. But that means progress generally, for, as I have explained, there are no entities within our 'direct experience'.

  The whole of the above discussion assumes the universality of reason. The reach of science has inherent limitations; so does mathematics; so does every branch of philosophy. But if you believe that there are bounds on the domain in which reason is the proper arbiter of ideas, then you believe in unreason or the supernatural. Similarly, if you reject the infinite, you are stuck with the finite, and the finite is parochial. So there is no way of stopping there. The best explanation of anything eventually involves universality, and therefore infinity. The reach of explanation cannot be limited by fiat. (pp. 165-166)

 다시 말해서, 유한론은 그저 도구주의처럼 우리의 직접적인 경험을 넘어서는 실재들을 이해할 수 없게 방해하는 프로젝트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것도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진보를 의미하는데, 앞에서 설명했듯이 우리의 '직접 경험' 안에는 실재가 없기 때문이다.

  앞에서 논의된 내용은 이성의 보편성을 가정한다. 과학의 도달 범위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생각의 진정한 중재자인 이성의 영역에 한계가 존재한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불합리나 초자연적 힘의 존재를 믿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무한을 거부한다면 편협한 유한에 집착하는 것이다. 따라서 거기서 멈출 리가 없다. 무언가의 가장 좋은 설명은 결국 보편성과 무한을 수반한다. 설명의 도달 범위는 신의 명령으로 제한될 수 없다. (227 페이지)


난 저자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이성의 영역에 한계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 왜 "불합리나 초자연적 힘의 존재를 믿는 것"인가? 이성의 유용성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성이 무한대의 적용 범위를 갖는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이성의 힘으로 과거에 좋은 설명들을 찾아왔다는 것이 미래에도 무한히 계속해서 좋은 설명을 찾으리라는 생각은 믿음이다. 난 이 믿음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용한 위의 번역문에 오역이 하나 있다. "그러나 이것도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진보를 의미하는데, 앞에서 설명했듯이 우리의 '직접 경험' 안에는 실재가 없기 때문이다."의 부분이다. 이 문장에서 "이것"은 무엇인가? 역자는 앞에서 나온 "유한론(=프로젝트)"라고 이해하고 번역했다. ("이것도"라고 번역한 데에서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문맥이 맞지 않는다. "이것"(원문의 "that")은 "우리의 직접적인 경험을 넘어서는 실재들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이 "일반적 의미"에서의 "진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음처럼 번역하는 것이 맞겠다.


" 다시 말해서, 유한론은 그저 도구주의처럼 우리의 직접적인 경험을 넘어서는 실체들을 이해할 수 없게 방해하는 프로젝트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것[직접적인 경험을 넘어서 실체들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일반적 의미에서 진보를 의미한다. 앞에서 설명했듯 우리의 '직접 경험' 안에는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entity'는 "실재"보다는 "실체"라고 번역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하나 더: "따라서 거기서 멈출 리가 없다."는 "따라서 여기[유한주의]에서 멈출 수 없다."가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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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at: 라틴어에서 왔다. "let it be done"의 의미라고 한다. 종교적 의미로 많이 쓰였다. 여기서부터 점차적으로 '칙령', '포고령', '권위적 명령' 등의 의미를 갖게 됐다. 요즘 용례로 반드시 "신의 명령"이라고 쓰이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fiat money는 '법정화폐'란 뜻을 갖는다고 나온다. 법령으로 뒷받침되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현대의 모든 화폐가 fiat money이며, 금과 같은 실물자산으로 더이상 바꾸어주지 않기 때문에 '불환지폐'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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