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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리스 ㅣ 민음사 스타니스와프 렘 소설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22년 2월
평점 :
"Physics is made possible by the fact that the world exhibits a certain amount of continuity and predictability." (Sean Carroll, <The Biggest Ideas in the Universe: Space, Time, and Motion>, p. 29)
"자연 현상에는 어느 정도의 연속성과 예측성이 있어서 물리학이 가능한 것이다."
여기 한 생명체가 있다. 인간은 이를 ‘바다’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한 행성을 거의 모두 덮고 있다. 하지만 이 ‘바다’는 생명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특성을 보인다. 자신이 위치하는 행성, ‘솔라리스’의 궤도 운동을 통제하는 듯 보이는 것이다. 솔라리스 행성은 쌍성계—별이 두 개—에 속해 있어서 궤도운동이 매우 불안정할 수밖에 없지만, 이 ‘바다’는 인간이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시간과 공간을 조종해서 안정된 궤도를 유지하게 한다. 이런 생명체를 상상할 수 있는가. 이 행성을 방문한 인류에게 이 바다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존재이다.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 바다와 소통하려고 인류는 다양한 실험을 한다. 하지만 수행하는 실험마다 바다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 반복성, 예측성이 없는 대상에 대해서는 이론을 만들기가 매우, 매우 어렵다. 심지어 구성 물질조차 제대로 이해가 안 된다. 이 대상은 인간에게 적대적인가? 아니다. 적대적이 아닌가? 알 수 없다. 이러한 대상 앞에서 느끼는 인류의 무력함과 당혹감. 이것이 이 소설에서 다루는 내용이다.
스타니스와프 렘을 처음 읽었다. 왜 이제 읽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조지 클루니가 나오는 동명의 영화(2002년 작)를 지루하게 봤던 기억이 있다. 그것 때문에 이 책을 들여다볼 생각을 안 했던 듯싶은데, 지금 소설을 읽어보니 그 영화는 소설의 주제를 매우 매우 일부 다뤘다. 그동안 안 읽었던 것이 후회될 정도로 소설을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이 1961년 발표됐다고 한다. 스타니스와프 렘. 대단한 상상력을 지난 작가이다. 렘의 다른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폴란드어 원서를 번역했다는 역자의 말이 책 앞의 일러두기에 나오는데, 번역도 매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