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칭성이란 물리학에서 매우 강력한 도구이다. 우주가 만족한다고 생각되는 대칭성을 가지도록 이론을 구성함으로써 올바른 이론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전기력은 전하에 대한 대칭성을 갖는다. 전하의 크기가 같다면, 양전하와 음전하 사이의 힘이나 음전하와 양전하 사이의 힘에 차이가 없는 것이다. (+1)x(-1)이나 (-1)x(+1)이 모두 똑같이 (-1)이다. 이를 원자에 적용해보자. 원자는 핵과 전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핵이 양전하, 전자가 음전하를 띠고 둘 사이에는 인력이 작용한다. 하지만 왜 반대로 핵이 음전하, 전자가 양전하를 띠면 안 되는가? 이 경우에도 앞의 경우와 동일한 전기적 인력이 작용한다. 우주는 전하에 대해 대칭적이 아닌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은 디랙의 이론에 의해 밝혀졌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기본 입자는 대응되는 반입자anti-particle를 가지며, 반입자는 전하의 부호만 제외하고는 입자와 동일한 성질을 갖는다. 이 얘기는 음전하를 갖는 전자 말고 양전하를 갖는 반전자(보통 양전자라고 부른다), 양전하를 갖는 양성자 말고 음전하를 갖는 반양성자가 있다는 것이다. 반입자들로 구성된 원자들은 입자들로 구성된 원자들과 마찬가지로 분자를 이룰 수 있으며 동일한 화학 반응이 가능해 생명을 만들 수도 있다. 전하에 대한 대칭성이 우주에 있다는 사실의 결과이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으니, 입자와 그 짝이 되는 반입자가 만나면 에너지를 내며 소멸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입자와 반입자는 근처에 있을 수 없다. 만나기만 하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관측되는 결과에 따르면 우주에는 입자들만 있고 반입자들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 태초에 우주가 탄생했을 때는 입자와 반입자가 동일한 수로 있었으리라 생각됨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은 반입자가 없는가? 무언가가 전하 대칭성을 깨서 입자만 남게 만들었는가? 그 무언가는 무엇인가? 이것이 현대물리학이 아직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입자-반입자 불균형의 미스터리이다. 저자에 따르면 다양한 아이디어는 있지만 어느 것이 맞는지 골라낼 수 있는 실험적 내용이 없어서 아직 답을 모른다고 한다. 


대칭성은 수학적 원리이다. 우리는 수학이라는 도구로 우주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한다. 하지만 우주가 반드시 수학적 원리에 따라야 하는가? 선후 관계가 뒤바뀌었음을 울프 다니엘손은 <세계 그 자체>에서 지적한 바 있다. 잘 작동하던 도구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면 도구의 유용성을 검토해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입자-반입자의 균형이 깨진다는 얘기는 입자만 사라지거나 반입자만 사라진다는 얘기이고, 이는 결국 지금 존재하는 입자들도 붕괴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저자는 쿼크로 구성된 양성자의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다. 


For one thing, if quarks can be destroyed without destroying antiquarks, then it should also be possible for particles such as protons--which are made of quarks--to decay. In other words, Sakharov's first condition implies that every atom in our universe is ultimately unstable--at least slightly. Even atoms cannot last forever. (p. 97)


하지만 양성자 붕괴를 검출하고자 하는 실험은 그동안 계속 실패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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