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버리는 이 책에서 기존에 알려진 2차대전에 대한 통념 몇 가지를 바로잡으려고 한다. 1939년 9월 1일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인해 2차대전이 시작되는 상황에 대한 것이다. 


1. 2차대전은 누가 일으켰는가? 위에서도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며 2차대전이 일어났다고 적었다. 그럼 2차대전을 일으킨 것이 독일인가? 오버리는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영국, 프랑스와 바로 싸울 생각은 없었다고 말한다. 체코를 병합한 것의 연장선상으로 그저 식민지(독일어 표현에 따르면 레벤스라움Lebensraum, 즉 '삶의 공간')를 늘리고자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발 제국주의 국가인 독일의 팽창을 선발 제국주의 국가인 영국과 프랑스는 그저 지켜볼 생각이 없었다. 1939년 9월 3일, 영국/프랑스는 독일에 선전포고를 한다. 이렇게 2차대전은 시작됐다. 독일의 호전성이 2차대전을 촉발한 것은 맞지만, 독일-폴란드 전쟁이 세계대전이 된 것은 영국/프랑스가 독일에 선전포고를 했기 때문이다. 영국/프랑스는 독일이 더 강해지기 전에 독일을 꺾으려고 했다. 히틀러는 영국/프랑스와 싸우더라도 독일이 더 강해진 이후인 1942~43년 경 싸우려고 했다. 두 제국주의 세력 간의 전쟁은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2차대전의 발발이 1939년 9월 3일로 정해진 것은 영국/프랑스의 결정이었다. 물론 독일이 잘 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국/프랑스는 자신들의 영토와 식민지가 직접 독일의 공격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독일과 전쟁을 선포했다. 자신들의 국가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더 기다리기보다는 바로 독일과 전쟁 상태로 들어가는 것이 더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독일이 처음에 너무 잘 싸우는 바람에 이러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2. 1940년 프랑스가 독일에 몇 주만에 패퇴하면서, 영국만이 독일에 맞서게 되었다. 히틀러는 영국과 굳이 싸울 생각은 없었지만, 새롭게 총리가 된 처칠의 지도 하에 영국은 독일에 대항하게 된다. 섬 나라 영국과 이미 상당히 영토를 확장하여 유럽의 많은 부분을 손에 넣은 독일의 대결은 영국이 위태로워 보였다. 독일의 기세가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은 영국 본토로만 한정해서 생각하면 안 된다. 식민지를 포함한 영국제국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 영국의 별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다. 식민지 백성과 물자를 모두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영국-독일의 전쟁이 영국의 열세라고 하기는 어렵다. 물론 전쟁 초반에는 준비가 더 잘 된 독일이 우세해 보였다. 독일이 영국 공군을 무력화하기 위해 벌인 '영국 전투'(영국 항공전)에서도 영국은 '소수' 공군 조종사들의 희생으로 간신히 독일 공군을 물리쳤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독일 공군이 폭격 목표를 공군기지 등 군사적 목표에서 런던으로 바꾸지 않았다면 영국 공군이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은데, 오버리는 이것이 진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영국은 사실 충분한 전투기와 조종사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전투기 세력은 독일 공군과 대등했다. 시간이 흐르며 전투는 소모전 양상으로 흘러갔는데,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항공기 생산량은 영국이 독일보다 오히려 우월했다는 것이다. 


3. 영국 항공전이, 독일이 영국에 실제로 상륙하여 침공하기 위한 사전 작전인지, 아니면 단순히 영국을 위협하여 협상의 장으로 나오게 하기 위한 작전인지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있다. 영국 항공전에서 영국 공군을 압도하지 못한 독일이 결국 영국 침공을 접고 동쪽의 소련을 침공하기 때문이다. 많은 책들은 히틀러가 영국을 실제로 침공할 생각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기술한다. 독일군이 상륙용 주정을 모은 것도 단순한 위협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버리는 히틀러가 영국 침공을 정말로 심각하게 고려했으며, 이후의 소련 침공조차 영국을 굴복시키기 위한 정지 작업의 측면이 있었다고 말한다. 물론 소련 침공은 식민지를 넓히려는 히틀러의 야욕에 부합했다. 독일은 결국 소련이란 진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수세에 처하게 된다. 


오버리의 책은 쉽지는 않지만 새로운 시각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이후에도 많이 언급되는 저작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당시의 상황을 자꾸 현재와 연관 지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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