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2
조세래 지음 / 문예춘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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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勝負)는 '이기고 짐'의 한자어이다. 찾아봐도 적절한 영어 단어가 없는 것 같다. 이기고 짐을 목표로 하는 game이라고 해야할지, 대결이라는 의미에서 duel이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승부사란 이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다. 바둑을 두는 사람도 승부사이다. 이기고 짐이 명확한 승부에서, 진 사람은 견디기 힘든 아픔을 겪는다. 이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니... 


2편의 주인공은 추평사의 아들인 추동삼이다. 추동삼 역시 세상을 떠돌아 다니는 바둑 명인이다. 여기에 화자 역할을 하는 박 화백의 인생 얘기가 겹쳐진다. 책에는 전문기사 제도가 자리를 잡기 전에 돈을 걸고 바둑을 두는 사람들 얘기가 넘쳐난다. 큰 돈이 걸린 내기 바둑 승부를 이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이들, 두어보니 기력 차이를 실감하는 이들, 바둑 실력을 늘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는 이들의 얘기를 읽으니 TV 바둑 중계에서 바둑 두는 기사들이 왠지 다르게 보인다. 


바둑을 주요 주제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끝까지 읽어보니 결국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인생 이야기이다. 


  "설숙 스승은 왜 그리 추동삼씨에게 무관심했습니까?"

  "......."

  "스승 된 도리로 제자의 마음을 잡아주어야만 하지 않았을까요?"

  "스승이란 자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해주는 위치가 아닐세. 제자들에게 삶의 지표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기도 하지. 그것은 말없는 그늘이고 삶의 울타리이기도 하네."

  담담한 해봉처사의 대답을 들으면서도 박 화백은  그 말에 선뜻 찬동할 수 없었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서로 공조함으로써 더욱더 빛이 나는 법인데 스승의 그 지나침 냉담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177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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