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기자인 이재성이 정치검찰과 언론에 대해 쓴 글을 모았다. 1부 '윤석열과 정치검찰', 2부 '언론과 지식인'으로 구성된 총 176페이지의 비교적 짧은 책이다. 대선이 치러지기 전인 2021년 12월 3일에 발행됐다.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작금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머리말에 있는 글을 다음에 옮겨 놓는다.
양대 정치세력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일컬을 때 나는 진보와 보수 대신 개혁과 반개혁 또는 리버럴(자유주의)와 권위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리버럴과 권위주의는 정치적 성향과 태도에 관한 것인데, 국민의 자유를 중시하고 자율성을 보장하는 정도에 따라 나뉜다. 개혁은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를 포괄하여 소수가 독점하는 제도와 편익을 다수가 향유하는 방향으로 고치는 행위를 말한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이데올로그들은 민주당을 진보 또는 좌파라고 공격하지만 민주당은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건 사실이지만 정치세력으로서 진보라고 말하긴 어렵다. 민주당은 민족주의 계열의 우파 정당이었던 한민당의 후예로서 미국의 민주당처럼 정치적 자유주의를 추구하면서 경제적으로는 평등의 가치에 부분적으로 동의하는 수정자본주의 그룹이다. 이에 반헤 국민의힘은 강경한 신자유주의 정당이라고 분류할 수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사망선고를 받았고 거의 모든 선진국이 케인스주의에 따라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당연시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표방하는 강경한 신자유주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일 뿐이다. '작은 정부론'과 공기업 민영화, 복지축소와 승자독식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는 처참히 실패한 이데올로기이며 더는 실현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일종의 사기에 가깝다. 미국과 한국의 우파들은 작은 정부를 표방하지만 실제론 큰 정부를 지향하면서 국가를 사적 비즈니스의 하위 파트너로 삼는다. 말과 행동이 극적으로 다르지만 보통 사람들은 알아차리기 어려운 트릭이 숨어 있다. (13~14 페이지)
저자는 머리말의 끝부분에서 랄프 왈도 에머슨의 다음 말을 인용한다: "우리가 굴복하지 않는 한 모든 악은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현재가 힘든 사람들이 다잡고 버틸 문구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