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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앉은 자리에서 반나절 만에 쉬지 않고 다 읽었다. 그만큼 흡인력이 있고 잘 쓰여진 소설이다. 작가가 영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까뮈를 떠올리게 하는 '아버지가 죽었다'라는 첫 문장에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있는 듯, 위악스러움을 보인 주인공 딸은, 사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감추기 힘들다.
빨치산이었던 사회주의자 아버지 그리고 난 처음 보는 소설 캐릭터인 사회주의자 엄마는 무엇을 위해 산 것일까. 젊었을 때의 짧은 빨치산 생활이 이들의 의식을 평생 지배한다. 이들은 사회주의자라기보다 본질적으로 박애주의자이다.
우린 이념으로 인한 싸움으로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 소설에서는 우익의 양민학살 이야기가 살짝 나온다. 하지만 좌익의 양민학살 이야기는 없다. 오히려 미담이 있다. 책 한 권만 보고 그것이 전모라고 판단하면 안 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극한 상황이 되면 좌우 없이 죽고 죽인다. 그러므로 그러한 지경에 이르도록 상황을 몰고 가면 안 된다.
오해하지 마시라. 나도 눈물 콧물 흘리면서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