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묘지 2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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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는 <프라하의 묘지> 2권에서 주인공 시모니니를 내세워 어떻게 20세기 반유대주의의 전거로 작용하는 위작 문서가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소설의 등장 인물 대부분이 실제 역사적 인물이고 그들의 행적 또한 역사에 기반한다고 에코는 '작가 후기'에서 언급하는 바, 이 소설은 가상의 주인공을 이용하여 역사적 사실을 잘 꿰어낸, 그리하여 에코의 음모론에 대한 생각과 반유대주의의 기원에 대한 연구를 잘 버무려낸 어느 정도는 '정치적'인 소설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는 지난 번에 읽은 <전날의 섬>이 거의 순전한 지적 유희처럼 느껴진 것과 대비된다.


일기를 이용하여 기억을 밝혀내는 소설의 구성에 '에코는 천재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실제 역사를 따라가는 소설의 진행은,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소설이 늘 그러하듯, 중요한 역사적 순간에 늘 주인공이 있는 우연적 필연성으로 인해 마치 <포레스트 검프>를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번역에 대한 언급도 해야겠다. 역자 이세욱은 에코의 역자들에 대한 권고를 참고하여 가능하면 옛스러운 문체를 쓰고자 했다고 책 뒤의 '옮긴이의 말'에서 언급하고 있다. 1910년대 후반, 신문에 연재되던 우리 번안소설까지 참고했다고 하니 그 노고와 자부심을 알 수 있다. 오타가 0은 아니지만, 그래도 읽으며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없었고 비교적 잘 읽혔으니 괜찮은 번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제목인 '프라하의 묘지'는 주인공인 시모니니도 가보지 못했다고 하는, 유대인 장로들이 모여 세계지배의 음모를 모의한 장소적 필요성 때문에 등장하는 지명이다. 사실 내가 이곳에 가본 적이 있기 때문에 이 소설을 읽어볼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은 사족이다. 소설의 실제 사건은 이곳에서 전혀 벌어지지 않고 프랑스 파리, 또는 회상에서는 이탈리아 토리노나 시칠리아에서 벌어진다. 내가 평소에 쓰던 것보다 긴 문장들이 이 리뷰에 많은데, 이 책을 막 읽은 영향인 것 같으며, 이것 역시 사족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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