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Reborn> 국역본을 조금씩 읽고 있다. '시간의 실재성'에 대한 스몰린의 주장을 다시금 곱씹어보고 싶어서다. 읽으면서, 저자의 실제 의도에서 조금씩 어긋나게 번역된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주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게 만드는 내용이어서 원문을 찾아봤다. 


먼저 자연의 단순성에 대한 부분이다. 뉴튼은 그의 운동법칙에 만유인력 법칙을 더해 지구와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운동을 설명해버렸다. 즉, '천상계와 지상계를 통일해 버렸다.' 이 부분에 대해 저자는 다음처럼 말하는 것으로 번역되어 있다.


"이처럼 단순한 수학적 관계가 자연의 보편적인 현상을 포착한다는 사실은 자연에 대한 우리의 개념에 비추어 보았을 때 놀라운 귀결이었다. 자연은 그토록 놀라울 정도로 단순해선 안 되었고, 사실상 고대인은 운동의 원인에 그처럼 단순하고 보편적인 수학을 적용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72~73 페이지)


여기서 내가 의아했던 부분은 "자연은 그토록 놀라울 정도로 단순해선 안 되었고"이다. 왜 자연은 단순하면 안 되나? 우리가 자연에 대해 그런 개념을 가지고 있었나? 원문을 찾아보고 저자의 원래 의도와의 차이를 알게 됐다. 다음은 위의 부분에 대한 원문:


"The astounding consequence for our conception of nature is that such a simple mathematical relation captures a universal phenomenon in nature. Nature did not have to be so amazingly simple--and, indeed, the ancients had never contemplated such a simple and universal application of mathematics to the causes of motion." (p. 23)


원문을 보면 첫 번째 문장부터 오역의 혐의가 있다. 저자가 원래 의미하는 바를 직역하면 "자연에 대한 우리의 관념에 가져온 놀라운 귀결은 그렇게 간단한 수학적 관계가 자연의 보편적 현상을 포착한다는 것이다."가 될 것이다. 역자는 "자연에 대한 우리의 개념에 비추어 보았을 때"라고, 마치 우리가 자연에 대한 특정한 개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번역했지만, 저자는 그렇게 의도한 것이 아니다. 


두 번째 문장의 "자연은 그토록 놀라울 정도로 단순해선 안 되었고"의 원문은 "Nature did not have to be so amazingly simple"이다. 이 의미는 "자연은 그렇게 놀라울 정도로 단순할 필요가 없었다"이다. 역자는 자연이 단순하지 않고 복잡해야 한다는 개념을 마치 우리가 과거에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번역했지만, '단순하면 안 된다'가 아니라 '꼭 단순할 필요는 없다'이다. 굳이 단순해야 할 이유가 없는데 그렇게 단순하다고 판명되니 놀라운 것이다. 


그 다음 애매한 곳은 운동의 기술을 설명하는 부분에 있다. 


"힘이 어떻게 운동을 일으키는지 물으려면 움직이는 물체가 공간 속에서 곡선을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해야만 한다." (73 페이지)


위 문장을 보면, "움직이는 물체가 공간 속에서 곡선을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해야만 한다"가 힘이 어떻게 운동을 야기시키는지를 묻기 위한 전제인 것처럼 보인다. 만약 '움직이는 물체가 공간 속에서 곡선을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런 질문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전제가 맞나? 다음은 원문이다:


"To ask how a force causes motion, you have to think of a moving object tracing a curve in space." (p. 23) 


저자가 의미하는 바는 번역과는 살짝 다르다. 초점이 "물체가 공간 속에서 곡선을 따라 움직인다"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일단 '운동'을 생각하려면 그냥 '운동하는 물체'를 상정해야 한다는 단순한 의미이다. 즉, "힘이 어떻게 운동을 일으키는지 물으려면" 공간에서 '어떤' 곡선을 따라 움직이는 '물체'를 생각해야 한다, 는 뜻이다. 


곧 연휴이고, 시간이 좀 생겨서 (안 올려도 좋을) 글을 주절주절 올리게 됐다. 이러다 다시 바빠지면 한 달에 한 번 글 올리기도 힘들어질 듯 싶다.


모두 명절 잘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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