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스트인 에릭 와이너의 철학입문서이다. 느린 여행의 상징인 기차를 타고 가서 철학자들의 흔적을 찾으며(그래서 제목이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이다), 그 자신의 상념, 그가 이해한 철학자의 논설과 철학자의 삶에 대해 얘기하는 방식이다. 머리말을 보며, 그의 글솜씨와 재기발랄함, 주제의식이 매우 마음에 들어 읽기 시작했는데, 쇼펜하우어까지 읽은 지금, 처음의 인상이 조금 바랜 느낌이다.
별 결론을 짓지 못하고 넘어가는 헨리 소로의 장에서 조금 실망했다면, 쇼펜하우어의 장을 시작하며 언급하는 도플러 효과에 대한 언설에서 평가가 한 단계 내려갔다. 그는 도플러 효과가 '청각적 착각auditory illusion'이라고 이야기한다. 도플러 효과가 인간의 귀가 일으키는 착각이라고? 기계로 측정해도 다가오는 차로부터 나오는 소리(예: 사이렌 소리)의 진동수가 커지는데?
The whistle hasn't really changed pitch. It is an auditory illusion known as the Doppler effect. The motion of the train has conspired with my susceptible brain to make it sound as if the whistle's pitch had changed. I had misperceived reality. (p. 77)
위의 언설은 그의 자연과학에 대한 단견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가 풀어내는 철학자의 철학도 어정쩡하다. 소로나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대해 얘기하긴 하지만 비교적 짧으며 깊은 생각을 풀어내는 것은 아니다. (물론 나같은 철학 초심자보다는 깊다.) 그가 각 철학자의 철학에 전적으로 동의하는지도 의문이다.
... While I see more clearly here, in my own private Walden, I do not have a visual epiphany, the "single expansion" Thoreau achieved. I am disappointed, but take solace in the words of--who else?--Henry Thoreau. Seeing requires not only time but distance, he tells me. "You cannot see anything until you are clear of it." (p. 75, "How to See like Thoreau"의 마지막 부분)
I share Schopenhauer's melancholy but not his pessimism. There's a fundamental problem with his glumness: it presupposes perfect knowledge, something we humans are incapable of possessing. We may suspect we are living in the "worst of all possible worlds," but do we know for sure? Pessimism requires a certainty I lack, and for that I am grateful. (p. 91)
솔직히 이쯤 되면 그가 왜 쇼펜하우어를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그의 음악에 대한 사랑 때문에? 쇼펜하우어가 좋아했던 로시니의 음악을 들으며, 스카치 위스키 마시며 목욕하는 것으로 장이 끝나는데, 여기서 "How to Listen like Schopenhauer"의 교훈을 얻는 것인지.
재기발랄함과 글재주 외에 인생에 대한 '지혜'를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읽기를 당분간 멈추기로 했다. 너무 기대가 컸던 듯. 나중에 다시 이 책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