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세계문학 232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재황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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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라는 측량사가 성의 부름을 받고 마을에 와서 벌어지는 일이다. 문제는 그가 왜 왔는지 아무도 제대로 모르는 듯이 보이는 것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며 조금씩 정황이 밝혀지는데, 휴, 내가 측량사라면 정말 미치도록 답답할 일이다. 일견 지루한 대화를 통해 이야기는 전개되는데, 도대체 관리와 비서라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만나기가 힘든지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처럼 읽히기도 하고, 사람들은 왜 그렇게 반목하고 우울해 보이는지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처럼 읽히기도 한다. 거의 포기한 심정으로 대화를 읽다가, 이야기가 좀 전개되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 싶었는데 또다시 이야기는 해결되지 않고 계속된다. 소설은 카프카가 결국 끝내지 못한 미완이므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어도 문제가 해결되는 카타르시스는 결코 느낄 수 없다. 누구는 이런 관점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또 다른 누구는 다른 관점으로 상황을 바라보므로, 객관적 실체는 없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처럼 읽히다가, 결국 'K'가 정말 측량사가 맞나 하는 의문까지 든다. 다층적 해석을 할 수 있는 것이 좋은 작품이라면, 이 책은 분명 그러한 카테고리에 들어갈 만 하다. 비서 뷔르겔의 독백을 읽으며, 거의 해탈할 것 같은 즐거움을 느꼈다면--과장법이다--난 소설을 제대로 읽은 것인가.


사족: 책을 읽으며 노란색 양장본 표지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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