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미츠 - 별들을 이끈 최고의 리더 KODEF 안보총서 54
브레이턴 해리스 지음, 김홍래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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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상대한 태평양 전쟁을 승리로 이끈 미국의 해군 제독 체스터 니미츠의 전기이다. 20세기 초 및 전쟁을 거치며 변모하는 미국 해군의 역사를 한 인물을 따라가며 읽는 것도 색다르고 재미있다. 니미츠란 인물을 통해, 인생에 대해서도 여러가지를 배우고 생각하게 한다. 


니미츠는 매우 성실하고 똑똑하고 겸손한 인물이었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 이후 대통령이 직접 태평양 함대 사령관으로 선택했다는 니미츠, 그의 존재는 미국에게 큰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하늘은 크게 쓰일 사람에게는 시련을 주는 것 같다. 니미츠는 젊었을 때, 지휘하던 구축함의 좌초로 인해 군법회의에 회부되었으며 그 이후 한직을 맴돈 적이 있다. 그는 남들이 원치 않던 잠수함의 함장을 하게 되었지만, 그 기간 동안 초기 잠수함의 성능 개선 및 사용 방안에 대해 고민했으며 잠수함의 디젤 엔진 개발에 큰 역할을 했다. 


성실히 맡은 바를 다하는 사람에게, 언젠가 다시 기회는 온다. 결국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신뢰와 관용의 리더십으로 해군을 이끌어 거대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는 자신이 고른 부하에게 일을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었으며, 한 두 번의 실수는 관대하게 넘어갔다. 그 자신이 사관학교 시절 금지된 맥주를 반입하다가 우연히 다른 장교에게 들켰음에도 불구하고 그 장교가 모른 척 넘어간 일에 큰 교훈을 얻은 것 같다. 


책 속의 몇 구절을 옮긴다. 첫 부분은 니미츠가 1920년 진주만에 기지를 둔 14잠수함분대 사령관에 임명되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그[스튜어트 머리Stuart S. Murray 함장]는 자신의 R급 잠수함을 다른 잠수함 옆에 계류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가장 긴 잠수함이었던 R급 잠수함은 그 길이가 미식축구 경기장 길이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86피트(약 57미터)인 반면, 출력은 상당히 부족했기 때문에 이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따라서 함수가 다른 잠수함을 들이받지 않으면 함미가 부딪치곤 했다. 함미가 부딪칠 경우, 보통 프로펠러의 날개가 휘어졌다... 그는 ... 니미츠에게 사고를 보고해야만 했다. 니미츠는 그의 보고 내용을 관대하게 받아들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처음에는 휘하 잠수함 지휘관들 모두를 믿고 기회를 준다네. 함미 한 번과 함수 한 번, 혹은 함미 두 번이나 함수 두 번 정도는 괜찮아. 하지만 그 기회를 모두 쓰면 그때는 책임을 물을 걸세. 자네는 아직 기회를 절반밖에 쓰지 않았어. 함미 한 번의 기회를 쓴 셈이지. 그러니 이제 배로 돌아가서 나머지 기회마저 써 버리지 않도록 노력하게."

  신뢰와 관용의 리더십, 이것이 전형적인 니미츠의 지휘 방식이었다. 머리(1956년에 해군 대장으로 퇴역했다)는 니미츠의 조언을 받아들였고, 매우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사고를 내지 않고 다른 잠수함 옆에 나란히 계류하는 방법을 익혔다. (89~90 페이지)


미드웨이 해전에 암호해독으로 커다란 공을 세운 로슈포르는 해전 이후, 억울하게 다른 보직으로 교체됐다. 그의 인품을 알 수 있는 일화.


  진주만에 있는 로슈포르의 책상 위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걸려 있었다.

   "누가 명성을 얻게 될지 신경 쓰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때 우리는 무엇이든 달성할 수 있다." (252~253 페이지)


남의 험담을 결코 하지 않았던 니미츠가 예외적으로 했던 맥아더에 대한 언급.


  니미츠는 자신의 원칙에 따라 맥아더에 대한 개인적 생각을 결코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일으킨 반목이 지속되기를 원치 않았다. 한 친구가 맥아더에 대해 논평해달라고 강요하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단지 "그는 기억력이 아주 좋네"라고만 말했다. 하지만 미래의 역사학자를 위해 니미츠는 모종의 암시를 남긴 것인지 모른다. 한번은 태평양함대 사령부에서 레이턴이 맥아더의 사진을 액자에 끼워 책상 위에 올려놓은 이유를 물어보자, 그는 잠시 경계심을 늦추고 이렇게 대답했다.

  "그것은 나에게 주피터 신처럼 벼락까지 쳐가며 요란하게 떠드는 멍텅구리가 되지 말라는 점을 상기시켜주거든." (320 페이지)


니미츠는 악담도 농담처럼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그는 농담을 매우 잘 했다고 한다).


니미츠는 1885년 2월 24일 텍사스 주 프레데릭스버그에서 태어났다. 1947년 12월 15일 해군참모총장에서 물러난 후,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에서 은퇴 생활을 했다. 그는 1966년 2월 20일 세상을 떠났으며, 캘리포니아 주 산브루노 골든 게이트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다음은 그의 할아버지인 찰스 헨리 니미츠가 손자인 체스터 니미츠에게 해주었다는 말이다.  


"바다는--삶 자체가 그렇듯이--엄격한 선생님이란다. 바다에서든 삶에서든 잘 지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운 다음 최선을 다하고 걱정 따위는 하지 않는 거란다. 네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특히 더." (32 페이지)


"최선을 다하고 걱정 따위는 하지 말라"는 니미츠의 생활신조가 되었다. '니미츠'란 이름은 현재 미국 해군의 주력인 핵추진 항공모함의 1번 함 이름으로 기념되고 있다.


USS Nimitz (CVN-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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