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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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도올 스타일이 잘 안 맞는다고 느꼈는데, 끝까지 읽고 난 지금 많이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 불교 용어를 잘 모르니 좀 어렵기도 했다. 용어와 그의 스타일에 익숙해지면 읽는 재미도 있다. 불교에 대해 잘 모르는 초심자가 읽어도 괜찮을 것 같고, 많이 접해본 사람은 조금은 색다른 시각을 만날 수 있으리라 짐작해 본다. 


책은 도올이 반야심경을 만나게 된 계기-그의 젊은 시절-부터 시작해서 조선 불교 및 선사들 이야기, 초기 불교 역사를 거쳐 책의 절반이 지나서야 본론인 반야심경 이야기에 들어간다. 도올만큼 재가 많은 사람이 흔치는 않으리라. 또한 그만큼 일반 대중들과 소통을 갈구하는 지식인도 많지 않으리라. 이 책은 그의 이러한 면모를 잘 보여준다.


<반야심경>은 <반야바라밀다심경>의 줄임말로서, "반야"는 "지혜", "바라밀다paramita"는 "극치, 완성"을 뜻한다(187 페이지). 반야심경에는 우리가 많이 들어 알고 있는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의 구절도 나오고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보리사바하"의 구절도 나온다. 반야심경의 제일 마지막인 이 문구의 산스크리트어 원래 발음은 "가떼가떼 빠라가떼 빠라상가떼 보드히 스바하gate gate paragate parasamgate bodhi svaha"로서 뜻은 "건너간 자여, 건너간 자여! 피안에 건너간 자여! 피안에 완전히 도달한 자여! 깨달음이여! 평안하소서!"라고 한다(238 페이지). 이 부분에 대해 도올은 다음과 같이 해설한다.


  이 주문은 종교적 주술로서 해석되면 곤란합니다. 여기 숨은 주어는 당연히 관세음보살입니다. 건너간 자, 지혜의 완성에 도달한 자는 관세음보살입니다. 관세음보살이 누구입니까? 나는 이 텍스트의 첫머리에서 이 <심경>을 읽고 있는 바로 여러분 자신이라고 설파했습니다. 이 <심경>은 궁극적으로 내가 나에게 설파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관세음보살이 누구입니까? "나"가 누구입니까? 이 나는 바로 보살혁명, 새로운 반야혁명의 주체세력입니다. 보리 사바하! "깨달음이여! 평안하소서!"라는 뜻은 보살혁명의 주체세력들에게 바치는 헌사eulogy입니다. 여러분! 여러분들은 이 주문을 외우면서 바로 여러분들의 시공간 속에서 새로운 보살혁명을 만들어 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반야"의 궁극적 의미이겠지요. (238페이지)


"보살"은 "보리살타Bodhisattva"의 준말로서 "보리"는 지혜, 깨달음, "살타"는 본질, 실체, 마음 등의 뜻을 갖는다. 결국 보리살타는 "깨달음을 지향하는 사람", "그 본질이 깨달음인 사람"을 의미한다(162 페이지). 여기서 "혁명"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출가한 비구 중심의 소승 불교에서 벗어나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음을 대승 불교가 주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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