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희망 수업 - 희망은 눈물로 피는 꽃이다
서진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8월
평점 :
'지금 당신의 삶은 어떻습니까?'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지극히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답할 것이다.
사실이 그렇고, 그게 가장 보편적인 삶이니까.
그런데 이 평범함이 때론 내게 좌절을 주기도 하고, 때론 아픔을 주기도 한다. 물론 기쁨과 벅참을 줄 때도 많다.
이 모든 감정을 겪어가면서 사는 당연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늘 '희망'이라는 단어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게 된다.
'희망'
앞일에 대하여 어떤 기대를 가지고 바람, 앞으로 잘 될 수 있는 가능성이란 두 문장이 말하듯이 우리는 언젠가 나에게 올 그 희망의 파랑새를 기다리는 설렘으로 좌절을 이겨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내가 '희망'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자의든 타의든 어떤 도약에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다. 비록 나의 선택은 아니지만, 부부라는 인연으로 사는 이상 남편의 도약에 내가 힘이 되어주어야 함을 알고 있다.
근데 문제는 이것을 머리로만 여긴다.
가슴으로 뜨겁게 '희망'을 기다려야 하는데, 이 가슴속에는 냉랭한 좌절이 스멀스멀 들어온다.
사람이 그렇다.
말은 거창하게 할지 몰라도 마음속으로는 불안하고, 좌절감이 더 크고, 미래에 대한 희망조차 부정적으로 밀어내려고 한다.
이 시점에서 읽게 된 <희망 수업>은 너무나도 다른 느낌으로 내게 모든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내 속에 있는 좌절감이 자신에게 부끄럽게 여겨진다.
그리고 <희망 수업>을 읽으면서 눈물을 닦아내느라 민망함도 겪었다.
<희망 수업>의 저자 서진규 박사.
언젠가 TV에서 서진규 박사의 다큐를 본 적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자세히 들여다보질 않았지만, 한국인 출신의 미 육군 장성의 이야기로 기억되고 있다.
자신의 의지를 꿋꿋하게 지켜내며 자신의 삶을 차곡차곡 밟아가면서 다져가는 많은 인물을 보게 된다.
서진규 박사의 이미지도 그중 하나였다. 그녀가 미국으로 건너간 시기는 1970년대. 그때의 한국에서 여자의 입지란 그저 집안 살림이나 하고, 남자들의 뒷수발이나 드는, 여성의 직업관이라는 것조차 제대로 잡혀있지 않던 그런 시절이었다. 그 시절을 자신의 의지대로 미국으로 건너가 소위 말하는 '성공'을 한 그런 여성의 한 명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서진규 박사의 <희망 수업>을 읽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이었지만, 그가 보여준 '희망'이라는 단어는 다른 때와는 다르게 다가온다.
<희망 수업>이라는 제목에는 이런 말이 있다.
희망은 눈물로 피는 꽃이다.
그렇구나.
희망이라는 것이 웃으면서 향기롭게 다가오는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 희망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나서야 내 손에 쥐어진다.
지나간 나의 삶을 떠올려본다.
지극히 평범하게 살았지만, 또래의 삶에서는 좀 별나게 살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때도 그랬었다.
희망이 절실하던 그때, 결코 쉽게 내 손에 놓이지는 않았었다.
가지고 있던 전 재산을 털어냈을 때도, 느닷없는 큰아이의 병치레가 다가왔을 때도, 우리 부부가 연을 끊을 뻔했던 그때에도, 그리고 아이의 진로에 생각지도 않던 고민을 해댈 때도 희망은 내 앞에 왔었다.
그리고 그 좌절과 아픔과 그 뒤에 오는 희망을 따라나선 나와 내 가족들은 그다음 순서의 삶을 살아오고 있다.
그랬구나.
나도 그 희망을 얻기 위해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다.
그리고 희망이라는 꽃을 내 손에 받아본 적도 있었다.
<희망 수업>은 서진규 박사를 버티게 해준 또 다른 희망들이 담겨있다. 서진규 박사의 삶을 통해서 또 다른 희망을 얻게 된 이들의 이야기가 있고, 서진규 박사처럼 처절한 아픔을 겪고 다시 일어선 이들의 희망도 있다.
그들이 온전히 쉽게 희망이라는 꽃을 피우지는 않았다.
삶을 쉽게 생각하고. 다른 이들의 삶을 쉽게 보는 사람들이라면 절대로 알지 못할 그런 처절함을 견뎌낸 이들의 승리가 있다.
바로 '희망'이라는 그것이다.
부끄럽지만, 나는 <희망 수업>을 읽으면서 참 많이 울었다.
지금의 시점에 내겐 또 한 번의 처절한 인내를 요구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 책이 더 깊이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희망 수업>을 덮고 나서는 나는 또 울었다.
다시 한 번 해낼 수 있다는 말을 나에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희망 수업>은 그런 책이다.
'희망'이라는 것이 절대 혼자서 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독자들은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좌절과 아픔에 발을 디디게 된다면 <희망 수업> 속에 있는 수많은 사연과 수많은 사람을 기억해냈으면 좋겠다.
자신의 아픔을 '희망'으로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서진규 박사의 이야기가 있고, 똑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그들보다는 조금 더 내 마음을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뜨거움이 오래 남는, 그 여운이 오래 기억되길 바라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