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새는 울지 않는다 푸른도서관 46
박윤규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5.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1980년대는 중고등 학생으로 어릴 때였습니다. 한창 민주화운동에 대한 열기가 뜨거울 때 명동에서 시청에서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자고 외쳐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5.18 민주 운동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민주화를 위해 피를 흘렸던 넋들을 어찌 안다고 하겠습니까.

 

신군부 세력들이 자신의 기반을 위해 무고한 시민을 죽였다는 사실은 역사에 기록이 되기도 하지만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끔찍한 사건입니다. 전쟁 때문에 총을 겨누는 것도 아니고 내 나라, 내 국민을 자신의 지지세력과 다르다는 이유로 찔러 죽이다니요. 남녀노소 구분 없이 무조건 곤봉으로 내리치고 발길질을 하다니요. 이는 절대로 잊어서 안 되는 일이고 절대로 가감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5.18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더욱 발전되고 더욱 성숙해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성장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이젠 제대로 바라봐야 하는 때이고, 어린 독자들에게도 제대로 가르쳐야 합니다.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는 5.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던 그때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자체를 언급하는 일로 또 세력의 압박을 받을지도, 또 어떠한 제재를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5.18 그때를 그려내고 그 아픔을 그려내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전라도는 흥을 가지고 있는 지역입니다. 소리가 늘 함께하는 고장입니다. 아는 스님은 법회 때 대금을 연주하기도 합니다. 부처님 전에서 대금 소리를 올리는 신도도 있습니다. 그런 배경을 소설 속의 주인공이 사는 현재로 잡았습니다. 소리가 좋아 소리를 배우는 방울이는 명창의 길을 꿈꾸는 소녀입니다. 자신의 재주를 잘 배우고 가꾸는 그저 평범한 소녀입니다. 어느 날 전주에서 벌어진 전국 어린이 명창 대회에서 상을 받고 고수인 민혁오빠와 고향을 향해 스승의 집을 나섭니다.

명창을 꿈꾸는 방울이는 고수로 늘 옆에 있는 민혁오빠가 좋습니다. 그 모습도 좋고, 신명 나게 추임새를 넣어주는 모습도 좋고, 어허둥둥 북을 치는 모습도 좋습니다.

 

민혁이는 방울이의 생일 선물로 방울새를 선물합니다. 아주아주 귀한 금방울을 직접 잡아서 새장까지 만들어 선물합니다. 민혁오빠의 선물을 들고 집으로 향합니다.

그날은 5.18 핏빛 나는 날이었습니다. 그저 집으로 가기 위해 손에 방울새를 들었고, 소녀에서 여인으로 되는 첫날이기에 오빠는 스승님이 시킨 대로 케익을 하나 사려고 도시에 들렸습니다. 그리고 방울이는 하늘을 훨훨 날아오르는 방울새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를 읽으면서 내내 가슴 저림 때문에 쉽게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200여 페이지도 안되는 얇은 책이지만 그 속에 담겨진 그 뜨거운 피의 온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눈앞에서 날아오른 방울이를 보고 자취를 감춰버린 민혁이와 그 민혁이를 찾아 사방을 날아오르는 방울이의 애틋함과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스승인 운장 선생이 부르는 소리에 방울이와 민혁이 그리고 그날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입니다.

작가는 등장인물이 내지르는 소리의 아픔과 깊이를 알기 위해서 판소리를 직접 배웠다고 합니다. 속에있는 처절한 아픔을 소리로 승화시키는 그 느낌을 고스란히 글에 담았습니다.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는 5.18 민주화 운동을 바탕으로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쩔 수 없는 시간에 얽히게 된 분노, 아픔, 그리고 그 시간에 도달하기 전에 가졌던 이들의 신명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쁨을 가졌던 이가 슬픔으로 바뀐 시간, 사랑을 가졌던 이가 아픔만 남게 된 시간. 그 시간을 말하고 싶어합니다.

 

너무나도 어이없는 사건이었기에, 너무나도 원통한 인연이었기에 방울새는 날아오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책의 후반에는 남겨진 이들과 또 남아야 하는 이들과 이들을 남기고 떠나야 하는 혼령들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눈물이 나게 하는 부분입니다. 5.18 민주화운동은 그렇게 기억되어야 합니다. 눈물이 나야 합니다. 그 원통함 속에 날아오르지 못한 모든 방울새를 위해 남아 있는 이들은 대신 원통해야 하고, 그들 대신 민주화를 이루어야 하고, 그날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들이 저 멀리서 소리를 멋들어지게 부를 수 있도록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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