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렌조 미키히코 지음, 모세종.송수진 옮김 / 어문학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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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완전히 들어올 수 없는 것이기에 그것을 가지려는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되는 소설이 바로 <미녀>이다.

아름다움 뒤에 숨어있는 잔인함과 냉혈함 그리고 그것을 위한 욕망을 표현한다고 하면 더 묘한 매력을 보여주는 아이템일 듯 하다.

아름다움 뒤에 보여지는 무서움. 이것이 반전의 매력을 보여주는 가장 적합한 단어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미녀>는 렌조 미끼히코의 미스터리 작품을 모은 단편집이다. 렌조 미끼히코는 일본의 소설, 특히 연애소설을 많이 쓰는 작가로 알려져있다. 연애소설의 달콤한 감정표현을 그려내는 작가가 미스터리, 반전의 반전이라는 극찬을 받은 작품이 <미녀>이다. 

단편소설이라는 장르에서도 짜임새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소설의 결말을 확인할때까지 감을 잡을 수 없는 긴장감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렌조 미끼히코의 작품 세계를 전혀 모르는 독자들은 쉼없는 전개속에서 오히려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독자들이 생각지도 않던 미스터리의 소재와 그것을 해결하는 작가의 의도는 책을 읽는 내내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어야 하는, 마치 독자들에게 숙제를 내주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미녀>의 대부분의 이야기 소재는 남녀의 연애를 주로 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랑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주인공들의 내면을 풀어내는 관점이다. 남녀간의 사랑을 쟁취하는 것을 그리고 싶은 것인지, 사랑을 지키기 위해 또다른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표현하고 싶은 것인지 책을 읽는 내내 등장인물에 대해 섬뜩함을 느낄 정도이다.

 

렌조 미끼히코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연기'라고 표현을 한다. 결국 나 이외의 존재들과 함께 있을때 나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말인가? 깊은 의미로 생각을 하자면 사회속에서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모든 현대인들의 모습에 일침을 가하고 싶지 않겠나라는 해석도 하고 싶지만 소설 그 자체만으로 본다면 거짓에 거짓을 표현하는 인간의 본성이 과연 어디까지 믿어야 하고 어디까지 봐줘야 하는지 독자로써 참 난감함을 느끼게 한다.

<미녀>에는 모두 8편의 작품이 있다. 재미있게 읽는 것도 있고, 읽는 내내 어려움을 느낀것도 있고, 읽고 나서도 도무지 무엇을 포인트로 잡아야하는지 아직도 모르는 작품이 있다. 짧은 단편이지만 너무 복잡하고 혼란함이 남는 작품들이다.

 

일본 소설 특유의 성욕이 밑바탕으로 깔려 있어 남녀간 치정에 의한 이야기로 전개되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나의 사랑을 위해서라면 배신은 당연하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잔인함 역시 기본적인 순서라는 전개는 이런류의 소설을 싫어하는 독자들에게는 불편한 내용일 듯 하다.

평범한 가족관계 이면에 이런 잔인함이 있었다는 상상은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이어나가기에 색다른 소재이기도 하지만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부정을 고백하는 부인의 모습이나. 자연미인을 찾는 남편을 위해 행동하는 부인의 모습, 그리고 가족을 각각의 집에서 살고 있는 타인들의 모습으로 그려낸 소녀의 화법은 분명 혼란스럽다.

 

소설의 진행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그리고 최후에 남는자가 누구인가 알고 싶다면 아마도 메모를 해가면서 읽어야 할 듯 하다.

한마디로 난 <미녀>가 어렵다.

<미녀>란 달콤한 말로 남자의 마음을 홀리는, 또는 상대방 여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그 자체이다. 소설 <미녀>역시 독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무형의 존재이다.

독자는 이 책이 나에게 들려주는 그 짜릿함에 마음이 흔들리고, 나의 모든것을 소설에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될 것이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미녀>속에 보여지는 그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고, 그 육감적인 매력에 도취되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하지만 분명 독자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미녀의 달콤함 뒤에 숨어있는 잔인함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또다른 상상을 하면서 이 소설을 읽으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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